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 세금 인상 제안에 석유업계 반박

미세먼지 저감율 0.2% 그치고 57만 영세 운송업 생존 위협

'내연기관차 퇴출은 석유ㆍ車산업 글로벌 경쟁력 포기 선언'

에경연 김재경 위원, '가격탄력성 낮아 담배세 인상과 같은 결과' 우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저감을 명분으로 경유세 인상, 내연기관차 퇴출 등을 정부에 공식 제안한 가운데 석유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주유소 주유기에 휘발유와 경유 등의 유종이 표기되어 있는 모습.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저감을 명분으로 경유세 인상,  2035년 이후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등을 정부에 제안한 가운데 석유업계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석유협회, 석유유통협회, 주유소협회 등 석유 관련 단체들은 최근 국가기후환경회의에 의견서를 내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환경 영향 등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우선 진행하는 등 경유세 인상이 요구되는 상황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 선언과 관련해서는 환경성, 전력수급, 국가재정, 고용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전망 등을 균형있게 고려해 퇴출 시기 선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 경유세 인상은 에너지 수급 불균형 초래

국가기후환경회의는 현재 휘발유 대비 88% 수준인 경유 가격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95 수준으로 올리고 OECD 권고 수준인 100까지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시했다.

경유 가격이 올라가면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되고 있는 경유차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인데 석유업계는 국가 에너지 수급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유 가격을 OECD 평균으로 인상하더라도 미세먼지 저감율은 0.2%에 불과하지만 경유세를 10% 인상하면 57만명에 이르는 영세 운송업 종사자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된다는 것.

환경영향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선행되는 등 경유세 인상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미세먼지 형성 원인에 대한 연구는 다수 진행됐지만 원인물질을 분석하는 연구는 미흡한 상황으로 미세먼지 저감정책 결정에 앞서 과학적인 분석이 우선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석유업계는 경유세 인상에 따른 환경개선 효과나 석유와 자동차, 운송업계 등 국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분석 없이 경유 소비만 줄이겠다는 목적의 세율 인상은 국내 에너지 수급 불균형과 관련 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제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세수 중립 원칙과 에너지원별 세제 형평성을 감안해 경유세 인상시 휘발유세 인하 등 국민부담이 가중되지 않는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 내연기관 퇴출선언, 국가 기간산업 고려 신중해야

내연 기관 퇴출 선언과 관련해서는 환경성과 전력수급, 국가재정, 고용 등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해외전망 등을 균형있게 고려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내연기관차가 퇴출되더라도 친환경차 연료인 전기나 수소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석탄 발전, 그레이 수소 등을 사용하는 것이 불가피해 미세먼지나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가 수출 경쟁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와 정유, 석유화학 산업은 국가 수출액의 27.4%를 차지하고 있고 국내 제조업 총부가가치의 19.4%, 고용의 14.3%를 차지하는 등 근간이 되는 산업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내연기관차 퇴출 선언은 석유산업과 자동차산업이 어렵게 쌓아올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스스로 차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대안으로 내연기관 퇴출 대신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더불어 기존 내연기관의 기술 개발을 유도하는 투트랙 전략도 주문하고 있다.

자동차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면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엔진 연소나 후처리장치 기술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 도로부문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석유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고려해 친환경차 보급 확대와 별개로 내연기관의 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R&D 투자 등이 이어질 수 있도록 내연기관 퇴출 선언은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과거 담배세 인상같이 경유세 가격탄력성 낮아

한편 미세먼지 저감을 명분으로 내세운 경유세 인상을 담배세와 연계하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에너지 전문가 의견이 주목을 끌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은 "과거 정부는 금연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담배세를 인상했지만 담배 소비는 크게 줄지 않고 도리어 세수만 증가시켰다는 비난을 받은 바 있다"며 "이번 경유세 인상 역시 과거 담배세 인상과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해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담배의 가격탄력성이 낮은 특성을 원인으로 꼽았다.

즉 소비가 담배가격에 반응하는 정도가 낮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가도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는 있지만 결국에는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간다는 것.

경유 역시 가격탄력성이 낮아 경유세금을 올려도 경유 소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는 것이 김재경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김 연구위원은 “마치 미세먼지의 절대적인 해결책으로 '경유세 인상'만을 고집하시는 분들이 있어 안타깝다”며 “정부가 과거 담배세 인상의 교훈을 잘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발표한 ‘자동차의 전력화(electrification) 확산에 대비한 수송용 에너지 가격 및 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를 통해 수송용 에너지원이 생산되는 단계 부터 운송, 저장 등의 과정을 거쳐 차량 운행에 사용되는 모든 과정인 'Well-to-Wheel' 과정을 감안하면 전기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휘발유차의 53%, 미세먼지(PM10)는 92.7% 수준을 배출해 무공해 차량(Zero Emission Vehicle)으로 정의하면 안된다고 지적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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