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정유사 생산 4.6%·내수 5.6%·수출물량 13.4% 줄어

경유 소비는 23% 떨어져, 코로나 영향 2월 감소폭 더 클 듯

복합정제마진도 마이너스, 팔수록 손해·가동율 축소 검토

장기 계약 원유 도입 불가피, 저장시설 부족 현상까지 우려

올해 들어 내수 석유 생산과 소비, 수출이 모두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제마진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정유사들이 비상에 걸렸다. 사진은 주유소 주유기의 스크린 화면.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정제마진은 폭락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이 잇따라 정제설비 신증설에 나서면서 수출 물량은 줄어들고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미세먼지 이슈에 밀리고 코로나 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도로 수송 부문 석유 소비는 감소세를 기록중이다.

일부 정유사들은 정제 가동율을 줄이고 있고 인력 구조조정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정유사는 망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 국가 주력 수출 품목 석유, 흔들

지난 1월 기준 국내 석유 생산은 물론이고 석유 수출과 내수 소비 모두 큰 폭으로 줄었다.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올해 1월 석유 국내 생산량은 1억834만 배럴을 기록했다.

지난 해 같은 기간 생산량이 비해 4.6%나 감소한 것.

수출과 소비도 상당 폭 줄었다.

* 수출은 수출과 국제벙커링의 합계임

1월 석유 수출 물량은 4798만 배럴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4%가 감소했다.

대표적인 수송연료인 휘발유와 경유 수출 물량은 두자릿 수가 줄었다.

1월 휘발유와 경유 수출 물량은 각각 722만 배럴과 1718만 배럴로 집계됐고 전년 동기 대비 19.3%, 16.3%가 감소했다.

석유제품은 지난 해 총 406억불이 수출되며 반도체, 자동차 등에 이어 금액 기준 5위의 기여도를 보였을 만큼 국가 주력 수출 상품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국 등 경쟁국의 신규 정제설비 가동으로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 컸다고 분석하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 해 이후 최근까지 아시아 역내 정제설비 증설 용량은 중국이 124만 b/d, 말레이시아 30만 b/d, 브루나이 17만 b/d에 달한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생산 제품 중 절반 가까이를 수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인데 이 같은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휘발유, 경유 두자릿 수 소비 감소, 2월은 더 심각할 듯

내수 소비도 크게 위축되는 모양새이다.

1월 석유 내수는 8066만 배럴에 그쳐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가 줄었다.

특히 도로 수송과 물동량을 가늠할 수 있는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월 휘발유 국내 소비량은 615만 배럴, 경유는 1177만 배럴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휘발유는 16.0%, 경유는 23.5%나 줄어든 것.

2월 내수는 더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는데다 산업체는 물론이고 일반 점포 등의 휴업이 늘어나면서 산업 물동량이 크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2월 국내 석유 소비 동향이 아직 집계되지 않아 정확한 흐름은 확인할 수 없지만 코로나 19가 가장 확산중인 대구, 경북 지역은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역내 주유소 석유 판매량이 많게는 절반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대리점 사업자 단체인 석유유통협회 김상환 실장은 “대구, 경북 지역 석유대리점 3곳에 문의한 결과 코로나 19 사태로 지역 내 자동차나 산업 물동량 이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고 주유소 석유 판매는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50%까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 단계 판매량이 크게 위축되면서 석유대리점들 역시 재고가 쌓여 정유사에 신규 주문을 넣지 못할 정도라는 분위기도 전했다.

◇ 마이너스 정제마진, 팔수록 손해

정유사들의 정제 부문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SK에너지를 비롯한 국내 4개 정유사의 지난 해 정제 부문 영업 이익률은 1.4%에 그쳤다.

2018년 정제부문 영업이익률 역시 1.9%에 불과했던 것을 감안하면 2년 연속 1%대에 머무르고 있고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해 S-OIL은 정유부문에서 19조86억원에 달하는 석유제품을 팔았지만 오히려 253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 보는 구조인 셈인데 가장 큰 이유는 정제마진 추락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발표하는 'Oil Market Report'에 따르면 지난 해 평균 '단순 정제 마진(Hydro Skimming Margin)'은 배럴당 마이너스(-)1.29불을 기록했다.

단순 정제 마진은 원유를 정제탑에 투입, 생산된 석유제품에 기본적인 탈황이나 개질 작업을 거쳐 판매할 때의 마진이다.

지난 해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거래된 옥탄가 92 휘발유(92RON) 평균 가격은 1배럴에 69.53불.

단순 정제 마진 기준으로 1배럴에 69불짜리 석유제품을 판매할 때 마다 1.29불을 손해봤던 셈이다.

가격이 낮은 저급 연료인 중질유를 크래킹 과정 등을 거쳐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석유로 전환해 판매할 때의 부가가치가 포함된 '복합 정제 마진(Hydro Cracking Margin)'도 3.22불에 그쳤다.

2015년 당시 평균 복합 정제 마진이 배럴당 6.24불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중이다.

정제마진은 올해도 추락중으로 1월에는 단순 정제 마진이 배럴당 마이너스 7불 수준까지 떨어졌고 복합 정제 마진 조차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 원유 장기 계약에 가동율 못줄이는데 저장 시설은 포화

내수와 수출 모두 확연하게 감소중이고 수익성 지표가 되는 정제마진까지 추락하면서 정유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산 석유제품 판로가 막히면서 일부 정유사는 정제 가동율 축소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그마져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한 정유사는 3월 들어 정제 가동율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다른 정유사들은 가동 축소 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원유 대부분이 장기 고정으로 계약돼 있어 정제 가동율과 상관없이 도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원유나 석유제품 저장 시설 부족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내수는 위축되고 수출 여건은 좋지 않아 현 상황에서는 가동율을 줄일 수 밖에 없는데 원유나 석유제품을 저장할 탱크 확보 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현물 시장에서 스팟 형태로 구입하는 원유 일부를 줄여 도입량을 감축할 여지가 있지만 그마져도 수개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조상범 팀장은 “원유 스팟 거래는 일반적으로 3~4개월 시차를 두고 이뤄지는데 당장 현물 스팟 거래를 줄인다고 해도 도입 물량 감소는 수개월 이후에나 가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력 구조조정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정유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시적으로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인력 재배치나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꾸준히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것.

최근에는 S-OIL이 전격적으로 희망 퇴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까지도 막대한 설비 투자를 진행중인 S-OIL은 창사 이래 단 한 차례도 희망 퇴직을 실시한 적이 없다.

약 5조원이 투자된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이 지난 해 6월 준공됐고 오는 2024년까지 석유화학 2단계 사업인 SC&D(Steam Cracker & Olefin Downstream) 프로젝트에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이다.

하지만 석유화학설비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되는 상황에서 지난 해 정제부문은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석유화학 분야를 포함한 회사 전체 영업이익률도 1.8%에 그치는 등 경영 실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부장급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 퇴직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정유업계 경영에 위기감이 깊어지고 있지만 좀 처럼 정제 마진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정책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선임 연구위원은 “아시아 주변국들의 정제설비가 확대되는 가운데 석유 수요가 줄면서 올해 역시 석유 시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어 왔는데 최근의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상당 기간 정제마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정유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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