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정유사들이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주유소 폴사인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아직까지 복수폴사인제에 대한 산자부의 구체적인 운영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각 사별로 기존 거래주유소의 공급물량을 지키기 위한 여러 형태의 거래유형이 등장, 주유소는 처해진 상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 당근형 = 이 유형은 유통 시장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자사 계열 주유소의 물량이 타 정유사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다.

우선 무채권 주유소에 대해서는 기존의 현물가 공급 외에도 판매량이 많은 주유소에 대해 현물가 보다 드럼당 1~2천원정도를 더 빼주는 방법이다. 이는 기존 현물대리점 보다도 주유소에 더 좋은 조건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물시장에서 외면 당해오던 유채권 주유소에 대해서도 A코드, B코드로 분류해 공장도 가격과 현물가를 동시에 적용시키고 있다.

A코드의 경우 전년 동월의 판매량을 기준으로 50%에 대해 기준물량으로 책정, 기존 계약에 의해 공급하고 B코드는 A코드로 공급받은 물량 이외의 부분으로 이 B코드의 물량은 현물가로 공급한다.

이런 경우 주유소가 현물시장에서 구매하는 것과 비슷하거나 약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전량을 거래 정유사로부터 공급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 채찍형 = 주유소 입장에서 정유사와의 관계가 유지되기를 원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보너스카드나 정유사 제휴 신용카드다.

일부 주유소의 경우 특정 정유사의 폴을 달고 있으면서도 그 정유사의 제품은 적은량만 받거나 아예 전량을 다른곳에서 구매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정유사로서는 주유소에 이름만 빌려준 꼴이 되고 만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유사들은 기본 거래물량을 책정, 이를 달성하는 경우에 한해 계속해서 보너스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그렇지 않은 주유소에 대해서는 카드 단말기를 철수하거나 폴사인을 떼어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 직영화 = 근래 들어 정유사의 새로운 판매량 안정화 정책이 자영 주유소의 직영화다. 채권이 있는 주유소가 부실화된 경우 매입이나 경매처분 보다는 임대형식으로 직영 주유소를 늘리고 있는것.

이같은 추세는 주유소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영주유소는 지난해 2월 8천3백29개소에서 올 2월에는 8천2백77개소로 52개소가 줄어든 반면 직영주유소는 지난해 2월 1천8백71개소에서 올 2월에는 2천1백34개소로 2백63개소가 증가했다.

한 예로 동두천지역의 한 노선을 살펴보면 2~3년전만해도 6개의 주유소가 자영으로 운영되고 있었으나 하나 둘 직영화 되면서 이제는 1개의 주유소만이 자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도 자영주유소의 직영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정유사들의 다양한 거래유형에 대해 경기도 포천군의 한 주유소 운영자는 『그동안 채권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고 정유사와 타이트한 거래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최근 들어 거래조건이 완화되었다』고 밝히며 『급작스런 거래조건 변화로 시장이 점점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감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유사들이 당근과 채찍을 이용한 적극적인 영업전략에 가장 치명타를 받는 곳이 현물 대리점들이다.

이는 소규모인 현물대리점의 거래처 주유소에 정유사의 직영 영업망이 뻗치면서 가격에서나 영업력에서 밀려 조금 나은 조건에서도 주유소들은 품질에서 믿을 수 있는 정유사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정상필 기자>
[2001년 5월29일 157호]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