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탈원전이나 탄소중립 때는 정치가 (에너지) 수급 계획을 압도했고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전력 회사를 심각한 적자의 늪에 빠뜨렸다’

(사)전력산업연구회가 지난 27일 개최한 ‘합리적인 전원구성을 위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방향’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한 인천대 손양훈 교수의 발언이다.

손양훈 교수는 국가 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인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 자원 경제학자인데 정부의 전력수급계획과 관련해 정치가 에너지 정책에 개입하며 발생한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탈원전’이 추진됐고 현 정부는 ‘원전 부흥’을 기치로 내걸며 정반대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발전 연료비에 연동돼 결정돼야 하는 전기요금에 정치가 개입하면서 인상 요인이 적기에 반영되지 못했고 그 결과 한전은 천문학적 적자에 내몰리고 있고 소비자들은 전기요금 빚을 지고 있다.

비단 전력만의 문제는 아니다.

석유 가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자원개발과 관련한 정부 정책 역시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자원 빈국의 한계를 벗어나겠다며 이명박 정부에서는 해외자원개발 확대를 국정과제를 추진했다 무리한 투자 남발로 천문학적 혈세를 낭비했고 이후 정부에서는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공적 기능과 예산을 대폭 축소하며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이 10%까지 추락했다.

손양훈 교수는 그동안의 전력수급계획 변천 과정과 관련해 ‘정부는 끊임없이 나타나는 쉽게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에 대처하지 못하고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평가했는데 다른 에너지 정책에서도 마찬가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최근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국제 전쟁과 관련해 우리나라 정부는 무기력한 모습만 내비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석유 수급 불안이 야기됐지만 정부나 국회가 꺼내든 카드는 유류세 인하, 에너지 소비 절약, 횡재세 부과 검토 등이 고작이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데 정작 우리나라 도입 원유의 중동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외생 변수 속에서 자원 빈국의 정부가 할 수 있는 수단이 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들인데 다만 적극적인 자원 개발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무탄소 전원을 확대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시장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국가에너지대계인 에너지 정책의 기본 틀을 고작 5년 정권이 이른 바 국정 철학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바꾸고 흔드는 것은 매우 무모하며 그 결과를 정권이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 그간의 경험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가와 산업을 움직이는 동력인 에너지 정책 만큼은 철저하게 정치가 배제되고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기관이 중장기적인 비전 아래서 계획하고 실행력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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