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
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

[신년사 : 한국전력공사 김동철 사장] 지난해 우리 회사는 법정 사채발행한도를 초과할 뻔한 초유의 상황에서, 사상 최초의 자회사 중간배당을 실시해 위기를 모면했다.

긴박한 위기상황 속에서도 회사는 3.3조원 규모의 재정건전화계획을 이행했고 최근 2년간 전기요금을 45.3원 인상해 경영정상화의 계기도 마련했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임직원들이 임금반납에 동참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론 부족하다. 지금의 위기가 너무나도 큰 데 반해 그동안 우리는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변화와 혁신을 계속 미뤄왔기 때문이다.

공기업의 틀을 벗어나 사업영역을 다각화한 KT와 포스코, 국영기업에서 벗어나 국민기업으로 탈바꿈해 최근 10년 동안 매출액을 7배나 성장시킨 이탈리아 Enel처럼 우리도 이제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에너지대전환 시대를 맞아 2040년까지 글로벌 에너지 분야에 무려 12경원이 투자된다는 놀라운 전망이 있다. 이 막대한 규모는 2020년 전 세계 총 GDP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한 에너지 혁신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약 80개나 있는데 IT 강국을 자처해온 우리 대한민국에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안타깝고 충격적이다. 

우리 모두 미래 준비에 소홀했던 과거를 뼈저리게 반성하고 국내 전력생태계의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갈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우리 한전을 ‘국가 미래 성장에 기여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 분명히 선포하고자 한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네 가지를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먼저 재무위기 극복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재무위기 극복의 시작은 지난해에 이어 재정건전화 계획과 추가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이행해가는 것이다. 자산매각, 사업조정, 비용절감, 수익확대 등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국민께 약속드린 재무개선 목표를 올해에도 반드시 달성해 나가야 한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원가를 반영하는 합리적 전기요금 제도의 정착이다. 올해 한전이 감당할 연간 이자 비용이 약 3.3조원이고 하루로 따지면 90억원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요금조정은 꼭 필요하고 절실한 문제이다. 이 사실을 국민께 계속 알리면서 반드시 요금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둘째 회사의 체질 혁신을 통해 경영전반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기존 관행과 틀을 과감히 벗어나 위기극복과 미래준비 등 핵심 기능 위주로 조직과 인력을 계속 재편해 나갈 계획이다. 성과와 역량 중심으로 인사제도와 보상체계를 혁신해 회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도 시급하다.

또한 국가경쟁력의 핵심이자 한전 본연의 책무인 전력망 적기건설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계기로 전력망 건설 패러다임을 더욱 효율적으로 바꿔가고 주민수용성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셋째 사업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통해 전기요금 이외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계획이다.

지난 취임사에서 한전이 에너지 신산업과 신기술의 생태계를 주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세계가 인정한 원전 적기건설 능력을 자산으로 원전 수출 무대를 계속 넓혀가자고 강조했다. 

이제부터는 실행이 중요하다. 회사는 발전부터 판매까지의 가치사슬별 중장기 로드맵을 세워 IT기반 에너지 신기술의 사업화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올해 바라카원전 4호기까지 모두 상업운전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계기로 해외 송변전, 배전, 신재생 분야에서도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 나가겠다.

넷째 자율과 책임경영에 기반한 국민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

공기업이란 지위가 오히려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아닌지, ‘공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에 여기까지 내몰린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또한 독점사업자라는 독점적 지위 때문에 역설적으로 모든 책임과 부담을 다 짊어지는 건 아닌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회사는 창의력과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자율경영과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전력그룹사 거버넌스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공기업 체제의 새로운 대안인 ‘국민기업’으로 거듭나 전력산업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계속 지켜가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당당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공기업 마인드를 버리고 주인의식으로 무장해 나가야 한다. 시키는 일 주어진 일만 하는 사람은 주인이 아니다. 주인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수행해내는 사람이다. 

법과 제도를 핑계로 삼아, 기존의 틀 안에만 머물러서도 안된다. 에너지 분야 최고의 경험과 역량을 가진 우리가 논리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부와 국회를 끈질기게 설득해 나간다면 불합리한 법과 제도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4년 연속 미흡 등급을 받은 사실을 국민의 엄중한 경고로 받아들여 환골탈태해야 한다. 고객이 몇 번씩 찾아오게 하지 말고 우리가 먼저 고객을 찾아가 어떤 불편과 불만이 있는지 살펴보면서 근본부터 개선해나가야 한다.

앞으로 경영진은 한전의 주인인 직원 여러분이 회사의 중요한 소식을 가장 먼저 알 수 있게 하고 저 또한 직원 여러분과 편안하게 만나는 허심탄회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노사간 신뢰와 협력도 중요하다. 눈앞의 이 위기를 어떻게 함께 극복할지, 회사의 미래가치를 어떻게 창출해나갈지가 노사 공동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 안전은 결코 양보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라는 사실을 한전인 모두가 가슴에 새겨야 한다.

위기의 시간은 어둡고 길지만, 기회 또한 반드시 찾아온다. 하지만 어느 한순간, 한두 사람의 힘만으로 위기가 기회로 바뀌지는 않는다. 기회의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과 집단지성이 필요하다.

위기가 중요한 이유는 도구를 바꿔야 할 때가 됐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듯이 새로운 의지와 각오로 철저히 무장해 ‘국가 미래 성장에 기여하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을 다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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