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대한석유협회 김생기 회장]

▲ 대한석유협회 김생기 회장
등·경유 세금 낮추는 것이 현실적 에너지 복지
원유 무관세 하면 세수 손실보다 소비자후생 더 커
경차 확대 필요하면 휘발유 보조금 등 인센티브가 효과적

정치권에 수십년동안 몸담으면서 석유산업과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다는 대한석유협회 김생기 회장은 취임 이후 불과 3개월여 만에 석유산업에 상당한 내공을 갖춘 듯 보였다.

석유산업을 충분히 이해하고 국민 경제나 소비자와의 관계 까지 고민한 흔적이 곳곳에서 묻어 났다.

지난 9일 여의도 렉싱턴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김생기 회장은 석유산업을 중심으로 한 정부, 소비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비교적 전문적이면서도 공정하게 평가했다.

일단 정유사들의 이익대변단체인 석유협회장을 맡고 있는 만큼 해당 산업의 정확한 현실을 설명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김생기 회장은 국내 석유산업이 상당한 부분에서 불이익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부도덕하고 폭리를 취하는 기업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먼저 국내 정유사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을 들어 ‘폭리’나 ‘담합’과 관련한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이 잘못됐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지난해 정유사들은 총 71조원의 매출과 2조9403억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습니다. 고유가 상황에서 정유사들이 떼돈을 번다고 오해할 만 하지요.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사정은 다릅니다. 71조원의 전체 매출중 정유산업에서 올린 매출은 57조원을 기록했는데 영업이익은 8989억원에 그쳤습니다. 정유부문의 매출액 영업이익율은 1.6%로 2002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으니 오히려 정유사들의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지난해 정유사들은 정제부문에서 1000원어치 물건을 팔아 영업부문에서 겨우 16원을 벌어들였다는 설명이다.

산업은행이 밝힌 지난해 국내 141개 업종 3561개 업체의 재무분석 결과 매출액 영업이익율이 5.47%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 없는 수치다.

동종 에너지 기업들인 한전과 가스공사의 매출액 영업이익율이 각각 4.6%와 4.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도 크게 낮다.

그나마 정유 부문의 수익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석유수출의 덕이 컸다.

지난해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규모인 206억불의 석유제품을 수출했는데 반도체,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선박에 이어 5번째 규모를 기록했다.

특히 시설고도화 과정을 거치면서 수출 부가가치가 높았는데 수입 원유와 석유수출가격간의 차액은 배럴당 8.4불로 2005년의 8.2불보다도 높았으니 그만큼 수출 채산성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정유사들이 취한 나머지 이윤은 어디서 창출이 된 것인가?

김생기 회장은 석유화학제품과 윤활유, 해외 유전개발 같은 비 정유 부문의 기여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비 정유부문은 지난해 14조원의 매출과 2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유전개발사업은 노다지와 다름없었다.

국내 최고의 유전개발기업인 SK(주)의 실적은 특히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SK가 지난해 올린 23조원의 매출중 해외 석유개발 매출은 1.4%에 불과한 335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석유개발부문에서 벌어 들인 영업이익은 2151억원으로 회사의 전체 영업이익중 18.5%에 해당됐다.

◆ 정유사 폭리 의혹, 소비자 정서의 문제

사정이 이런데도 정유사가 부도덕한 폭리 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은 기본적인 소비자의 정서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김생기 회장의 설명이다.

“정유사 CEO들과 상견례를 하는 자리에서 개인적인 경험을 말한 적이 있습니다. 5만원만 주유해도 차의 기름 게이지가 한참 올라 갔던 것이 어느 때부터인가 뚝 떨어지더군요. 그 이유가 고유가와 고율의 세금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을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알고 있지만 정유사에 불만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소비자들의 정서입니다”

그 오해나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정유사의 노력과 국회의 관심, 정부의 전향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석유제품은 국민 생활의 필수품인 만큼 정유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원활한 수급을 보장하고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격으로 공급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먼저 전제한 김생기 회장은 국회나 정부의 정책적인 배려나 노력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휘발유도 마찬가지지만 경유나 등유는 특히 서민들의 생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경유 소비자들중 상당수는 생계를 위해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등유는 농어촌이나 도심 영세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난방연료인데 그간 세금이 크게 인상되면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까? 정부가 에너지 복지를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지만 지원 대상자를 선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유나 등유 세금을 인하하면 모든 생계형 연료 소비자들에게 그 효과가 곧바로 전달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에너지 복지이고 사회복지가 될 수 있습니다”

경유 소비자가격은 정부가 에너지세제개편에 착수하기 이전인 2000년의 경우 휘발유 가격 대비 46% 수준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80%를 웃돌고 있다.

해마다 리터당 60~70원씩의 경유 세금이 인상됐기 때문으로 특히 최근 3년 동안에도 136원이 인상됐다.

물론 일부 화물차에 대해서는 경유 세율 인상분의 일부를 면제해주는 유가보조금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 대상이 제한적이어 대부분의 영세 자영업자들은 고유가 부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경유 세금 비중은 주요 선진국들과의 상대적인 비교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나고 있다.

석유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미국의 경유 세금 비중은 17.3%, 캐나다는 24.9%, 그나마 높은 일본도 34%에 불과한데 우리나라는 50.8%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2차 에너지세제개편의 마지막 단계로 올해 7월 경유 세금을 또 다시 리터당 60원 이상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세제개편 로드맵에서는 휘발유와 경유간의 최종 상대가격비를 100:85로 제시하고 있고 이미 그 목표치에 접근해 있는데 또 다시 7월 세금 인상이 계획되고 있어 그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등유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에너지 세제개편으로 경유 세금만 인상되면 상대적으로 값이 크게 싼 등유가 경유로 불법 전용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정부는 등유 세금을 꾸준히 인상해왔다.

그 결과 등유 세금은 2000년 리터당 60원에서 올해 3월 기준 134원으로 123% 이상 올랐다.

이 같은 가격구조는 소득역진성 문제도 야기하고 있다.

도시가스가 공급되는 대도심권의 중산층 소비자들은 월평균 난방비로 11만원 정도를 지출하는데 반해 도시가스가 보급되지 않아 등유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농어촌이나 도시 외곽의 저소득층은 18만원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2005년 기준으로 월평균 소득이 325만원 정도에 달하는 중산층 가구의 연료비 지출부담이 254만원 정도의 소득에 그치는 영세 서민들보다 훨씬 낮은 셈이다.

결국 김생기회장이 말하는 에너지복지는 서민용 연료인 경유와 등유의 세금을 낮춰 그 혜택이 사용자들에게 공평 무사하고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그 과정에서 줄어드는 세입은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유사석유가 유통되면서 탈루되는 세금이 한해 1조원 정도에 달한다고 합니다. 정상적으로 걷혀야 하는 국가세금을 일부의 유사석유 판매자와 사용자가 나눠 갖는 형태인데 유사석유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세금탈루를 막게 되면 세입이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유사석유만 제대로 차단해도 충분히 경유와 등유 세금을 내리고 그 효과를 일반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김생기 회장은 대선을 앞둔 올해가 이들 서민연료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너지비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과 불만이 크다는 것을 정치권에서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대선 과정에서 서민연료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공약이나 정책들이 제시될 것이라는 설명인데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열린우리당에서는 이미 등유세율 인하를 공식 당론으로 채택한 상태다.

◆ 원유 무관세가 글로벌 스텐다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석유산업의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는 7월 원유와 석유제품 관세율 조정을 앞두고 김생기 회장은 관세가 갖는 기본적인 의미와 글로벌 스텐다드를 강조했다.

관세는 자국내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수입물품에 대해서 부과하는 조세로 주요 선진국에서는 원재료인 원유의 관세를 제로화시키고 대신 완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국, 대만 등 주변 경쟁국들은 물론 EU 평균적으로도 원유에는 무관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수입 석유제품에는 적게는 3%에서 많게는 7.8%까지의 평균 관세율을 매기고 있는데 한국이 이들 국가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동일하거나 차등적인 관세 지원이 필요합니다. 재정경제부가 지금까지 원유에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산업경쟁력 강화가 그 이유 아닙니까?”

하지만 오는 7월 원유 할당 관세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의 기본관세율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1%의 실행관세가 매겨지는 원유에 대해 재경부가 하반기에도 동일한 입장을 유지할 것인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할당관세를 적용하지 않게 되면 원유 관세율은 3%로 높아지고 이 경우 리터당 10원 가까운 기름값 인상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의 기본관세율이 적용되는 석유제품을 할당관세 대상에 포함시켜 원유와의 관세율 격차가 좁혀지는 것도 문제다.

정유사 견제를 목적으로 석유수입업을 일정 부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원유와 석유 제품간 4%의 관세율 격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이 경우 국내 정유 산업의 경쟁력 악화로 오히려 더 큰 국가적 손실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김생기 회장은 ‘정유사의 역할이 단순히 원유를 정제해서 가공, 판매하는 것에 그치는 것은 아니고 국가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고 비축과 유전개발, 시설고도화에 투자하기 위해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정유사를 견제하겠다는 단편적인 의도로 기초 원자재인 원유의 경쟁력을 제한하게 되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정유사들의 시설 고도화비율은 22% 수준으로 76%인 미국은 물론 38.9%인 일본과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정유사들은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5조4192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시설고도화에 투입해 왔지만 또 다시 2011년까지 시설고도화 비율을 36.1%로 늘리기 위해서 추가로 수조원대의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해서도 원유 관세 철폐는 중요한데 조세연구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유 관세를 없앨 경우 정부가 포기해야 하는 세수 1원당 소비자 후생효과는 1.258원의 실질 소득 증가로 이어진다.

결국 정부가 원유 관세를 통해 세금을 징수하고 국민에게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보다 관세를 폐지하는 경우가 국민들에게 더 큰 만족도를 제공할 수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김생기 회장은 ‘국내 정유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소비자 후생을 위해서라도 원유 관세는 완전 철폐되거나 할당관세가 적용돼야 할 당위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 경차 활성화 현실적 수단 찾아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LPG경차 허용과 관련해서는 정부가 정책적인 시각효과를 노리고 있을 뿐 실질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가에너지절약 추진위원회에서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경차 활성화가 논의됐는데 그 방안중 하나가 LPG 사용을 허용해 보급 확대를 유인하자는 것이다.

휘발유 가격 대비 LPG의 경쟁력이 높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서는 그 정책적 효과가 극히 미미할 것으로 석유협회는 판단하고 있다.

일단 경차는 트렁크 공간이 좁아 LPG용기를 탑재할 공간이 부족하고 후방 추돌시 연료탱크 폭발사고의 위험이 클 것으로 석유협회는 분석하고 있다.

차량 제작비 상승 등의 요인으로 경차의 매력이 줄어들고 자동차 제작사에서 LPG 경차를 개발하거나 생산에 나설 가능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또한 휘발유에 비해 LPG 차량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나 탄화수소, 질소산화물이 적게는 120%에서 많게는 200%가 높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그렇게 두려워하는 세수 감소도 불가피하다.

고율의 세금이 매겨지는 휘발유 수요가 LPG로 대체되면 수천억원의 세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LPG경차를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해당 차량이 실제로 크게 보급되고 에너지가 절약되는 효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단순한 정책적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높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생기회장은 “정부가 경차 보급을 늘려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겠다는 정책적 취지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수단이 문제”라며 “경차의 연료를 휘발유에서 LPG로 전환시키려기 보다는 현재 사용연료인 휘발유에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다른 방식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이고 효과가 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해 2억배럴에 가까운 수입석유제품중 LPG가 2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LPG 수요가 또 다시 증가할 경우 무역수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생기 회장은 석유협회 사령탑으로 취임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간의 정치 경험을 활용해 석유산업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렇다고 국회나 정부를 쫒아 다니며 정유사의 잘못까지 잘했다고 로비하고 청탁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국민의 생필품인 석유제품은 그만큼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 불필요한 오해나 편견의 대상이 되고 있고 같은 에너지원간에도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가 다른데다 정부 정책의 결과로 유불리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오랜 정치경험에서 몸에 밴 상황 판단과 위기 대응 능력을 십분 활용해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의미가 더 정확하다.

고유가로 담합과 폭리 의혹을 사고 있고 에너지원간 경쟁에 밀려 뚜렷한 소비 정체세를 겪고 있는 위기의 정유산업을 대변해 보호해야 하는 과제를 김생기 회장이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석유산업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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