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최근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는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향한 혁신적인 지원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수용성 측면에서의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한때 큰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의 뒤를 이어, 전기 충전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잠재적인 아킬레스건을 가지고 있던 전기차마저 배터리 교체 비용 등 시장 이슈와 더불어 기세등등했던 성장세가 한풀 꺾이는 모양새다. 

이러한 추세와 맞물려 최근 EU에서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대한 e퓨얼 공급을 허용하는 새 법안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안의 통과를 계기로 그동안 전기차에 시장의 주도권을 내주었던 내연기관 자동차 업계에서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기를 활용한 합성 연료인 e퓨얼은 잉여 재생전력을 활용하여 전기분해로 얻은 수소와 대기 중 포집 된 이산화탄소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다양한 탄화수소 계열 연료를 생성하는 기술을 지칭한다.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진 Power to Gas 기술 또한 e퓨얼 생산기술 중 하나로, 연료 합성의 결과로 천연가스를 생산할 수 있는데, 다양한 압력과 온도 조건에서 항공유를 포함한 액체 연료의 생산 또한 가능한 기술이다. 

현 시점에서 이러한 e퓨얼 생산기술들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소스의 활용과 탄소 중립화 달성을 위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향후 큰 주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e퓨얼 생산 및 사용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는 배출된다. 

즉, 최종 생산된 연료는 연소과정을 통해 차량 구동 동력이나 전력을 생산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되는데, 중요한 점은 이러한 이산화탄소가 e퓨얼 생산과정에서 다시 포집되어 활용되므로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한 탄소 중립의 특성을 갖는다는 점이다. 

미래 수송부문의 탈 탄소화를 주도해오던 전기차 산업과 관련한 일련의 상황 변화를 보면서 한편으로 탄소 중립 규제 강화 대응에 고심하고 있는 집단에너지 산업부문에 e퓨얼 기술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게 된다. 

모빌리티 분야와 달리 정치형 발전 개념의 집단에너지 산업은 현재 LNG 중심으로의 연료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부문과 이미 대부분 연료를 LNG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 냉난방 사업 부문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공통으로 정부의 탈 탄소 정책 강화에 따른 탄소 중립화 달성을 위한 전략 수립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통적인 열병합발전 방식 기준으로는 개별에너지공급 방식보다 40% 내∙외의 높은 온실가스 배출 저감의 장점이 있었으나 업종단위의 탄소 배출 규제 방식이 적용될 향후 탄소 규제 시장에서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집단에너지 산업에 e퓨얼 기술 적용에 따른 많은 시너지 창출이 예측되는 이유다. 

우선 e퓨얼 기술의 경쟁력 확보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공기 중 이산화탄소의 포집 비용 문제인데 발전설비에서 연소로 배출되는 다량의 배기가스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수백 배에 해당하는 이산화탄소가 포함되어 있어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수소 생산을 위한 전기분해 기술은 최근 80% 수준으로 점차 전환 효율이 증대되고 있고, 또한 탈 탄소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는 필연 적이므로 발전출력 제약 등의 문제 해결 측면에서의 수소 생산 비용 또한 향후 크게 개선될 개연성이 높다. 

특히 e퓨얼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다소 모호한 모빌리티 분야와 비교할 때, 생산된 e퓨얼을 직접 소비할 수 있는 집단에너지 산업은 규모의 경제성 확보 측면에서도 훨씬 유리한 조건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잉여의 재생전력을 가장 안정적인 연료의 형태로 저장∙활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기존 저장 설비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있는 현행 에너지저장(ESS) 모델의 한계 또한 극복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쪼록, 모빌리티 분야에서 촉발되고 있는 e퓨얼 기술 혁신모델의 적극적인 도입을 통해 탄소 중립 시대에 한 단계 더 도약,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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