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함을 쫒고 편안함에 길들여지는 것도 인지상정(人之常情)이다.

과거 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언플러그(unplug) 뮤직은 이와 대별되는 전자 음악의 현란함에 밀려 추억속 고전음악이 되고 있다.

언플러그 뮤직은 말 그대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은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뜻한다.

전기를 이용한 파장을 접목시킨 악기로 연주하는 전자음악은 좀 현란하고 화려해 목재 스스로의 울림에 의존하는 통기타 같은 언플러그는 신세대에게 고리타분하기 까지 하다.

에너지시민연대가 22일 주최한 제 4회 에너지의 날 행사 이벤트로 한국 포크음악의 창시자로 불리는 한대수씨와 안치환, 나무자전거가 등장해 콘서트를 열었다.

플러그가 필요 없는 악기로 에너지절약을 노래한 셈인데 참 절묘하고도 설득력있는 이벤트가 아닌가 싶다.

월드컵을 비롯한 대중 행사에서 서울시청 광장을 들썩였던 전자 악기의 울림을 대신한 통기타의 선율은 몸을 밴 전자음악의 현란함을 잠시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이날 메인 행사였던 ‘5분간의 소등’ 역시 전기가 가져 다 주는 편안함을 잠시라도 포기하고 전등의 플러그를 뽑자는 의미의 행사였다.

인이 배긴 전자음악의 현란함과 어둠을 밝히는 전등의 편안함을 잠깐동안 이렇게라도 포기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다.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기체가 대기중의 온실(溫室) 역할을 하며 지구의 온도를 높인다는 설명을 굳이 이해할 필요도 없이 눈에 보이는 부작용들이 전 세계 곳곳 또 우리 이웃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투발루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는 ‘장마’라는 표현 대신에 아열대지방에나 해당되는 ‘우기(雨期)’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이 주산지인 사과는 이 곳의 연평균 온도가 올라가면서 강원도로 재배지가 옮겨 지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는 공포스러운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실천적 방안의 하나로 잠시라도 플러그를 뽑아 내자고 에너지의 날 행사를 통해 호소하고 있다.

플러그가 가져다 주는 편안함과 현란함을 영원히 포기하자는 것도 아니다.

22일의 ‘5분간의 전등 소등 행사’에 전국 1500만 가구도 모두 참여했다면 1100만킬로와트의 전력을 아끼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5톤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아주 가끔씩 언플러그 뮤직의 잔잔함을 그리워 하고 전등의 플러그를 뽑아 내면 열 받은 지구를 식힐 수 있다고 에너지시민연대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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