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 기획 : 위기의 석유산업, 탈출구는 없나? ④]

기름값 왜곡 논란 여전, 알뜰 차등 할인 강화해 21.2원/ℓ 더 낮춰

지난해는 유류세 환원 때 알뜰에 인센티브, 기름값 왜곡 비난 사

국정감사서 시장 왜곡 단골 메뉴, 법무법인도 불공정 가능성 지적

권명호 의원 ‘시장 중립성 훼손 검토, 정부 개입 중단 필요성’도 제기

석유유통·주유소협회 등도 공정위 제소·동맹휴업 가능성 등 시사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석유공사는 지난 해 석유사업부문에서 103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석유공사 재무제표에 따르면 ‘석유사업부문’은 알뜰주유소 운영과 관련한 석유유통구조 개선사업과 석유상품 판매가 해당된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두고 석유공사가 정부 정책 사업의 일환으로 적자를 감수하면서 알뜰주유소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 경쟁을 해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석유 사업 부문 영업손실율 17% 달해

석유공사가 공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 사업 부문 매출액은 608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매출원가는 709억에 달했다.

당연히 적자가 날 수 밖에 없었는데 영업손실액은 10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율은 16.9%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매출원가 반영 시 경영관리부분, 기획예산 등의 지원 분야 원가가 배분이 돼 실제 알뜰 관련 사업단의 영업 비용보다 많이 인식해 마이너스 손실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경우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각 사업 부문이 독립적인 '구분 회계'로 처리돼야 경쟁 중립성이 확보되는 회계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살 수 있다.

석유공사는 '석유사업부문만으로는 손실을 보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구체적인 실적은 뽑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석유공사 해명대로라면 '정부 정책 사업'으로 추진되는 알뜰주유소 운영을 통해 얼마나 손익이 발생하는지를 석유공사 스스로도 관리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알뜰주유소 운영이 ‘정부 정책 사업’으로 추진되면서 시장 경제가 무시된 결과라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정책 사업’은 사업 추진 동기가 공기업 자체 판단이 아닌 정부 정책 결정으로 수행되는 사업을 의미한다.

실제로 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석유 유통 경쟁을 촉진해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겠다며 상표 등록했고 자원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에 운영을 위탁했다.

당시 정부는 시중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인하하겠다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알뜰주유소 사업을 런칭했고 석유공사는 도로공사의 고속도로주유소, 농협 계열 주유소 등을 한데 묶어 석유 공동 구매 사업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일반 자영 알뜰주유소와 석유 공급 계약을 맺고 관리하는 석유 대리점 역할도 수행중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불공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100% 출자한 공기업 석유공사가 수익은 무시하고 경쟁 유도에 집중하면서 시장 경제가 왜곡되고 있다는 주유소 업계의 반발이 대표적이다.

국책연구원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허경선 박사는 지난 2014년 발간한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기능 분석’ 보고서에서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사업이 경쟁중립성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허경선 박사는 ‘석유공사는 각각의 사업이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하는 구분회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고 ‘알뜰주유소 사업의 목적, 취지가 석유 가격을 낮게 가져가는 것으로 석유공사는 이익을 내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 중인 것은 경쟁중립성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도 문제 제기했다.

◇ 적자 상태 불구 알뜰에 인센티브 지원

손익계산서상 지난 해 석유사업부문에서 상당한 영업 손실을 기록한 석유공사는 당시에도 부당한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시중 기름값을 왜곡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가 원상 회복 되는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를 동원해 석유 판매 가격을 왜곡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고유가로 석유 물가가 상승하면서 정부는 2018년 11월 이후 지난 해 9월까지 한시적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취했다.

그 사이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면서 정부는 인하했던 유류세율을 원 상태로 환원하는 조치를 취했는데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를 동원해 시중 석유 가격을 통제했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유류세가 원 상태로 오르면서 그만큼 기름값이 인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석유공사는 유류세 인상분을 소비자 가격에 덜 반영하도록 알뜰주유소에게 손실분 만큼 인센티브로 보전하는 조치를 취해 논란을 야기했다.

실제로 당시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 운영자들에게 ‘정부 유류세 인하 종료 관련 안내문’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발송하고 ‘유류세가 원래 수준으로 환원되는 과정에서 세율을 인상하지 않고 기름값 인하에 협조하면 리터당 최대 40원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해 정부의 유류세 환원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에게 보낸 공문 중 일부 내용. 공급 가격 규정에 유류세 환원 가격을 억제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표현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주유소협회 등 석유 사업자 단체들은 ‘정부가 석유 가격을 통제하는 반 시장적인 행태’라며 강력 반발하며 논란이 일었다.

9월 열린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문제로 지적됐는데 당시 최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 갑)은 ‘정부의 유류세 환원 조치 이후 석유공사의 인센티브를 받아 온 알뜰주유소들이 지원이 종료되자 일반주유소들 보다 기름값을 더 올렸다’며 문제 제기했다.

최인호 의원에 따르면 유류세가 원상태로 환원되기 직전과 비교해 석유공사의 인센티브 지원이 종료된 이후 알뜰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리터당 51원 올랐는데 일반주유소들은 45원 상승하는데 그쳤다.

유류세가 원상 회복되는 과정에서 알뜰주유소들은 석유공사의 인센티브를 지원받아 기름값 인상을 자제하며 일반 주유소들의 기름값 정상화를 억제해 시장을 왜곡했고 인센티브가 종료된 이후에는 인상을 유보했던 기름값을 한꺼번에 올려 이득을 챙겼다는 지적이다.

◇ 올해도 차등 할인 통해 공급가격 추가 인하

올해 들어서도 석유공사는 지난 9월 ‘알뜰주유소 공급가격 차등 할인 제도’를 개정하며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석유공사와 거래중인 알뜰 주유소 중에서 계약서에 명시된 의무 구매 물량 준수나 기름값 인하 판매 여부를 비롯해 품질 관리 요건 등 다양한 조건을 충족하면 석유 공급 가격을 차등 할인해주는 것이 이 제도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석유공사는 이번 제도에 ‘전국 석유 평균 가격 대비 저가 판매 할인 조항’을 신설했고 최대 150원 이상 낮게 판매하는 주유소는 리터당 9원의 추가 할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석유공사와 체결한 계약서 상의 의무 구매 물량을 준수하면 리터당 5원을 추가 할인해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시설 개선 자금을 포함한 다양한 정부 지원을 받아 정부 상표인 알뜰 브랜드를 도입하고도 판매하는 석유는 현물 시장 등 다른 창구를 통해 구매하는 편법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번 ‘공급가격 차등 할인 제도’ 개편으로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적용되는 할인폭이 최대 21.2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료 : 한국석유공사 '공급가격 차등할인제도' 개정 안내문 중 발췌

석유공사를 동원해 정부가 주유소 시장 경제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위에 올랐다.

국회 권명호 의원(국민의힘 울산 동구)은 20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사업 운영과 관련해 법무법인 광장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결과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지적받은 것과 관련해 정부 개입 중단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권명호 의원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은 석유공사의 알뜰주유소 운영이나 재무적 투자 등과 관련한 유권해석 의뢰에 ‘공정 경쟁을 저해할 우려가 상당한 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제기될 여지가 있다’고 자문했다.

석유공사 스스로도 알뜰주유소 사업의 불공정 가능성을 의식했고 법무법인에 의뢰한 유권해석에서는 공정 경쟁 저해 가능성을 확인받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권명호 의원은 “석유공사가 알뜰주유소 상표권자인 정부의 위탁을 받아 자영알뜰주유소 사업을 수행한지 만 8년이 지났는데 현 사업수행이 시장 중립성을 훼손하거나 불공정 행위는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알뜰주유소가 조합의 형태로 충분한 구매력과 자율경영이 가능하고 최근 유가가 알뜰주유소 도입될 때보다 상당히 낮게 유지되면서 정부의 재정지원이나 시장 개입 중단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석유 업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는데 석유유통협회 김정훈 회장은 알뜰주유소 정책을 ‘출발선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고 ‘현 제도 아래서는 알뜰주유소만 살고 일반주유소는 망할 수밖에 없는 불공정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은 “최근 알뜰주유소 저가 공급과 인센티브까지 확대돼 일반주유소들의 불만이 폭주되고 있다”며 “대규모 항의집회나 동맹휴업 등 협회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 방안을 추진해 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데 석유공사가 주유소 업계의 요구를 들어 주지 않으면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나 대규모 궐기대회, 동맹휴업 등 비판의 수위를 높여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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