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에서 걷힌 교통에너지환경세, 에너지 전입은 ‘0’원

3% 의무 전입도 2014년 이후 폐지, 도로건설에 80% 투입

교통세 말고도 석유부과금·가스안전관리부담금 등 실탄 넉넉

공자기금 예탁 원금만 2조900억원, 이자 수입도 한 해 1356억원

김성환 의원 ‘탄소세 성격 커 세입 50% 이상 에특회계 투입돼야’

해외자원개발 투입도 급감, ‘수요처 늘리거나 징수율 줄이거나’ 지적 높아

휘발유와 경유에서 걷히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에너지 관련 정부 회계에는 한 푼도 배정되지 않고 있어 사용처 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한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기름 주입 후 결제하는 모습.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교통에너지환경세(이하 교통세)는 휘발유와 경유에서 걷힌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에 따르면 세금 부과 대상은 휘발유와 경유 그리고 이와 유사한 대체유류로 규정되어 있다.

‘대체유류’란 교통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불법 제조되는 가짜석유 등을 이른다.

그런데 교통세는 국세 수입의 4% 대를 차지할 정도로 조세 기여도가 높다.

2018년에 15조3천억원 정도 징수된 교통에너지환경세는 내년에는 15조7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세입 예산에 따르면 올해 보다 6.4%가 늘어난 15조7272억원이 걷힐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소비자들은 한 해 15조 이상을 교통세 명목으로 국가에 납부하는 셈이다.

◇ 교통세는 목적세

교통세는 도로나 철도 등 교통시설을 확충하거나 에너지·자원 관련 사업, 환경 보전·개선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된다.

휘발유와 경유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도로 교통, 환경, 에너지 분야의 사회적 비용을 소비자에게 징수하는 목적세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교통세로 걷힌 세입 중 80%는 국토교통부의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배정하고 15%는 환경부가 운용하는 환경개선특별회계, 2%는 기획재정부의 국토균형발전특별회계에 투입하고 있다.

교통세입중 3%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자원개발특별회계(에특회계)에 배정돼 에너지 자원 관련 사업의 재원으로 사용되어 왔다.

◇ 교통세입 3%, 에특회계 의무 전입 조항 없애

그런데 지난 2014년 정부는 에너지자원사업특별회계법을 개정하면서 교통세입 중 3%를 산업부 소관 에특회계에 의무 전입하도록 명문화했던 규정을 없앴다.

대신 ‘정부가 예산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회계에서 에특회계로 전입’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정부’는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로 에특회계 재정 여건을 감안해 그때 그때 알아서 배정하겠다는 것인데 문제는 법 개정 이후 에특회계로 한 푼도 배정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교통세입 배분은 교통시설특별회계에 80%, 환경개선특별회계 15%, 국토균형발전특별회계에 2%, 일반회계에 3%가 배정되고 있다.

산업부 에특회계에 전입되던 예산이 정부 일반회계에 사용되고 있는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 에특회계 여유 재원이 많기 때문…

이달 초 국회에서 열린 내년 정부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산업부 성윤모 장관은 ‘2014년 이후 교통세가 에특회계에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 배경에 대해 성윤모 장관은 ‘에특회계에 여유재원이 많이 남아 교통세입에서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본 지가 산업부 자원안보정책과의 에특회계 담당자에게 다시 확인한 결과 성 장관 설명 처럼 교통세입 중 에특회계로 전입되는 예산은 2014년 이후 없다.

이 담당자 역시 에특회계 여유 재원이 있기 때문에 교통세에서 전입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에너지인 휘발유와 경유에서 징수되는 교통세가 정작 에너지 정책이나 관련 산업에 투입되는 에특회계에 전입되지 않는데 대한 관련 업계의 불만이 적지 않다고 지적하자 이 관계자는 ‘(그런 의견이) 공식적으로 들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 교통세 말고도 각종 에너지 부담금으로 한 해 2조 수입

실제로 에특회계는 교통세에서 전입금이 받지 않아도 여유재원이 넘치고 있다.

에특회계는 교통세 뿐만 아니라 석유와 가스 소비 과정에서 부과되는 각종 부담금으로도 충당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편성한 내년 에특회계 세입안에 따르면 석유수입부과금으로 1조5402억원, 석유판매부과금 2222억원, 가스안전관리부담금 1297억원 등 총 1조8974억원이 징수될 예정이다.

석유 수입 부과금은 원유와 석유제품을 수입할 때 원천 징수돼 소비자가격에 부담되는 사실상의 준조세이다.

석유판매부과금은 고급휘발유와 LPG 부탄에 매겨지는 부담금이고 가스안전관리부담금 역시 가스 안전 등과 관련한 재원 마련을 위해 가스 소비자가 납부하고 있다.

이처럼 에특회계 재원으로 징수되는 각종 법정 부담금의 내년 수입으로 산업부는 1조8974억원을 편성해놓고 있다.

◇ 쓰다 남은 에특회계, 이자 수익만 1356억

주목할 대목은 에특회계에서 쓰다 남은 여유 재원을 맡겨 놓은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 예탁 원금이 무려 2조900억원, 그에 따른 예탁금 이자 수입은 1356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산업부가 편성한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교통세로 걷힌 세금에서 에특회계로 자금 전입이 없어도 또 다시 대규모 흑자가 예상된다.

공공자금관리기금 예탁금을 포함한 내년 에특회계 세입은 5조4779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세출 규모는 3조5534억으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사용할 곳 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오고 그 차액도 2조원에 가까워 공자기금에 예탁해놓고 이자 수입을 올리는 상황인데 이같은 문제는 산업부의 내년 예산 심사 과정에서 국회의 질책을 받았다.

◇ 재원 여유 있어 vs 실제로 여유 있나?

이달 초 열린 국회 예산결산심사 소위에서 산업부 성윤모 장관은 교통세에서 에특회계로 전입되는 예산이 없는 배경에 대해 ‘현재 여유재원이 많이 남는 바람에’라고 설명했는데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구 병)은 ‘가슴에 손을 얹고 실제로 (에특회계) 여유가 있느냐’며 질책했다.

김성환 의원은 ‘휘발유와 경유에서 걷힌 세금이 교통․에너지․환경세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탄소세적 성격이 있기 때문으로 세금 상당 부분은 에너지나 환경 부분에 써야 하는데 이중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산업부가 쓰고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고 지적했다.

김성환 의원은 특히 ‘산업부가 적극적으로 (에너지와 기후 대응 관련) 사업을 하지 않아 에특회계 돈이 남아 도니 교통세입에서 배정하기로 되어 있는 돈도 필요 없다고 판단해서 임의 규정으로 바꾼 것 아니냐’고 물었고 성윤모 장관은 ‘그렇다’고 동의했다.

에특회계로 걷힌 재원의 수요 발굴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 에너지에서 걷힌 세금 도로 닦는데 80% 투입

김성환 의원은 ‘(교통세입이 에특회계로 전입되지 않고 각종 부과금 등으로 걷힌) 돈이라도 적극적으로 써야 되는데 절반밖에 집행하지 않고 있고 나머지는 공자기금에 저축해 그 다음 연도에 세입으로 넣었다가 뺐다가 넣었다가 뺐다가 하는게 맞느냐’고 질책하니 성윤모 장관은 ‘(에특회계 수요처를) 더 적극적으로 개발해서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성환 의원은 또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걷힌 세금을 도로 닦는 데 80% 쓰고 환경부담금에 15% 쓰는 게 안 맞는다’며 ‘탄소세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적어도 50% 이상을 (에특회계를 통한) 기후 위기에 쓰는 게 상식적으로 맞다’고 지적했다.

비단 기후 위기 말고도 에특회계에서 지원되는 해외자원개발 등 안정적 에너지 확보 예산도 큰 폭으로 감소중이다.

◇ 해외자원개발 출자금 7100억 → 135억원으로 쪼그라 들어

에특회계가 투입되는 대표적 사업중 하나인 유전개발사업 출자액은 한 때 한 해 7000억원이 넘었지만 현재는 130억원대로 쪼그라 들었다.

‘유전개발 출자’는 에너지 자원 개발 공기업인 석유공사가 해외 유전개발과 생산 광구 운영 사업의 재원을 확보하도록 정부가 출자 형태로 지원하고 있는데 2011년 7100억원까지 투입됐던 것이 매년 감소했고 올해는 137억원이 출자되는데 그쳤다.

내년 출자 예산은 이보다도 낮은 135억원으로 잡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석유공사가 해외 자원개발 등에 투입하는 예산도 급감했다.

2011년 석유공사가 유전개발 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3조7745억원에 달했고 이중 정부의 자금 출자율이 18.8%에 달했는데 올해는 1450억원이 투입되는데 그쳤고 정부 출자비율도 9.3%로 낮춰졌다.

우리나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7%에 달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는데 투입하는 예산 조차 크게 줄이니 에특회계 예산은 남아 돌 수 밖에 없는 셈이다.

◇ 전력산업기반기금도 공자기금 예탁만 4조

에특회계와 마찬가지로 산업부가 운용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역시 과잉 징수 문제가 매년 불거지고 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산업 발전과 관련 기반 조성 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징수하는 준조세 성격의 부담금으로 전기요금의 1000분의 37 즉 3.7%가 징수되고 있다.

하지만 기금으로 조성된 수입이 매년 크게 남아 돌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6년 이후 내년 정부 예산안까지 전력산업기반기금 수입의 연평균 증가율은 9.1%에 달하는데 실제 지출은 4.1%가 늘어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은 늘고 지출은 적으니 전력산업기반기금 역시 공자기금에 예탁해 놓은 잔액이 4조원이 넘어 징수요율 인하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에특회계나 전력산업기반기금 모두 본래 취지에 맞는 사업을 정부가 제대로 발굴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사업 대비 과도한 예산만 확보하고 있는 셈인데 보다 적극적인 정책과 사업 개발에 나서거나 아니면 면밀한 자금 수요 예측을 통해 적정한 조세와 부담금 징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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