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관리공단 김일수 노조위원장

▲ 에너지관리공단 김일수 노조위원장
에너지관리공단은 1970년대 1, 2차 석유파동 이후 국가적인 에너지관리의 필요성이 시급하게 대두되면서 1979년 12월에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1980년 7월 4일에 설립한 공단이다.

즉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원의 믹스, 나아가 에너지 수요관리를 통한 효율화 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너지수요관리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산업자원부 산하 정부출연기관이기도 하다.

한국사회의 경우 급속한 산업 발전으로 인해 공급위주의 에너지 정책에 국한되면서 에너지 관리 즉 저소비와 효율화 및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등의 문제에 소홀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에너지관리공단은 에너지 고효율화와 중장기적 측면의 에너지 전환 문제에 대해 그 동안 일천했던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 속에서도 유일하게 이 업무를 담당해왔던 공공조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에너지관리공단의 주요 기능은 에너지이용 효율향상과 신재생에너지개발·보급, 기후변화협약 대응, 에너지자원 R&D 업무 등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에너지 관리 공단은 기후협약, 지구온난화, 이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적 차원의 아젠다에 부응하는 한국 사회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역할을 유일무이하게 담당하고 있는 공단이다.

더욱이 최근 고유가 행진, 국제적인 환경규제 등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에너지는 이제 안정적 공급 여하를 넘어 수요관리와 저소비 및 고효율화라는 시대의 화두에 답해야만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주요한 업무를 에너지관리공단이라는 “작고 소외되어버린” 조직이 추슬러야 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산업자원부는 에너지원별, 그리고 개별법에 따라 에너지 관리공단과 한국전력 등에 분산되어 있는 에너지자원 R&D 기능을 통합해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가칭)’을 수요관리 총괄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 부설기관으로 두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일단 우리는 에너지·자원 개발과 연구개발 기능의 통합, 그리고 에너지원 믹스(MIX), 에너지 수요관리 기능의 강화라는 정부 정책이 시급하다고 본다.

지난 해 11월 28일 산자부는 “에너지 비전 2030”을 제출한 바 있는데, 에너지 안보와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을 3대 기본방향으로 제출했다.

즉 2030년까지 국내 소비량의 1/3(35%)을 자주 개발로 충당, 친환경적인 신재생에너지를 9%로 확대,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공급 구조를 탈피하여 석유의존도를 35%로 축소한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현재 한국은 97%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석유 수입 세계 4위, 에너지 소비 9위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사회는 그 무엇보다 에너지 수요관리 기능의 강화와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이다.

물론 여전히 한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실효성과 의지가 의심스럽지만 이러한 절대 절명의 상황에서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이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 발표 이후 한전의 입김, 산자부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일순간에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은 독립재단에 이어 민간재단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즉 산자부는 에너지관리공단 부설기관 방안을 어느 순간 폐지하고 독립기관 설립으로 급격히 방향을 선회했으며, 더욱이 기획예산처의 반대가 이어지자 민간재단을 들이밀기에 이르렀다.

이 조차도 국회와 에너지관리공단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히자 기획과 평가 기능을 분리한 방안의 민간재단 추진으로 새롭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관성도 없고, 법적 근거도 없으며, 공론화 과정도 거치지 않은 비합리적인 민간재단 설립을 추진하는 산자부 정책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 산자위에서 제동을 걸고, 6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거치자는 입장이 나왔지만 산자부는 평가원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이렇듯 국회의 의사도, 해당 노동조합의 간곡한 문제제기도 절대 수용하지 않는 행태는 역시 산자부다운 추진력이라 아니할 수 없다.

더욱이 기술개발 즉 R&D 분야는 개발된 기술을 실증, 보급하고 온실가스 저감 등의 현실성과가 사회적으로 환류되는 일관된 메커니즘을 갖추어야 한다.

이럴 때만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며, 이 구조가 존재하지 않으면 소위 연구라는 것은 연구자들만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가 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 많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산업기술평가원이 충분한 반면교사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할 것이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관련 R&D는 이미 상용화되어 있는 일반적인 산업기술 영역과는 달리 경제성과 신뢰성을 아직까지 담보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환경운동 진영에서도 누누이 지적하는 바가 이것이다. 경제성과 신뢰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현실화시키기 어렵고, 공급의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뒷전으로 밀렸던 것이 현실이다.

이로 인해 한국사회 재생가능에너지 분야의 연구 개발은 취약하며 결국은 기술개발 영역을 해외 즉 초국적 에너지 자본에 결국 의존하는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재생가능에너지의 경우 현재의 상업성과 경제성 여하에 좌우된다면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을 전제하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끊임없이 실증 단계를 거치고 연구 개발, 투자를 진척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재생가능에너지원 등에 대한 차액보전제도, 관세감면, 금융·세제지원, 조달구매, 컨설팅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지원은 공적인 지원 형태가 아니라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 바로 이 역할을 에너지관리공단이 현실적으로 수행해야 하며, 만약 ‘에너지기술기획평가원’이 설립되어야 한다면 통합적 에너지 수요 관리 정책을 통해 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2005년 5월 평가원을 에관공의 부설기관으로 결정한 것이 아닌가 다시 묻고 싶다.

더욱이 국민의 혈세는 어찌할 것인가.

2007년 현재 5200억 원의 예산 편성이 되어 있으며 향후 1조 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될 것이라 한다. 이 거대한 재원, 즉 국민의 혈세를 민간재단으로 넘길 때 관연 예산 집행의 투명성은 어디서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과연 이러한 재정이 국민을 위한, 에너지 수요관리와 에너지 믹스 정책,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위해 쓰일 것인지 아니면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이 시작에서부터 시장화를 통해 민간자본과 외국자본의 진출 통로를 위해 쓰일지, 또한 에너지 관료들의 자리보전과 허세를 위해 쓰일지에 대해 과연 누가 답변할 것인가.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인 만큼 산자부는 자리보전과 허세를 접고 대의명분과 실익을 따져 올바른 정책이 되도록 환골탈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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