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 연기 속 소방관 시야 증진 기술 개발…소방대원 90% 개선 효과 만족

한국전기연구원의 시각강화 기술을 통해 검은 연기 속에서도 목표물을 보다 빠르고 선명하게 찾을 수 있다.
한국전기연구원의 시각강화 기술을 통해 검은 연기 속에서도 목표물을 보다 빠르고 선명하게 찾을 수 있다.

[에너지플랫폼뉴스 박병인 기자] 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융합휴먼케어연구센터 강동구 센터장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시야를 확보하는 ‘시각강화 영상처리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소방청장 표창을 받았다.

화재 현장에서는 검은 연기가 가득 차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인명구조 시간이 지연되거나, 소방대원 혹은 구조 대상자가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경우 소방대원들은 소방 호스 혹은 라이프 라인(Life line)에 의지하거나, 벽에 손을 대서 촉감만으로 퇴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의료영상 진단 기기와 수술 장비의 화질을 개선하는 연구를 해왔던 KERI 강동구 센터장은 그동안 축적해 온 노하우가 화재 현장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개발된 ‘시각강화 영상처리’는 연기를 제거하고 그 속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구조물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특수 기술이다.

강 센터장은 국립소방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시제품 개발까지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했고, 소방학교의 화재 실험장에서 소방대원이 직접 검은 연기 속으로 진입하여 시제품의 시야 개선 효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중앙소방학교에서 진행된 시제품 테스트 결과, 목표물 탐색 시간이 약 27% 단축됐고, 화재 실험에 참여한 소방대원의 90%가 시야 개선 효과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뿐만 아니라 연구팀은 낮은 전력에서도 실시간으로 정보 처리가 가능한 알고리즘 설계를 통해 시각강화 장비를 활용하는 소방대원의 휴대성·편의성도 크게 높였다.

KERI 강동구 센터장은 “화재 연기 모의실험 등은 우리의 힘만으로 할 수 없는 분야인데, 소방청 소속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밝히며 “소방 현장뿐만 아니라 수술용 내시경 기기, 날씨에 강인한 자율주행용 카메라, 해양 안개 관측 장비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과로 국립소방연구원은 지난해 ‘책임운영기관 서비스혁신 공유대회’에서 대상(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았고, 그 공로로 소방청장이 강동구 센터장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시야 개선 장비는 올해 화재 출동 현장에 시범적으로 활용될 계획이며, 향후 기술사업화를 통해 현업에 적용될 경우 약 110억 원의 소방산업 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연구팀은 보고 있다.

한편 KE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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