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탄소중립’ 목표점만 제시, 비용·현실성 등 무시돼

타 국가 대비 NDC 가장 높은 연평균 4.17% 제시, 경제 발목

기본 LCOE로 재생E 경제성 포장, 시스템 LCOE 적용시 크게 상승

그린 택소노미, LNG 활용 불가피한 선택·원전 통한 탄소 저감도 강구돼야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단국대 조홍종 경제학과 교수
단국대 조홍종 경제학과 교수

단국대 경제학과 조홍종 교수는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은 이상적인 탄소 중립 목표를 꼽았다.

얼마나 많은 정부 재정이 투입될지 추계 조차 할 수 없는 목표를 세워 국제사회에 전달한 것은 수출 의존이 높은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가격 모두가 상승하는 더블 그린플레이션(Double Greenflation)에 더해 부동산, 식량 등 생활 전반의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도 예측했다.

차기 정부의 에너지 정책 과제로는 에너지 공급 안정성 확보, 에너지 요금 현실화 등을 꼽았고 섹터커플링(Sector Coupling)도 강조했다.

조홍종 교수와의 인터뷰를 2회에 걸쳐 소개한다.

▲ 현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총평을 해주신다면.

- 탄소중립이 사회적 아젠다로 인식되는 데 기여한 바는 인정하지만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안과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결정하는 과정의 에너지 정책 결정 거버넌스(governance)에서 환경 분야에 치우친 전문가들의 의견만 반영돼 경제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증가만이 유일한 에너지 정책 방안으로 치환한 것이 현 정부 에너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로 보여 진다.

정책 목표를 탑 다운(top-down)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 목표에 대한 하우 투(how to) 즉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것도 심각하게 여겨진다.

현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이행 과정에서의 비용 추계나 재원 마련 방안도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가 확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와 2050년 탄소중립 이행 방안을 담은 ‘탄소중립기본법’의 제정 과정에서 법 시행으로 소요되는 예산에 대한 비용 추계를 제시해야 했는데 추계가 불가능하다며 첨부되지 못했다.

탄소저감이나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탄소를 저감하거나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기술적 로드맵의 구체성도 떨어진다.

2050년 탄소중립 실현 방안으로 제시된 무탄소 전원 확대나 동북아 수퍼그리드 연계 같은 방안들은 실현 가능성 매우 낮은데도 정부가 내놓은 탄소 저감 수단의 20% 넘게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탄소 관련 기술들이 언제 상용화되고 실현 가능할지 너무나 막연한 구상들도 적지 않다.

결론적으로 현 정부는 탄소중립을 하겠다는 ‘목표점’ 하나만 제시한 셈이라고 표현해도 될 듯하다.

▲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보급이나 탄소 저감 로드맵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신다면.

-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125GW 정도를 설비용량으로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확보한 태양광과 풍력발전의 용량은 24GW 수준이다.

NDC 목표를 지키려면 앞으로 8년 안에 나머지 용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남은 기간에 비해 NDC 목표 자체도 너무 높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돼야 하며 현실적으로 이행도 불가능하다.

태양광발전 1GW를 구축하면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 등을 보완하기 위해 ESS(Energy Storage System) 3GW를 설치해야 하는데 NDC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200조가 넘는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분석이 제시되어 있다.

유럽, 미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아 태양광 패널을 깔 수 있는 땅이 제한적이고 시간대가 하나여서 태양이 비춰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이 기껏해야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의 3∼4시간 정도로 발전 효율이 15%에 불과한데 재생에너지 발전에만 의존하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4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전력 믹스와 재생에너지 분담에 대한 현실적인 목표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 탄소중립 과정에서의 더블 그린플레이션 우려도 제기하고 계신데 근거가 무엇인가.

- 지난 해 유럽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며 전력 도매 가격이 크게 오른 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 화석연료에서 벌써 시작되고 있다는 징후이다.

재생에너지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투자가 급감하고 공급도 줄어드는데 수요는 여전하다.

탄소 저감을 위한 공정과 연료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신규 투자가 줄어들면서 전 세계는 앞으로 빈번한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대목은 재생에너지 가격도 오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환경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발전 LCOE(levelized cost of electricity, 균등화 발전비용)가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태양광 모듈 가격이 최근 300원/kwh에서 400원/kwh로 오르는 등 배터리 관련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까지 모든 원자재, 소재, 부품이 모두 3∼4배씩 상승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태양광 패널 가격도 지난 해에 상승으로 돌아서기도 했다.

주요 국가들처럼 시스템 LCOE를 적용하면 비용은 더 크게 상승하게 된다.

시스템 LCOE에는 계통연결·보강비용, 날씨에 의한 재생에너지 발전의 간헐성과 변동성 보완 비용, ESS 비용, 이용 후 폐기물 비용까지 모두 더해진다.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입되는 고정투자비와 운영비만 포함되는 기본 LCOE 대비 두 배 넘는 비용이 들어가는데 우리나라 정책권자들은 기본 LCOE만 강조하며 재생에너지 경제성을 포장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화석연료와 재생에너지 가격이 동시에 상승하는 더블 그린플레이션(Double Greenflation)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대목은 더블 그린플레이션이 부동산, 식량 등 다른 분야의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탄소 제약으로 코크스를 사용하지 못하면 철강 가격은 오르게 되는데 이상적인 대안인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은 아직 요원하다.

대표적인 온실가스 배출 업종인 시멘트 산업은 값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말라고 하니 전기로 석회석을 굽게 되면 그만한 비용이 추가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다른 공정이나 연료전환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도 없다.

지난 해 말의 요소수 부족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석탄이 부족하면 요소 생산에 영향을 미쳐 비료 가격이 오르게 되고 농촌 비닐하우스에서 소비되는 모든 연료의 가격 부담도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탄소 저감에서 비롯된 정책이 에너지를 뛰어 넘어 부동산, 식량 등 생활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용어 설명 :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란?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재생에너지 확대나 탄소 중립 같은 친환경 정책 추진 과정에서 친환경 관련 원자재 공급이 부족해지며 가격이 상승하고 경제 전반에 물가상승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 그렇더라도 탄소저감은 지구온난화 재앙을 방지하기 위한 세계 공통의 과제이고 우리나라도 당연히 동참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닌가?

- 정부는 2030 NDC에서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는데 다른 국가들 연평균 감축 목표보다도 가장 높은 연평균 4.17%의 탄소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를 잡았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의 제조업이 강한 우리 경제 상황에서 이렇게 높은 탄소 저감 목표를 설정해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다.

정부는 탄소 중립 과정에서 발생되는 비용 문제를 얘기하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막대한 재원을 마련할지 알 수 없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자들은 독일의 1/4 가격으로 가정용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는 무슨 비용으로 탄소중립 투자를 할 수 있겠는가?

더블 그린플레이션으로 이제는 비싼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는데 그토록 오랫동안 값싼 에너지 비용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겠는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송배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전라도나 남쪽 해안에 집중적으로 깔려 있는 수많은 태양광과 풍력 전력을 수도권으로 끌어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갈등과 비용이 발생하겠는가?

실현 가능하지 않은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수단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 환경부가 지난 해 말 그린 택소노미를 확정하면서 원전을 제외한 것 등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EU가 공개한 그린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에서는 원전이 포함됐고 한시적이지만 LNG도 청정에너지원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EU 보다 먼저 원전을 택소노미에서 제외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환경부는 EU의 택소노미 초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향후 회원국 논의 과정에서 원전이 배제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하지만 유럽 10개국이 원전을 가동중이고 특히 프랑스는 원전이 70%의 전원을 담당하고 수출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EU가 신규 투자나 수출 등에서 제약을 받도록 원전을 택소노미에서 제외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성급하게 결정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트렌드와 괴리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수적이다.

LNG의 활용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LNG복합화력에 대한 브릿지 전원으로써의 역할을 제고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원전의 계속운전까지를 포함해 이미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원전의 발전량을 고려해 현실적인 탄소 저감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 조홍종 교수는…

√ 서울대 경제학 학사·석사

√ University of Pennsylvania 경제학 박사 

√ 산업통상자원부 탄소중립 혁신전략 투자/제도 분과위원장

√ 한국가스공사 14차 장기천연가스 수요예측실무위원회 위원

√ 한국자원경제학회 에너지경제연구 편집위원장(현)

√ 한국전력거래소 비용평가실무위원회 위원(현)

√ 한국가스공사 가스기기 비용보상 평가위원회 위원(현)

√한국거래소 석유제품위원회 자문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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