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에서 가격표지판을 설치하는 것은 법적 의무다.

공정한 석유 가격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기준으로 활용해 주유소간의 건전한 가격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에 근거해 석유사업법령에서는 가격표지판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재경부가 운용하는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도 설치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런 가격표지판이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최근 옥광법을 개정해 주유소 가격표지판을 신고나 허가 대상에 포함시켰고 반드시 고정식으로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동식 광고물의 경우 도시 미관을 해치고 도로 보행자들의 안전에도 위해를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나름의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몇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가격표지판을 왜 설치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해가 빠져 있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가격 표지판은 소비자 정보 전달에 목적이 있고 그래서 소비자 식별이 용이한 곳에 설치돼야 한다.

주유소를 찾는 고객들은 거의 대부분이 운전자들로 이들이 주행중에 가격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인성이 요구된다.

즉 주유소에 도착하기 이전에 가격정보를 습득하고 기름 구매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설치 장소가 유동적인 이동식 게시판의 시인성이 당연히 높을 수 밖에 없다.

주유소의 입, 출구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어 보행 고객들의 안전과는 무관한 가격표지판을 굳이 고정식으로 제한할 이유도 없다.

규제개혁위원회 역시 가격표지판을 고정식으로 제한하려던 산자부에 대해 과다 규제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주유소 입장에서 가격표지판은 반가울 리가 없다.

일단 적지 않은 설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

고유가로 가격에 갈수록 민감해지는 소비자들은 주유소들에게 더 치열한 할인경쟁을 유도하고 있는데 그 수단이 바로 가격표지판이라는 점도 유쾌하지만은 않다.

이 때문에 주유소 사업자들은 가격표지판 규제를 받지 않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정부는 오히려 신고나 허가 대상에 포함시키고 반드시 고정식으로 설치토록 요구하는 한편 가격표지 방식도 내부 조명만 사용하도록 갖가지 규제를 강요하고 있다.

정부의 공익적 필요에 의해 강요당하는 가격표지판 설치를 도시 미관이라는 또 다른 목적을 앞세워 추가적인 규제를 강요하는 것에 대해 석유사업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석유사업자들 역시 정부 행정의 수요자들이고 민원인인데 일방적인 희생과 번거로움만을 강요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은 그래서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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