세계적 수급 불균형 심각, OPEC+ 증산에도 유가 우상향 중

2040년에도 세계 석유 수요 건제 전망 우세, 수급 리스크 노출

글로벌 자원 개발 투자 위축으로 중기적으로 유가 급등 시점 올 것

국제유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석유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기 위해 차량이 대기중인 모습.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우리나라 석유 소비는 세계 8위인데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 수입 규모도 세계 4위에 랭크되어 있다.

정부가 탄소중립, 전기·수소차 확대 보급 같은 에너지 전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어쩔 수 없는 석유 소비 대국이자 석유 빈국인 셈이다.

그런데 정부가 탈 화석, 탄소 중립에 몰입하는 사이 우리나라의 자원 개발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다.

공공 해외 자원 개발은 사실상 멈춰섰고 민간 참여도 위축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원 개발 산업이 붕괴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데 현상과 문제점, 해법 등을 연재 보도한다.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브렌트 평균 가격은 배럴당 65.23불을 기록하며 지난 해 같은 기간 대비 56%나 올랐다.

코로나 19 팬데믹이 종식되지도 않았는데 유가는 이전 수준도 뛰어 넘었다.

6월 들어서는 70불대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2년 내 최고 수준의 가격을 기록한 것.

이달 5일에는 77.16불을 찍었다.

국제유가 급등으로 석유 물가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한 정부가 유류세 15% 인하 조치를 취했던 지난 2018년 10~11월 수준과 맞먹는 수준이다.

석유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도 못했는데도 유가가 급등하는 것은 수급 균형의 부조화 때문이다.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석유 수요가 꾸준히 증가중이다.

1분기 석유 수요는 하루 9450만 배럴을 기록했는데 2분기에는 200만 배럴 넘게 증가한 9670만 배럴로 집계됐다.

특히 6월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9790만 배럴로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803만 배럴이 늘었다.

문제는 수요 만큼 석유 공급이 따라오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1분기 세계 석유 생산량은 하루 9270만 배럴, 2분기에는 9510만 배럴로 수요에 미치지 못했다.

산유국 카르텔인 OPEC+가 유가 부양 목적의 감산 정책을 유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의 미국발 이상 한파, 지진에 따른 일본 정제설비 가동 중단, 북해 유전 유지 보수 같은 돌발 변수들도 석유 공급 위축 원인을 제공했다.

◇ 산유국 카르텔 생산량 증대 합의 불구 유가 뛰어

지난 18일 OPEC+가 극적으로 감산 완화에 합의하면서 유가 하락이 기대됐지만 오히려 상향 전망이 우세하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OPEC+는 8월부터 점진적으로 감산 규모를 완화하고 올해 연말까지 하루 200만 배럴 증산한다.

현재 감산 규모인 580만 b/d는 내년 9월말 원상 복귀된다.

내년 5월부터 UAE를 포함한 OPEC+ 5개 국가의 기준 생산량도 상향 조정된다.

이번 합의로 원유 공급량이 늘면서 수급 불균형 해소가 기대되는 상황인데도 유가는 상승중이다.

실제로 브렌트 가격은 OPEC+ 감산 완화 합의 직후 첫 거래일 하락했지만 이후 4거래일 연속 올랐다.

석유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휘발유 소비는 여러 국가에서 팬데믹 이전의 정상 수준으로 돌아갔고 최근 2주간 항공유 수요도 2019년 동기 대비 2/3 까지 회복했다.

모건스텐리는 올해 글로벌 GDP가 성장세를 보이고 석유 재고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올해 남은 기간 브렌트 가격을 ‘70불대 중후반(mid to high)’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원유 재고는 지난 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정도로 줄었다.

OPEC+ 감산 완화 합의 이후 골드만삭스는 4분기 유가를 이전 제시 가격 보다 오히려 더 높여 수정 전망했다.

당초 75불로 예측했던 것을 80불로 상향 조정한 것.

JP모건도 4분기 브렌트 평균 유가를 80불로 전망했다.

모건 스탠리는 OPEC+의 생산 증가 규모가 예상보다 적었다며 하반기 유가 상승 요인은 수요 증가 보다 공급 부족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 원유 전량 수입 우리나라 수급 안보 대책, 알맹이 없어

국제유가 상승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비상이 걸렸다.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75불 선까지 치솟으면서 내수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일 ‘석유시장 긴급점검 회의’를 열었는데 내놓은 대책은 밋밋했다.

▲ 원유 수급·석유 가격 상시 모니터링 ▲ 고유가 악용한 사재기 차단 ▲ 유사시 방출 가능한 비축유 점검 ▲ 국내 석유 가격 안정 위한 노력 요청 등이 정부가 내놓은 해법의 전부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향후 수십년 동안 높은 석유 의존도에서 벗어날 수 없어 언제든 유가 급등락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OPEC은 석유 수요 피크 시점을 2040년으로 전망했고 IEA는 2030년까지 세계 석유 수요가 증가하고 이후 2040년 까지 정체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업인 우드맥킨지의 가장 최근 전망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 등은 2030년대 이후 석유 소비가 감소되겠지만 아시아 지역은 2040년까지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 봤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 노력이 확대되고 있지만 석유 중심의 에너지 소비 구조는 상당 기간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셈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도 고유가 위기와 에너지 안보 이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은 ‘일부 글로벌 금융 기관들이 연내 유가가 100불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도 예측하지만 이보다는 중장기 리스크를 더 주목해야 한다’며 글로벌 자원개발 투자가 부진한 영향으로 국제유가 급등 위기를 겪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은 “2014년 하반기 이후 유가가 폭락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업스트림 투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고 2018년 이후 유가가 상승했지만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다시 자원개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댓가를 치뤄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석유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후 OPEC 산유국들이 공급을 늘리고 여유 생산 능력이 줄게 되면 그동안의 세계 자원개발 투자 위축 영향으로 수급 밸런스 불균형이 발생하면서 유가가 상승하는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경고한 것.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은 “지금은 전 세계가 에너지 전환 이슈에 묻혀 있지만 국제유가가 하향 안정화되지 않고 상승기에 접어드는 때가 되면 유전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나 기업들이 굉장히 큰 수익성을 확보하게 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는 에너지 안보 이슈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 때를 대비해서 우리나라도 인내하고 자원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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