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주도 석유관리원‧경찰청 합동 먹튀주유소 35개 업체 조사

먹튀주유소 19개 운영하며 선박용 경유로 가짜석유 44억원 제조해 판매

노숙자 등 앞세워 동일장소 먹튀주유소 반복 운용 실행위자 적발

팩토링업체 앞세운 먹튀주유소 세금징수 회피 등 신종 탈세수법 대응방안 마련

국세청이 먹튀주유소 단속을 위해 구성한 불법유류대응TF가 3개월만에 무자료와 가짜석유를 적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은 적발된 주유소에서 조세채권 확보를 위해 저장탱크에 보관된 석유제품을 압류하고 있는 모습.(제공:국세청)칠곡 석적읍 (대구청)아산 염치읍(광주청)
국세청이 먹튀주유소 단속을 위해 구성한 불법유류대응TF가 3개월만에 무자료와 가짜석유를 적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사진은 경북 칠곡군(왼쪽)과 충남 아산시(오른쪽)에서 적발된 주유소에서 조세채권 확보를 위해 저장탱크에 보관된 석유제품을 압류하고 있는 모습.(제공:국세청)

[에너지플랫폼뉴스 정상필 기자] 먹튀주유소 근절을 위해 구성된 불법유류대응TF가 출범 3개월만에 무자료 석유 304억원, 가짜석유 44억원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국세청이 주도하고 석유관리원, 석유관련협회, 해운조합, 4대 정유사가 참여하고 있는 TF는 자문과 자체 수집정보를 토대로 지난 9월~12월초 먹튀주유소 등 35개 유류업체를 조사해 이같은 성과를 거둔 것.

더욱이 이들은 탱크로리 6대 분량의 현장 유류를 처음 압류해 먹튀주유소 조세채권을 확보했다.

그동안 전자세금계산서, 신용카드, 현금영수증 등 과세기반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세원투명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석유류 불법유통은 과세기반을 벗어나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고 과감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먹튀주유소는 면세유나 등유 등을 무자료 매입해 가짜석유를 제조‧유통하는 방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차량 손상을 유발시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영업후 세금 한푼 내지 않고무단 폐업하고 있어 최근 5년간 400건을 적발해 768억원을 부과했지만 징수된 세금은 3억원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해 지난 9월 불법유류 대응TF를 발족했으며, 현행 유류 유통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에 대한 논의 내용을 토대로 주요 탈루 유형에 대해 조사를 실시했다.

[사례1 : 19개 먹튀주유소에 가짜석유를 제조・공급한 일당 적발]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이모씨와 박모씨는 출소 후 바지사장 명의로 석유판매대리점과 19개의 먹튀주유소를 설립했다.

2021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자동차용 경유와 무자료 선박유, 값싼 등유를 혼합해 44억원 상당의 가짜석유제품을 제조한 후, 일당이 운영하는 19개 먹튀주유소를 통해 차량용 경유로 속여 판매를 해왔다.

(제공:국세청)
(제공:국세청)

심지어 이들은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도피자금 1억원을 주기로 하고 ‘대신 처벌받을 사람’ 2명을 포섭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

세무조사 착수 당시 19개의 먹튀주유소는 이미 폐업한 상태였으나 실행위자 이모씨를 추적해서 관련 세금을 부과했다.

또 기초생활조차 힘든 노숙자, 생활빈곤자를 내세워 동일장소에서 먹튀주유소를 반복 운영한 실행위자를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했다.

[사례2 : 노숙자․생활빈곤자 처지를 악용한 먹튀주유소 실행위자 적발]

먹튀주유소A는 5년 전부터 먹튀주유소로 이용되고 있던 장소에서 노숙자 명의로 사업 중이었다.

조사 착수를 하자마자 무단 폐업을 하고 곧 바로 동일 장소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기초생활수급자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워 먹튀주유소B를 재개업하는 과감한 시도까지 했다.

(제공:국세청)
(제공:국세청)

하지만 착수 당일 주유소에서 확보한 수첩에서 관리소장의 연락처와 소재를 파악해 끈질기게 설득하고, 일일수입금액 장부를 통해 수익금 귀속자를 추적한 결과 실행위자 김모씨를 적발했다. 

국세청은 실행위자 김모씨에게 매출누락 68억원·무자료 매입 54억원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고, 고액 세금계산서 미수취 혐의로 고발했다.

[사례3 : 고액의 면세유를 무자료 매입한 판매대리점 적발]

정유사로부터 면세유 11만4000㎘를 급유하도록 지시를 받은 급유대행업체A는 브로커C로부터 뒷돈을 받을 목적으로 외항선박B와 공모해 1만4000㎘를 빼돌렸다.

이를 통해 조사대상 업체인 판매대리점D는 브로커로부터 빼돌린 면세유를 시세보다 30% 싼 가격인 시가 100억원 상당에 무자료 매입해 먹튀주유소 등에 판매했다.

(제공:국세청)
(제공:국세청)

거래 당사자간 통정에 의한 고액의 세금계산서 미수취 혐의로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됐다.

[사례4 : 신규 10개 먹튀주유소 조기 폐쇄 조치]

그동안 먹튀주유소들이 단기간 영업하고 부당이득을 챙겨 잠적하다보니 조기 차단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를 감안해 최근 개업한 먹튀 혐의 주유소 10곳에 대해  명의위장 및 무자료 유류 거래 등을 확인하고 신속 대응해 폐쇄 조치함으로써 불법유류 유통 확산을 조기에 차단했다.

[사례5 : 현장 유류를 최초 압류하여 조세채권 확보]

국세청은 먹튀 혐의 주유소의 조세채권 확보를 위해 조사착수에 앞서 지난 9월 한국석유관리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상시 합동 단속체계를 구축하고 먹튀 혐의 주유소 사전 답사, 탱크로리 운반업자 및 저유소 섭외 등 사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이를 통해 조사 당일 석유관리원‧경찰과 공조해 먹튀주유소 4곳에서 탱크로리 6대 분량, 시가 2억원 상당의 현장유류 127㎘를 확보하고, 석유관리원에 유류 성분 분석을 긴급 요청한 후 유류를 처음 압류했다.

압류한 유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를 통해 매각해 국고에 환수할 예정이며, 향후 모든 먹튀주유소 단속 시 현장유류 압류를 매뉴얼화하는 등 조세채권 확보 노력을 한층 더 강화할 예정이다.

◇ 먹튀주유소 대응체계 강화

국세청은 이번 조사결과 확인된 불법유류 유통 실태와 현행 대응체계에 대한 진단을 통해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우선 조기 대응체계를 마련해 사업자등록 시 명의위장 여부 검증을 강화해 세무서 세적담당직원이 담당하고 있는 주유소 사업자등록 발급업무를 전담직원이 자금출처, 유류 매입처, 사업 이력 등 명의위장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도록 사업자등록 단계에서부터 검증을 강화한다.

특히 먹튀장소 재개업자 등 특별관리 대상을 지정해 전담직원이 상시 모니터링하고 징후 발견 시 즉시 단속할 예정이다.

대응시기도 단축해 폐업 후 대응으로 실행위자와 무자료 원천을 적발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전산분석 체계를 개선해 불법유류 유통 혐의 업체에 대한 단속시기를 최대 4개월 앞당겨 단속의 실효성을 높인다.

또 불법유류의 온상이 되고 있는 면세유 유통의 흐름을 통합관리하기 위해 13개 기관의 면세유 자료를 전산 관리하는 ‘면세유 통합관리시스템’을 내년 3월까지 구축해 면세유 부정유통 대응을 강화한다.

신종 탈세수법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최근 먹튀주유소는 세금징수를 회피하기 위해 ‘신용카드 매출채권 팩토링 계약’이라는 신종수법을 악용하고 있다.

이중 초기자금으로 먹튀주유소 개업 시 향후 발생할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담보로 팩토링사로부터 초기자금을 대출받고, 팩토링사는 주유소 1일 카드매출 대금을 카드사로부터 입금받아 대여금을 회수하고 있다.

대여금 회수 후에는 당일 신용카드 대금을 먹튀주유소에 선지급하고 3~5일 후 카드사로부터 카드매출대금을 지급받고 있어 신용카드 매출채권 압류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제공:국세청)
(제공:국세청)

국세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A팩토링사와 계약한 394개 주유소 중 1년 이내 단기 폐업한 먹튀혐의주유소는 24%인 94개 이며 이들의 체납액은 165억원에 이른다.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먹튀주유소의 신용카드 매출채권을 압류하려해도 팩토링사가 선순위 채권자가 돼 조세채권 확보에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국세청 최재봉 법인납세국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가짜석유 제조․판매업자, 먹튀주유소 등에 강력 대응한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며 "앞으로 대응체계 개선, 신종 조세회피 수법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불법유류 대응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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