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김예나 기자]

김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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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사업법에 근거해 전기소비자에게 요금의 3.7%를 원천 부과하는 법정부담금이다.

정부가 기금을 조성하는 이유는 전력 수요 관리, 전원 개발 촉진, 전기 안전 관리,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 지원 등 다양한 사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매년 2조원 넘게 징수되고 있는데 전력에너지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력판매량이 늘고 전기요금도 오르면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기금 징수액은 2조816원으로 예상되는데 정부는 내년 기금 수입으로 24.3% 증가한 2조5,894억원을 편성했다.

이를 두고 전기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기금 징수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기금의 원래 조성 목적에 맞춘 지출 수요가 늘어난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징수율을 낮출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보다는 에특회계 등으로의 전입이 크게 늘어 기금 조성 본래의 목적에 부합되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해 보인다.

에특회계는 에너지자원 안보, 효율 향상,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 안전 등에 사용하기 위해 화석연료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다양한 법정 부담금으로 조성되고 있다.

그런데 에특회계는 올해 들어 세입 보다 세출이 더 많은 적자 재정으로 전환됐고 세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

올해 에특회계로 전출된 전력산업기반기금은 1조3,118억원에 달했고 내년 역시 1조3,074억원의 전출 예산이 편성되어 있다.

에특회계가 적자 재정으로 전환되고 전력산업기반기금까지 끌어 쓰는데는 환경부 무공해차 보급 예산 지원에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주관하는 무공해차 보급·충전 인프라 구축 예산은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 2019년 8,594억원이던 것이 올해는 2조6,030억원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3조2,591억원으로 또 다시 확대 편성됐다.

이 기간 동안 무공해차 보급 관련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은 39.5%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예산은 산업부 소관 에특회계에서 지원중이고 세입 보다 더 많은 세출이 이뤄지면서 에특회계는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돈을 빌리고 전력기반기금에서 끌어다 쓰는 상황에 처해 있다.

탄소저감을 위해 무공해차 보급을 늘리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고유의 사용처가 있는 특별회계나 기금 예산이 무리하게 동원되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

무공해차 보급을 지원하기 위해 에특회계가 적자 재정으로 돌아서게 되면 에너지 자원 안보나 안전, 신재생에너지 확대 보급 등에 지출할 재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력산업기반기금 역시 법에서 명시된 고유 사업 예산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실제로도 내년 신재생에너지 관련 예산은 금융지원사업이 올해 보다 1,548억 줄어든 4,173억원, 보급 지원 예산은 744억 감액된 2,470억원에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탄소저감은 환경친화적인 전기 생산, 사용을 늘리는 것이지 석탄 등 화석연료로 생산한 전기로 달리는 차량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이 전기·수소차 보급 확대 성과를 과시하는데 매몰되서는 안되며 무공해차 보급 확대에 앞서 이들 차량이 더 많은 친환경 전기를 소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에특회계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이 원래 조성 취지에 맞춰 충실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되돌려 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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