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개발 위축 → 기업 채용 줄고 → 대학 전공도 외면

자원 개발 공기업 석유공사 조차 최근 5년 인력 채용 ‘0’

SK·포스코 등 개발 업체 대신 소규모 플랜트 업체에 취직

고유가 시기 도래, 안보 이슈 등장할 때 인력 개발 때 늦어

인하대 신현돈 교수 ‘공공 참여 선행돼야 민간도 동기 부여’

에경연 이달석 위원 ‘자원 확보 소홀하면 안보 이슈 다시 등장'

지난 2009년 2월 열린 자원개발특성화대학 사업 협약식에서 당시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이 10개 선정 대학 총장들과 협약식을 갖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석유 자원 개발’을 위해 설립된 석유공사의 신규 인력 채용에서 자원개발 전문 인력 비중이 줄고 있다.

정부가 지난 2009년 야심차게 도입했던 자원개발특성화대학도 2019년 종료됐다.

자원 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나 민간 개발 업체의 전문 인력 채용 수요가 줄면서 대학 학과 폐쇄, 전공 기피 등으로 이어지고 있고 전문가 양성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본지가 확보한 석유공사 인력 현황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자원 개발 전문 인력 신규 채용은 한 해 50명을 넘기도 했다.

2007년 석유공사는 85명의 인력을 채용했는데 이중 66%에 달하는 56명을 자원개발 전문 인력으로 충원했다.

2008년에는 21명의 신규 인력을 뽑았는데 모두 자원 개발 전문 인력들이었다.

그만큼 자원 개발을 전공한 전문가들에 대한 인력 수요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는 신규 채용이 없거나 소수에 그치고 있다.

석유공사는 2013년 이후 올해 사이 다섯 차례나 단 한명의 자원개발 전문 인력을 채용하지 않았다.

석유공사의 심각한 재정 악화로 인력 채용이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지난 해에는 22명의 인력을 채용했는데 이중 자원개발 분야 인력은 18%에 불과한 4명에 그치는 등 석유공사 자원개발 인력 수급이 극히 저조한 상황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공사에 대한 출자 등 정부 재정 지원이 크게 줄었고 해외 자원 개발 사업 참여도 제한하는 일련의 조치로 자원 개발 인력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 전문가 부족하다며 인력 양성 나섰지만 다시 외면

지난 2009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서울대와 한양대, 강원대, 동아대, 부경대, 전남대, 조선대, 해양대, 세종대, 인하대 등 10개 대학을 자원개발 특성화 대학으로 지정하고 전문 인력 양성 지원에 착수했다.

당시 정부는 이들 대학과 협약을 맺어 자원개발 전문 인력 양성에 필요한 재정과 연구, 현장 실습 등을 지원하고 배출 인력은 해외자원개발 현장이나 연구, 교육 전문 인력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전격적으로 자원개발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선 배경에 대해서는 ‘경쟁국에 비해 양과 질에서 전문가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당시 정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원 개발 전문 인력 배출은 크게 위축되는 상황이었다.

1980년대 전국 13개 대학에 자원공학과가 운영되며 한해 520명의 전공자가 배출됐는데 2008년에는 6개 대학에서 110명이 배출될 정도로 줄었다.

2008년 우리나라 전체 자원개발 관련 국내 기업과 연구소 등의 전문 인력은 약 7~800여명에 그쳤는데 같은 기간 일본은 우리 보다 4배가 넘는 3500명, 전 세계 50위권인 미국의 자원개발기업 Anadarko사가 보유한 3800명에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자원개발 기업들의 자원개발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이 분야 인력 수요가 줄었고 대학들도 전문 인력 양성 창구를 닫은 영향이 컸는데 현재 유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본 지가 산업통상자원부에 확인한 결과 자원개발특성화대학 사업은 지난 2019년 3월 종료됐다.

부실 자원개발 사업 추진에 따른 국부 낭비 등의 문제로 지원 예산을 중단했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다만 자원 개발을 전공하는 고급 인력 양성이 중단돼서는 안된다는 관련 업계의 요청을 받아 들여 지난 6월 ‘자원개발 인력 양성 사업’이라는 명칭으로 부활돼 2025년까지 정부 지원 사업이 추진된다.

문제는 정부 지원 규모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자원개발특성화대학 사업에는 연간 35억 규모가 지원됐는데 자원개발 인력 양성 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올해 예산은 11억2500만원이 책정되는데 그쳤다.

운용 방식도 자원 개발 관련 3개 과제를 선정해 1개 과제당 5개 대학원씩 총 15개 연구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 공공·민간 채용 수요 줄면서 대학 교육도 위축

이에 대해 인하대 신현돈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정부가 자원개발 특성화 인력 지원을 없애거나 줄이고 있고 기업 차원에서도 채용 수요가 크게 줄면서 향후 전문 인력이 필요한 시점에 수급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신현돈 교수는 “석유공사는 물론이고 민간 부문의 자원개발 참여가 크게 위축되면서 자원 개발 전문 인력들의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와 한양대, 인하대 등 일부 대학에서 자원개발을 전공한 인력들이 배출되고는 있지만 포스코 등에서 연간 1~2명 채용하는데 그치고 일부 인력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취업하는 경우도 있어 학교 차원에서도 취업 루트에 따라 커리큘럼을 바꾸며 대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외자원개발협회 유형근 차장도 “이전에는 SK나 포스코 등의 자원 개발 대기업에 채용 수요가 있었고 전공자중 50% 까지도 취업이 됐었는데 현재는 자원 개발 관련 중공업이나 플랜트 분야의 작은 기업에 제한적으로 취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형근 차장은 또 “해외에서는 자원 개발 인력 지원을 일부 줄이기는 했지만 향후 상당 기간 동안 화석연료 수요가 계속 된다고 판단해 여전히 인력을 양성하고 취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향”이라고 지적했다.

신현돈 교수도 “최근 수년 동안의 저유가 상황에 더해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기조와 맞물려 캐나다 캘거리대학 등 해외 주요 대학에서 자원 개발 관련 학과가 없어지거나 전공 인력을 줄이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도 향후 수십년 동안 석유 자원은 주종 에너지로의 지위를 유지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글로벌 고유가 상황 등에 직면할 기회들이 분명히 오게 된다’며 양질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과 지원은 계속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돈 교수는 “탐사나 개발 분야의 리스크가 커 정부와 공기업이 먼저 자원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모습이 보여 져야 민간 기업에도 참여 동기가 부여되며 전반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는데 현재는 자원개발 사업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조직내에서 죄인이 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공기업도 그리고 민간기업도 쉽게 나서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유가가 100불대를 넘어서는 상황이 오게 되면 다시 자원개발과 확보에 관심을 갖게 될텐데 전문인력이 부재한 상황에서 때는 늦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명예 선임연구위원은 ‘자원개발은 우리나라 같은 자원빈국의 국가 경제에 분명히 기여하기 때문에 인내를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달석 위원은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대세인 것은 맞지만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송과 석유화학 용도의 석유 수요는 상당 기간 동안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장기적으로 석유 수요 늘지 않는 시점이 오더라도 전체 에너지원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높게 유지되며 석유에 의존해야 할텐데 자원확보를 소홀히 하면 에너지 안보 이슈는 분명히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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