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부실 투자 여파로 자원개발에 족쇄

2011년 7100억 달했던 정부 출자액, 1.9%로 줄어

비인기 해외 사업 참여로 명맥 유지, 본연 역할 잃어

인하대 신현돈 교수 ‘전 정권 잘못된 투자 부실, 정부 관심 안둬’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석유공사는 100% 정부 출자 공기업이다.

석유공사법 1조에 명시된 석유공사 설립의 첫 번째 취지는 ‘석유 자원 개발’로 ‘석유 수급 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실제로 석유공사는 국내 대륙붕인 동해 가스전 개발에 성공하며 우리나라를 세계 95번째 산유국 대열에 합류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석유공사가 해외 자원 사업을 위해 진출한 나라도 영국, 미국, 베트남, 베네수엘라 등 전 세계 16개국에 달한다.

이들 국가에서 자원 생산 19개 사업을 포함해 개발 1개, 탐사 7개 등 총 27건의 사업이 진행중이다.

지난 해 말 기준 석유공사는 하루 164.1Mboed, 1,247.2MMboe의 매장량을 확보했다.

그런 석유공사의 자원 개발이 사실상 멈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를 산유국에 진입시킨 유일한 자원 창고인 동해가스전은 내년 수명을 다하고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CCS) 창고로 활용될 예정이다.

현재 인근의 대륙붕 탐사가 진행중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장담할 수 없다.

부존 자원이 부족한 우리 땅 대신 다른 나라에서 유맥(油脈)을 발굴하려는 시도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중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쇼핑한 해외 자산의 부실이 심각해지자 정부가 내놓은 해법 때문이다.

정부는 석유공사의 독자적인 해외자원개발 참여를 제한했고 출자를 비롯해 유전 개발 관련 예산을 크게 줄였다.

◇ 석유공사 자원개발 투자액 급감

석유공사 자원개발 투자액은 매년 급감하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외 자원 개발 투자는 2011년 45억6400만불로 정점을 기록했다.

2011년은 이명박 정부가 국정 과제로 해외자원 개발 활성화에 천문학적 투자를 진행하던 때이다.

그런데 정권 교체 이후 자원개발 투자는 급격히 감소해 2017년에는 2억800만불에 그쳤다.

2011년 투자액의 4.5%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

지난 해 투자액도 3억7300만불에 그쳤는데 이미 확보한 국내외 자산의 유지 보수, 관리, 운영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동해가스전을 비롯해 올해 3월 기준 석유공사의 국내외 참여 광구가 32곳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새롭게 자원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재원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다.

[석유공사 자원 사업 참여 현황, 2021년 3월말 기준] (자료 출처 : 석유공사)

이명박 정부 당시 캐나다 하베스트 등 부실 해외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한 결과 천문학적 국고 낭비로 이어지면서 석유공사의 해외 자원 개발 신규 투자에 족쇄를 달아 놓은 결과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의 대규모 부실이 확인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는 석유공사 해외 자산 매각, 신규 자원 개발 투자 금지 등의 극약 처방을 내렸다.

2016년 6월 열린 제14차 에너지위원회에서 자원개발 추진체계 개선방안이 의결됐는데 자원개발 공기업의 내실화를 명분으로 사실상 민간 자원 개발 기업을 지원하는 역할로 제한시킨 것.

당시 의결 내용에 따르면 축적된 해외 자원 개발 기술을 민간에 제공하는 한편 민간이 주도하는 자원 개발 사업에 현물출자 등을 통해 5% 이내의 최소 지분만 참여할 수 있도록 묶어 놓았다.

정부 재정 지원도 크게 줄였다.

◇ 2020년 이후 제한적 해외 사업 참여

2011년 7100억원에 달했던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액은 정권 교체 이후 급감하며 2015년 570억원 대로 떨어졌다.

지난 해에는 135억원으로 또 쪼그라들었다.

정부 출자액이 2011년 대비 1.9%까지 줄어든 것.

석유공사 대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워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 해외 확보 자산의 부실이 커지면서 천문학적 혈세 낭비로 이어진데 대한 책임을 석유공사로 돌리고 본연의 역할인 자원개발을 제한한 결과이다.

그나마 2020년 들어 석유공사는 제한적으로나마 해외 자원 사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난 해 3월 아랍에미레이트(UAE) 아부다비 국영석유사(ADNOC) ADNOC Onshore 생산 사업에 0.9%의 지분을 참여했다.

이 사업의 우리나라 측 지분은 3%로 이중 민간 기업인 GS에너지가 2.1%를 확보했고 석유공사는 0.9%에 그쳤다.

지난 해 9월 탐사 사업으로 세네갈 UDO에 20%, 카작 10 광구 조사권 80%의 지분을 참여했는데 인기가 없어 투입 비용이 크지 않았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지난 해 확보한 세네갈 신규 광구 탐사 PSC(생산물 분배 계약)은 아프리카 등 오지에 위치한 개발 광구의 입찰 경쟁이 치열하지 않고 광구 참여 과정에서 해당 국가에 별도의 프리미엄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한된 예산 범위 안에서 신규 사업 참여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개발 사업자에게 광구 소유와 통제 권한이 부여되고 생산 자원의 소유권도 확보할 수 있는 조광 계약과 달리 해당 국가가 개발 자원 소유권을 확보하고 지분 참여자는 계약 비율에 따른 수익만 챙길 수 있는 비인기 지역의 PSC 사업에 큰 돈 들이지 않고 참여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인하대 신현돈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 이후 10년이 지나는 동안 고유가 상황에서 조차 자원 개발을 추진하지 않을 정도로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며 “이전 정권의 잘못된 투자로 부실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관심을 두지 않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신현돈 교수는 또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에 내몰린 공기업중 부실이 더욱 심해진 광물자원공사는 사라졌고 석유공사는 자본잠식 상태에 처해 있는데 정부 입장에서는 남의 일인 것처럼 되어 있다”며 “자원 확보의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만큼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해 석유공사가 본래의 역할에 나설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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