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주유소 1% 이익률, 소비자에 대한 미덕 아니다
정유사·주유소 1% 이익률, 소비자에 대한 미덕 아니다
  • 김신 발행인
  • 승인 2020.02.19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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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이타임즈]지난 해 국내 4개 정유사의 정유 부문 매출은 100조를 넘겼는데 영업 이익률이 1.4%로 잠정 집계됐다.

모 정유사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그 전년의 정유 부문 영업이익률도 1.9%에 불과했다.

100원 짜리 물건을 팔아 2원도 채 남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혹여 정유산업의 경쟁력이 더 떨어질까 걱정하는 시선을 찾기가 어렵다.

매출이익률이 1%에 불과하다는 주유소 업계 역시 영업업소 수가 9년 연속 감소하면서 심각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통계나 수치는 분명 정유와 석유유통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정부는 에너지 전환에만 정신이 팔려 있고 소비자들은 기름값이 더 낮기만 바라고 있다.

정유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밉보인 이유는 ‘유가가 올라갈 때 기름값을 빨리 올리고 유가가 떨어질 때는 천천히 내린다’는 ‘토끼와 거북이’ 프레임 영향이 커 보인다.

하지만 원유를 도입해 정제하고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는 과정의 시차와 유통 과정의 경쟁 여건 등으로 석유가격의 비대칭성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제유가 폭등으로 내수 기름값이 치솟자 정부는 TF를 구성해 석유가격 비대칭성 여부를 검토한 적이 있는데 ‘석유 가격 비대칭은 기간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따라 나타날 때도 있고 나타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비대칭성이 나타난다고 정유사가 담합하거나 폭리를 취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도 밝혔다.

비대칭 유형중에는 국제유가 인상폭 보다 내수 기름 가격이 오히려 덜 오르거나 하락폭 보다 더 많이 내린 경우도 포함되는데 이런 경우들이 적지 않게 발생되고 있으니 비대칭이 존재한다고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수도 없다.

단언컨대 석유제품 만큼 유통 과정과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공산품도 없다.

원자재인 원유 가격이나 정유사 생산 원가로 해석되는 싱가포르 현물 거래 가격은 일 단위로 업로드돼 공개된다.

원유 가격과 싱가포르 석유 거래 가격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내수 가격에 반영되고 있으니 트랜드만 대입하면 일반 소비자들도 손쉽게 현재 가격의 적정성과 미래 가격의 방향이 예측 가능하다.

주유소들은 실시간 판매 가격을 보고하도록 법으로 의무화되어 있고 오피넷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되고 있다.

정유사와 주유소 판매 가격의 적정성 여부는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이라는 시민단체가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공개하고 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상표를 직접 런칭하고 에너지 공기업인 석유공사를 내세워 석유를 공동구매해 유통 시장 경쟁을 주도하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시장 개입에 나서고 있다.

국가 주력 수출 상품인 반도체는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어서는데도 비난받지 않고 자동차 산업 이익률이 떨어지면 무역 수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런데 생산 제품 중 절반 가까이를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정유산업은 1%에 불과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면서도 더 가혹한 경쟁을 강요받고 있다.

기업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

고용을 유지하고 신규 채용을 창출하며 시설을 포함한 각종 투자에 나서고 주주에게 배당하며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다양한 이유로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한다.

수출 주력 기업이고 대규모 장치산업이며 내수시장에서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책임지는 정유사와 석유산업도 기업이니 정당하게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장려돼야 한다.

보릿고개를 면할 정도의 수익성만 간신히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에 대한 미덕인 것처럼 정부가 나서 규제로 압박하고 경쟁으로 내모는 것은 석유산업과 시장 경제에 대한 배신이다.

아시아 경쟁국들이 정제 설비 신증설에 나서고 우리 정유사들의 수출 여건이 악화되는 것을 정부가 해결해주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내수만이라도 시장 원리로 작동하고 알아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 개입을 멈춰달라는 주문에는 응답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