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넘어 항공·선박유 까지 바이오에너지 영역 확장
원유 1배럴 85.46불 수입한 정유사, 평균 101.37불에 석유 수출
정부의 고유가 대응책 알뜰 확산, 주유소 등 석유업계 반발 고조
SK어스온 中 탐사·개발·생산, 석유공사 베트남 15-1 4억 배럴 누적 생산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알뜰주유소 정책 철회와 석유공사 해체를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이 지난 3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알뜰주유소 정책 철회와 석유공사 해체를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에너지플랫폼뉴스 김신 기자] 2023년 석유 산업을 주도한 키워드는 여전한 정부의 시장 개입 논란과 바이오에너지 역할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실증, 수송에너지 전환에 대응한 주유소의 변신 노력 등이 꼽히고 있다.

잇따른 국제 전쟁과 산유국 감산 연장으로 흔들린 유가도 주요 이슈가 주목받고 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정부는 유가 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 브랜드인 알뜰주유소 수와 지원 확대 방안을 내놓아 석유 업계의 반발이 이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조세특례제한법령을 개정해 조세 감면 특례 대상에 알뜰주유소를 포함시켜 지난 해 1월 이후 최대 20%의 특별세액감면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 해 10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고유가 대책의 일환으로 ‘수도권 자영 알뜰주유소 10% 확대’ 방침을 발표했다.

경영난, 전기차로의 전환 영향 등으로 전국 주유소가 감소 중인 상황에서도 정부의 다양한 지원을 등에 업은 알뜰 상표는 증가중이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영업 주유소는 1만 1,144곳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는데 알뜰주유소는 3.8%가 늘어 1,305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주유소 중 알뜰 비중도 11.7%까지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석유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데 지난 3월 주유소협회는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고 석유유통협회는 국회에 알뜰주유소 편중 지원 중단을 요청하는 등 다양한 방식과 경로로 반발 의사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고유가 상황 마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을 제시하고 있어 석유유통업계와의 갈등의 불씨가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한편 올해 알뜰주유소 석유 구매 입찰에서는 그동안 석유공사, 도로공사, 농협경제지주가 공동으로 진행했던 입찰방식이 석유공사·도로공사 물량과 별개로 농협이 떨어져 나와 단독 입찰을 진행했다.

◇ 구조조정 위기 주유소 생존 위한 다양한 시도 한창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구조조정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주유소가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사업 영역을 다양화되는 시도가 이어진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먼저 주유소에서 직접 전기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난 6월에는 주유소에서 도시가스를 원료로 수소를 생산해 전기로 전환하는 연료전지 설치 기준이 마련됐다.

주유소에서 전기차 무선충전 설비를 구축하는 실증 사업도 추진된다.

지난 10월 전기사업법 개정으로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전기차 충전사업에 직접 공급하는 것이 허용됐다.

이를 계기로 주유소에서 태양광, 수소연료전지 등으로 전기를 생산해 자동차에 직접 판매하는 미래형 친환경 주유소인 이른 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현실화되는 법적 환경이 구축된 것으로 해석되는데 SK에너지가 특히 적극적이다.

SK에너지는 연료전지 발전시설 설치를 위한 규제샌드박스를 신청해 지난 2021년 5월 서울 금천구 SK 박미주유소에 연료전지 실증을 위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국내 처음으로 구축했다.

지난 1월에는 원전 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과 도심형 분산발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확산, 수소충전소 구축 및 수소와 전기의 생산·판매 협력, 폐자원 활용 친환경 수소 융복합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었다.

한편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구축하는 주유소가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관리원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기차 충전을 병행하는 주유소가 전국적으로 총 492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곳이 늘었다.

주유소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GS칼텍스는 국내 최초로 주유소에 스마트 물류 시설과 로봇·드론을 통한 배송 실증 등을 구현하는 미래형 첨단 물류 거점 구축을 위해 서울시와 협약을 맺고 국토부 주관 디지털 물류 서비스 실증 사업자로 선정됐고 지난 11월 서울 내곡주유소에 ‘스마트MFC(Micro Fulfillment Center)’를 준공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영역 한계를 파괴하는 다양한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관광공사와 협약을 맺고 캠핑카에서 배출되는 오폐수를 처리하는 공간인 ‘덤프스테이션’을 전국 계열 주유소 10여 곳에 설치중이고 계열사인 HD현대인프라코어가 생산하는 미니 굴착기 판매 채널로도 계열 주유소를 활용하고 있다.

◇ 화석연료 생산 탈피해 정유사 바이오에너지 생산, 보급 본격화

탄소중립 바이오에너지의 생산, 보급을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이 본격화됐고 이에 호응한 정유사들의 대대적인 투자도 이어졌다.
 

▲ GS칼텍스가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 협약을 맺었다
▲ GS칼텍스가 대한항공과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 협약을 맺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는 2022년 11월, 한국석유관리원 등 유관 기관, 정유·바이오에너지·자동차·항공·조선·해운 등 관련 업계가 참여한 ‘친환경 바이오연료 활성화 얼라이언스’를 출범시켰다.

이에 앞선 10월에는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방안’을 발표하며 동·식물성 유지에 수소를 첨가한 차세대 바이오디젤을 도입해 2030년 혼합률을 8.0%로 상향하고 실증 과정을 거쳐 바이오선박유는 2025년, 바이오항공유는 2026년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당시의 정책 로드맵은 올해 들어 구체화되고 있는데 정부는 재생·폐기물 원료로 생산한 바이오항공유를 한국과 구주·미주 노선을 잇는 항공편에 주유해 내년 7월까지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선박유는 유럽·중국 등을 오가는 선박을 대상으로 바이오에너지 생산업체와 정유사, 해운업계가 참여해 내년 12월까지 실증이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정유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는데 GS칼텍스는 HMM, 포스코, 에이치라인해운 등과 친환경 바이오선박유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대한항공과 협약을 맺어 국내 최초의 바이오항공유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50만톤 규모의 팜유 정제유 생산 사업에 투자하며 바이오에너지 원료 확보부터 제품 생산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연산 13만톤 규모의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S-OIL은 폐유지 같은 폐기물 기반 바이오에너지 원료를 석유정제 공정에 투입해 저탄소연료로 직접 생산하는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오디젤 생산업체인 제이씨케미칼은 해수부의 항만 내 친환경 선박연료 실증 사업자로 선정돼 지난 7월 덴마크 머스크사의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선박에 바이오디젤 1,250톤을 공급하며 친환경 바이오 선박연료 수출의 첫걸음을 디뎠다는 평가를 받았다.

◇ 미국산 원유 수입하는 한국, 미국 본토에도 석유제품 수출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등 주요 산유국을 둘러싼 2개의 전쟁으로 세계 석유 수급 불안이 가중됐고 그 와중에 유가 부양을 위한 OPEC+의 끊임없는 감산은 석유 수입국인 우리나라 경제에 큰 먹구름을 드리웠다.

OPEC+ 공동의 생산량 감축에 더해 올해 들어서는 일부 산유국의 자발적 추가 감산이 이어졌는데 특히 사우디는 7월 이후 하루 100만 배럴 규모의 독자 감산을 지속하고 있고 러시아도 50만 배럴의 수출 감축에 나섰다.

지난 11월 30일 열린 제36차 OPEC 회의에서는 내년 1분기까지의 감산 연장에 더해 OPEC+ 회원국들의 자발적인 추가 감산 규모가 하루 220만 배럴로 확대됐다.

하지만 오히려 국제유가는 6거래일 연속 하락했는데 세계 경기 침체로 석유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더 크게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너지정보청 EIA는 12월 발간한 단기에너지전망(STEO, Short-Term Energy Outlook)에서 내년 평균 유가를 11월 전망 보다 10.7불이나 낮춘 82.57불로 수정했고 글로벌 석유 수요 둔화 전망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유가 불안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 중인 정유사들의 역할이 여전히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유정보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1월 이후 10월까지 배럴당 평균 85.46불에 8억 3,021만 배럴의 원유를 도입하면서 709억 5,256만불을 지불했다.

같은 기간 정유사들은 배럴당 평균 101.37불에 4억 593만 배럴의 석유를 수출해 411억 4,784만불을 벌었다.

단순 비교로 원유 1배럴이 석유제품으로 수출되면서 15.91불의 부가가치가 창출됐고 수입 원유 중 48.9%가 재수출된 셈이다.
 

▲ 지난 11월 HD현대오일뱅크와 SUNOCO이 석유제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 지난 11월 HD현대오일뱅크와 SUNOCO이 석유제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하와이에 석유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가 미국 본토에 석유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SUNOCO와 석유제품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해 한국산 석유제품이 미국 본토까지 진출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도 주목을 받았다.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자원개발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 성과도 돋보였다.

SK어스온은 중국의 남중국해 북동부 해상에 위치한 17/03 광구에서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원유 탐사부터 개발, 생산에 성공했고 지난 11월에는 생산 원유를 첫 선적하며 ‘글로벌 오퍼레이터(Global Operator, 자원개발 전문기업)’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SK어스온이 운영권자로 참여중인 베트남 16-2 광구에서는 11월 탐사정 시추를 통해 원유층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 지난 9월 석유공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 15-1광구에서 원유 4억배럴의 누적 생산량 달성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개최됐다.
▲ 지난 9월 석유공사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베트남 15-1광구에서 원유 4억배럴의 누적 생산량 달성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개최됐다.

석유공사가 탐사와 생산을 주도하고 있는 베트남 15-1광구에서는 지난 9월, 4억 배럴의 원유 누적 생산을 달성했다.

한편 정유산업에 횡제세 부과가 필요하다는 국회 등 일각의 주문이 이어졌고 산유국 지정학적 리스크는 커지는데 중동산 원유 비중이 늘어나는 모습도 주목을 끌었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전체 주유소 중 셀프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는 소식, 고유가 속에 주유소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 요구, 전기차 충전소를 도입한 주유소가 지난 해 보다 57곳 증가했지만 주유소의 65% 수익성이 낮아 전기차 충전 도입을 꺼린다는 뉴스도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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