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윤세 부과하는 유럽·미국도 원유 생산 석유기업에 징수

BP 등에 이익부담금 매기는 英, 세액공제로 자원개발 투자 유도

한국 정유사는 원유 수입·생산·판매하는 정제기업, 유가 변동에 취약

2014년·2022년 조 단위 손실 기록, 횡재세 매기려면 손실 보전도 필요

생산 석유 절반 수출, 반도체 처럼 국가 주력 수출 산업 역할 인정돼야

[에너지플랫폼뉴스 김신 기자]2022년 이후 이른 바 ‘횡재세(windfall tax)’로 불리는 초과이득세를 정유사에 부과해야 한다는 국회 입법이 3개 발의됐다.

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발의됐는데 해당 법안에는 은행도 초과이득세 부과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정부, 여당 등의 반대에 부딪쳤고 상임위 논의 단계에서 정유사, 은행에 대한 초과이득세를 도입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됐다고 국회 예산정책처가 밝혔다.

관련 법률이 자동 폐기되는 셈인데 정제 기업에 횡제세를 부과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없고 가격, 수급 변동성이 심한 석유 산업의 특성상 정유사들이 천문학적 적자에 내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등이 횡제세 징수의 반대 논리로 제기됐다.

국회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2022년 12월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고 과세표준이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초과소득세 신설을 제안했다.

해당 연도의 총소득이 직전 3개년 평균 소득금액의 20%를 넘는 경우 초과분의 20%를 법인세로 추가 부과하는 방식이 요구됐다.

양경숙 의원은 ‘영국 등에서 전기·가스업체를 대상으로 25%의 횡재세를 부과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은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초과 소득에 별도의 법인세율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앞선 9월에는 용혜인 의원(기본소득당, 비례대표)이 석유사업자와 시중은행의 초과이득에 대해 법인세 과세특례 형태로 초과이득세를 신설하는 방안이 포함된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자료 : 국회예산정책처]

8월에는 이성만 의원(무소속, 인천 부평 갑)이 물가 안정 차원에서 정부가 유류세를 인하했는데 정유사, LPG 공급사의 이익이 직전 3개년 대비 5억원 넘는 초과소득에 법인세를 추가 부담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적용 방식은 차이가 있지만 핵심은 정유사가 높은 수익을 창출하면 추가 세금 측 초과이윤세 또는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 유가 급등 반사이익, 정제기업과 무관

적용 방식이나 범위는 다르지만 횡재세 징수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정유산업의 수익이 크게 증가하는 상황을 전제로 삼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석유정제업자의 수익이 크게 증가했는데 독점적 지위나 외부요인으로 발생한 초과 이득에 추가 과세하고 이를 통해 걷힌 세금은 서민, 취약계층 지원해야 하다는 의견이다.

유럽 국가를 비롯한 해외 주요국에서도 석유 · 에너지 기업 등에 추가 과세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계획 중이라는 점도 법안 발의 배경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정부, 여당 등은 유럽 등에서 횡재세 대상이 되는 정유사가 우리나라의 정제 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럽 등에서 횡재세 부과 대상으로 지목된 에너지 업체들은 엔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 등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반사 이익을 거둔 원유 생산 석유 기업들이 해당된다.

영국은 '에너지 이익 부담금(Energy Profits Levy)'이라는 이름으로 BP, 쉘 등의 글로벌 석유 생산 기업에게 초과 세금을 부과했는데 막대한 세액 공제로 되돌려주며 자국내 대륙붕 자원개발 재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유사처럼 원유를 도입해 단순 정제해 내수나 해외에 판매하는 정제기업들은 해외에서도 횡재세 부과 대상으로 언급되지 않고 있다.

◇ 정유사에 횡재 세금 요구하면 손실 때는 세금으로 보전해야

횡재세의 용어처럼 뜻하지 않은 고유가로 정유사들이 반사이익을 거둬 정부가 그에 대한 추가 이윤에 과세한다면 정제 수익성 악화나 팬데믹에 따른 석유 수요 급감 같은 또다른 변수로 정유사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적정 이윤을 보장해주는 것이 형평성 차원에 맞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정제마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정유사들은 2014년에 1조 4,017억원, 2020년 4조 6,66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고유가 상황에서는 세계 석유 수요가 위축돼 석유 정제·수출 기업인 한국 정유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경영에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심사보고서에서는 정유사가 다른 업종과 동일하게 법인세를 납부 중인데 타 업종과 구분해서 추가 과세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에 반할 우려가 있고 반도체, 화학 등 초과 이익을 기록한 다른 업종에 추가 과세를 한 적이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석유제품은 전 국민이 소비하는 필수재인데 고유가로 에너지 구매 비용이 급등하자 정유사를 타깃으로 이른 바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포퓰리즘적인 입법이 추진됐음을 시사하는 평가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 석유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는 삼성전자 등 관련 기업의 과점이 더욱 심각한데도 이익 규모가 높아질수록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반면 생산 석유제품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며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국가 주력 수출 산업의 역할을 지탱하는 정유사들은 유가 변동성이 높아질 때 마다 과점의 폐해나 이익 규모 등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력이 더욱 높일 수 있도록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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