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정부가 석유 수입과 판매 과정에서 징수하는 부과금 완화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는 한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정유업계 등과 협의체를 구성해 석유 수입·판매부과금 완화 논의에 착수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보도에서는 정부가 국내 석유사업자로부터 연간 2조원 가까이 석유 수입·판매부과금을 징수하고 있는데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인용해 부과요율을 40% 가량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지난해 석유 수입·판매부과금 납부액이 1조 8천억원 이상이라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총 1조 6천억원 규모라는 정부 설명이다.

그런데 1조6천억이나 1조8천억원이나 천문학적 규모라는 점에서 매한가지이니 정부 해명은 궁색할 뿐이다.

해당 보도에서는 국책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지난 2017년 보고서를 인용해 부과금 징수 요율을 40% 정도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밝혔는데 정부는 현재 상황에 적용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선을 그었다.

2017년 발표된 에경연 보고서에서 발전용 연료 세제 개편 방안으로 언급된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설명으로 현재는 세제개편이 완료됐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본지는 지난 해 말 ‘여유 재원 넘쳐난다는 에특회계, 교통에너지환경세는 왜 걷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당시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0년 에특회계 세입안’에 따르면 지난 해 석유수입부과금으로 1조6164억원, 석유판매부과금으로 1998억원 등 모두 1조8163억원이 세입 예산으로 책정됐으니 2조원에 가깝다는 언론 보도는 틀리지 않는다.

정부는 올해도 석유수입부과금으로 1조5402억원, 석유판매부과금 2222억원 등 1조7624억원 규모의 세입 예산을 편성해놓고 있는데 결국은 소비자 호주머니에서 빠져 나오는 돈이니 결코 만만한 규모가 아니다.

규모 보다 더 큰 문제는 2조원 규모의 부과금 사용처이다.

석유에서 징수되는 부과금을 비롯해 가스안전관리부담금, 광해방지부담금 등 다양한 법정부담금을 통해 정부는 한 해 2조 가까운 예산을 확보하고 에너지 및 자원사업 특별회계(이하 특별회계) 재원으로 투입하고 있다.

에특회계는 해외 자원개발이나 도시가스 확대 보급, 가스안전관리는 물론이고 에너지관리나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에 사용되니 국가 에너지 안보와 보편적 에너지 복지, 안전 확보, 효율 향상, 에너지 전환 등에 기여하는 소중한 재원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매년 엄청난 돈이 남아 돌고 있어 정부는 2014년 이후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걷힌 세금 중 에특회계로 의무 전입되는 3%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에특회계는 차고 넘쳐 지난 해 산업부가 쓰다 남은 여유 재원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맡겨 놓은 예탁 원금이 2조3800억, 그에 따른 예탁금 이자 수입만 1783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해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도 논란이 됐다.

지난 해 11월 열린 국회 예산결산심사 소위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에특회계 돈이 남아 도니 교통세에서 에특회계로 배정하기로 되어 있는 돈도 필요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묻자 산업부 성윤모 장관은 ‘그렇다’고 동의했다.

당시 회의에서 산업부 성윤모 장관은 ‘2014년 이후 교통세가 에특회계에 들어오고 있지 않다’며 그 배경에 대해 ‘에특회계에 여유재원이 많이 남아 교통세입에서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원칙대로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에특회계 재원을 받으면 사실상의 준조세 성격인 각종 석유부과금 징수요율을 낮출 수 있지 않겠는가?

남아 돌아 정부 금고 속 에특회계 통장에 수조원씩 쌓아 놓고 매년 2천억원에 달하는 이자 수입을 챙기면서 부과금 징수 요율 인하 여부는 왜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인가?

‘국민 주머니 돈이 쌈짓돈’이라고 ‘세금이나 부과금도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전체 국세의 5% 이상에 달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휘발유와 경유에서 걷히고 에특회계 세입 대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수입·판매부과금 역시 석유제품 기여도가 절대적으로 높다.

국가 조세 기여도가 이렇게 높고 우리나라 수출을 지탱하는 석유산업은 그런데 지금 매우 아프다.

코로나 19 팬데믹에 따른 세계 석유 소비 급감과 초저유가, 주변국들의 정제설비 증설 등의 영향으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고 있다.

한 정유사는 지난 1분기 동안 무려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고 정유 4사 전체로는 적자 규모가 3조원을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유사 위기 극복 지원책’이라는 명분으로 석유수입·판매부과금과 관세 납부 기한을 일시적으로 유예하겠다는 카드만 내놓고 있다.

정유사 한 두 곳이 어느 순간 도산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는 정유사를 창구 삼어 관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그리고 남아 돌아 쓰지도 못하는 각종 석유부과금을 여전히 그리고 열심히 징수하려 한다.

그렇게 정부 금고만 배불리면 나라가 돌아 가고 경제가 살아 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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