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NH알뜰주유소에 특별 장려금 150억원 지원

석유공사는 공급가격 차등 개편, 할인폭 최대 21.2원/ℓ 확대

정제마진 마이너스 속 상반기 5조 적자, 지원 여력 없다는 정유사

‘출혈 경쟁 유도 알뜰, 안으로는 보조금 챙긴다’ 일반 주유소 반발

‘공적 기관 개입해 무수익 석유 유통, 시장 교란 여지 높다’ 국책硏 지적

‘불공정 거래 조정 알뜰 정책 항의 위해 단체행동 계획중’ 주유소협회

농협 NH알뜰주유소 모습(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없음)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농협 NH알뜰주유소를 운영 중인 농협중앙회가 NH알뜰주유소의 경영지원을 위해 약 150억원의 장려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영 알뜰주유소 운영권자인 석유공사가 최근 공급 가격 인하에 초점을 맞춘 ‘차등할인제도’를 확대 적용한 것과 맞물려 정유사와 일반 주유소 업계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상반기만 5조원 넘는 손실을 기록한 정유업계 그리고 알뜰주유소 출혈 경쟁에 수익성이 악화되는 일반 주유소들은 생존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는 반응이다. 

본 지가 농협중앙회에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NH알뜰주유소 운영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감소와 오랜 장마·태풍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휘발유 리터당 20원, 경유 리터당 15원씩의 장려금을 지급했다.

이번에 지급된 장려금은 전국적으로 약 150억원 규모에 달한다.

8월 말 기준 NH알뜰주유소가 606곳인 것을 감안하면 주유소 한 곳당 평균 2475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이 지원됐다.

더욱이 이번 장려금은 농협중앙회가 계열 주유소에 매년 연말 지급하는 성과장려금이나 이용 고배당과는 별도의 조치로 확인됐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농협중앙회를 통해 매입한 물량을 대상으로 매입 원가에서 지원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지급된 것.

NH알뜰주유소들은 통상적으로 지원받은 성과장려금 역시 연말에 받을 수 있다.

◇ 석유공사는 공급가격 차등 할인 제도 개편

석유공사도 최근 자영 알뜰주유소를 대상으로 시행중인 ‘공급가격 차등 할인 제도’를 개편해 공급 가격 할인폭을 낮췄다.

공급가격 차등 할인제도는 석유공사와 상표 사용 계약을 맺고 있는 알뜰 주유소 중에서 의무 구매 물량 준수 여부, 품질 관리 요건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추가적으로 기름 공급 가격을 낮춰주는 제도이다.

이와 관련해 석유공사는 최근 관련 제도를 개편해 전국 평균 석유 판매 가격 대비 일정 수준 이하로 판매하는 주유소는 리터당 9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석유공사를 통해 석유를 구매하는 비율을 반영해 할인 적용하는 구간을 확대하는 등의 조치로 실제 공급 가격을 인하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번 공급가격 차등 할인 제도 개편으로 자영 알뜰주유소에게 공급되는 기름값 할인폭은 최대 21.2원까지 확대됐다.

문제는 농협중앙회와 석유공사 등 알뜰주유소 운영 주체들이 계열 알뜰주유소에 지원금을 지급하거나 공급 가격 할인에 나서면서 일반 주유소들의 경쟁력이 더욱 위협받게 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반 주유소 업계는 석유공사가 자영알뜰주유소에 적용되는 공급가격 차등 할인제도를 개편한데 이어 농협중앙회도 NH알뜰주유소에 장려금을 지급한 것이 알려지면서 불만이 증폭되는 분위기이다.

경쟁을 유도해 시중 기름값을 낮추겠다며 정부가 상표를 등록하고 공기업인 석유공사나 정부 감독을 받는 농협중앙회 등을 통해 운영중인 알뜰주유소들이 겉으로는 기름값을 낮춰 판매하고 있지만 그 한편에서는 공급사로부터 다양한 보전과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한 일반주유소 운영자는 “정부가 알뜰 정책으로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더니 알뜰주유소 조차 어려워지자 할인이나 장려금 명목으로 알뜰주유소에 보전해주는 것은 정부 스스로 알뜰주유소가 잘못된 정책임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 공공기관의 시장 개입 문제점 꾸준히 제기돼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고 공기업 등을 동원해 석유 유통 사업을 운영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공정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국책연구원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허경선 박사는 지난 2014년 9월 발표한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기능 분석’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석유공사의 무수익 석유 유통 사업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에서 허경선 박사는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이 민간 사업 기회를 제한하거나 경쟁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언급했고 특히 석유공사가 공익적 측면에서 알뜰주유소 사업 수익률을 민간 보다 매우 낮은 ‘0’ 또는 ‘0’에 가까운 작은 수익만을 발생시키는 것이 시장 교란을 발생시킬 여지가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같은 연구원에 몸담았던 홍우형 부연구위원(현 한성대 교수) 역시 2016년에 발표한 ‘알뜰주유소 진입으로 인한 시장경쟁효과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알뜰주유소 도입 취지는 석유가격을 인하하는 것으로 석유공사가 높은 이윤을 취하는 것이 부적합할 수도 있지만 시장보다 지나치게 낮은 이윤을 취하는 것 역시 장기적으로 시장질서와 공정 경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윤 추구가 목적인 민간기업들이 공익을 앞세운 공기업들과 시장에서 경쟁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지적들인데 실제로 석유공사나 농협중앙회가 수익 확보와 무관하게 계열 알뜰주유소에 적용하는 공급가격을 낮추거나 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정유업계 조차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비치고 있다.

정제마진 추이(자료:증권업계)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석유 소비가 감소하고 정제마진이 장기간 마이너스를 유지중인 상황에서 알뜰주유소 운영업체들의 가격 할인 전략을 따라갈 수 없다는 반응이다.

원유 가격과 석유 판매 가격 간의 차이를 나타내는 정제마진은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3월 셋째 주에 마이너스로 추락한 이후 현재까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달 셋째 주에는 플러스로 반등해 배럴당 0.6불을 기록했지만 통상적으로 배럴당 4~5불선의 정제마진이 손익 분기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유업계는 석유를 정제하고 판매할수록 손실을 보는 구조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정유사 관계자는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 역시 정유사들이 생산한 제품들인데 석유공사나 농협중앙회가 공익이나 조합원 이익 보호를 이유로 자체적인 수익성은 무시한 채 공급 가격을 낮추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며 “현재 정유사들은 거래 주유소를 추가적으로 보조할 여력이 없고 생존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으로 정부가 공공성을 앞세워 최소한의 시장 경쟁 질서 조차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주유소 사업자 단체인 주유소협회는 알뜰주유소 지원을 통해 시장을 왜곡시키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유소협회 심재명 팀장은 "정부가 개입해 만들어진 알뜰주유소에 공급사인 석유공사나 농협중앙회가 장려금을 지원하는 것은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고 일반 국민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불공정 거래를 조장하는 알뜰정책에 항의하고 경각심을 주기 위해 항의시위 등 단체행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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