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불대도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일 뉴욕상업거래소의 시간외 거래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의 가격이 배럴당 96불대를 넘어서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싱가포르 시장에서 거래되는 국제 석유가격은 100불대를 훌쩍 넘은지 이미 오래다.

그 부담은 모두 소비자가 떠안고 있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유가 급등과 관련해 정부는 몇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지난 7월 석유제품 관세율 인하가 그중 하나다.

석유제품 관세율을 3%로 낮춰 원유와의 관세 차등폭을 기존의 4%p에서 2%p로 좁혔는데 당시 부여했던 의미는 거창했다.

석유 관세율을 인하하면 석유수입이 활성화돼 리터당 11원 정도의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재경부는 분석했었다.

석유수입사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면 정유사를 견재해 경쟁이 유발되고 추가적인 기름값 인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들은 재경부의 판단을 믿었지만 4개월 여가 흐른 지금 수입되는 석유제품은 오히려 크게 줄어 들고 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되고 있는 휘발유는 올해 들어 단 한방울도 수입되지 않았다.

원유와 석유제품 사이의 국제가격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수입 경제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싱가포르 현물 시장에서 거래되는 휘발유나 경유 등의 주요 석유제품은 원유에 비해 배럴당 20불 가까이 비싸다.

석유수입사들은 석유를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를 유발하고 정유사와 경쟁을 유도할 수 있겠는가?

내년 이후 서민 난방유인 등유 세금을 인하하는 정도가 그나마 생색 낼 수 있을 정도의 유가 안정대책인데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고유가 상황과는 무관하게 농어촌이나 도심 소외 영세민들의 주요 연료가 되는 등유에 사치품에나 부과되는 특별소비세가 부과되어 왔던 것 자체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더구나 등유는 고율의 세금이 매겨지는 경유로 불법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에너지세제개편이 착수된 2001년 이후 2배 가까운 세금이 인상되어 왔고 그 부담은 사회 소회 계층이 고스란히 떠안아 왔던 것이 사실이니 내년 이후 등유 세금을 내린다고 굳이 생색을 낼 일도 아니다.

유류세를 인하하라는 사회적인 요구에 대해 정부는 여전히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의 국정감사에서 권오규 경제 부총리가 ‘여야가 합의하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지만 그것도 가봐야 알 일이다.

정부는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지 말아야 한다.

진정 소비자를 위한다면 유류세를 적극적으로 인하하고 추가적인 세원 발굴에 힘써야 한다.

효과도 없는 석유 관세율 인하를 홍보하지 말고 주요 선진국들이 채택하는 원유 무관세를 추진해 기초 원자재와 기름값의 인하도 도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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