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사용 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마련

사용후 배터리 거래 시장 개설 등 자유로운 거래 보장

공정성‧효율성 담보위한 자격요건 설정…가칭 배터리 여권제도 제안

[에너지플랫폼뉴스 정상필 기자]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간 중심으로 배터리 거래 시장 개설 등 통합관리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했다.

배터리 3사와 현대차 등이 참여중인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통해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률(안)을 정부에 제출한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관계부처(기재부,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등) 합동으로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간 중심으로 통합관리체계 구축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에 지난해 11월 배터리 3사와 현대자동차, 재제조·재사용·재활용기업, 폐차업계, 보험업계 등 24개 기관이 참여하는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출범하고, 통합관리체계·지원방안 등에 대한 업계 초안을 마련키로 했다.

배터리얼라이언스 출범 후 배터리 산업협회 중심으로 20차례 이상 단체·개별 협의를 추진, 1년 간의 숙의 끝에,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 업계(안)을 마련했다.

또한 이를 신속히 구현하기 위한 법률안으로 ‘전기 자동차 배터리 공급망 안정화 및 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안’도 함께 마련해 14일 전달식을 개최하고 산업부에 전달했다.

◇ ‘사용후 배터리’ 명확한 개념 정립

그동안 사용후 배터리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사업장 일반폐기물로 분류해 관리돼 왔다.

그러나 전기차에서 분리된 사용후 배터리는 셀 일부를 수리‧교체한 후 자동차에 다시 탑재하거나(재제조) 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 용도 전환이 가능해(재사용) 경제적 가치가 충분한 만큼, 폐기물로 일괄 관리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와 함께 사용후 배터리는 폐기물법상의 폐기물 정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용후 배터리는 셀 일부를 수리‧교체를 통해 성능을 복원한 후 자동차에 탑재(재제조)하거나, 에너지 저장장치 등으로 용도 전환(재사용)이 가능하며, 분해 후 리튬, 니켈 등 유가금속의 회수(재활용)가 가능하다.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이런 배경에서 업계(안)은 사용후 배터리를 ‘폐기물’이 아닌 ‘전기자동차로부터 분리되어 재제조, 재사용 또는 재활용의 대상이 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로 새롭게 정의했다.

◇ 민간의 자유로운 사용후 배터리 시장 참여 보장

앞으로 사용후 배터리 시장에는 다양한 거래 형태와 참여자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래 시기와 관련해 현물 거래와 선도 거래가 모두 가능하며, 거래 유형과 관련해 공급자-수요자간 직접거래 뿐 아니라, 보험자 대위, 중개 거래 등도 존재할 수 있다. 

여기에 공급업체, 수요업체, 유통업체뿐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 사업자(리스·교체, 운송·보관, 성능평가 등)의 등장도 가능한 만큼 단순 규제나 관리 방식으로는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우려가 크다.

이에 업계(안)은 거래 형태, 참여자 등을 제한하기보다 개인 또는 법인 간의 자유로운 참여를 원칙으로 하고, 시장의 공정성·효율성 등을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두기로 했다.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우선 역량을 갖춘 사업자의 참여를 위해 사업자 등록제도를 제안했다. 

사용후 배터리의 탈거, 판매, 활용 등 단계별로 취득사업자, 판매사어바, 활용사업자 등 3가지 사업자로 구분하고 필수적인 역량을 사업자의 자격 요건으로 설정했다.

두 번째로 시장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모든 사용후 배터리 거래 결과는 거래 당사자가 직접 정부가 관리하는 시스템에 사후 보고하기로 했다.

세 번째는 공정한 거래시장 확립을 위해 시세조작, 거래 상대방에 대한 부당 차별 등 시장 왜곡 행위를 규정한 공정거래 준수 가이드라인을 제정키로 했다.

민간 거래가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한 공공거래시스템의 도입에도 찬성한 것으로, 공공거래시스템은 수익성이 크지 않은 소규모·일회성 제품의 거래, 파손·침수 제품 거래, 연구개발 등 비영리 목적의 취득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 공급망 강화 위한 배터리 순환체계 확립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중국의 흑연 수출통제 등 주요국들이 연이어 공급망 정책을 발표하면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이 중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업계(안)은 배터리 전주기 정보를 통합 관리할 가칭 배터리 여권제도(통합이력관리시스템)의 도입을 제안했다.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배터리를 취급‧유통하는 사업자들은 배터리의 제작, 전기차 탑재·운행·탈거, 재제조·재사용·재활용 등 전주기에 걸친 이력 정보를 통합 이력 관리시스템에 등재해야 한다. 

이렇게 축적된 정보는 배터리 공급망 강화와 안전 관리, 건전한 사용후 배터리 거래 시장 조성, 배터리 산업 활성화 등에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산업계는 통합이력 관리시스템에 축적될 정보들의 중요성, 민감성 등을 감안해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 전문 전담기관의 신설을 제안했다.

이와 함께 신품 배터리의 제조시 사용후 배터리와 공정 스크랩 등에서 회수된 재활용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토록 하는 재생원료 사용 목표제의 도입도 반영됐다.

◇ 재제조·재사용 배터리 안전관리 체계 강화

현재 배터리 상태별, 제품별로 안전 규정은 개별 규정에 산재돼 있거안 입법 공백인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최근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에 따라 안전검사 제도가 도입됐지만 이는 재사용 용도에만 적용된다. 

향후 사용후 배터리는 ESS, 자동차, UAM, 선박, 농기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만큼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안전관리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에 배터리 얼라이언스는 범정부 차원의 사각지대 없는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3단계 안전검사 도입을 제안했다.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자료 : 산업통상자원부

1단계는 ‘활용전 검사’로 전기차에서 분리한 사용후 배터리가 재제조 또는 재사용 목적으로 사용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이다. 

활용전 검사를 통과한 배터리들은 재제조 또는 재사용 목적에 맞춰 전기차, ESS, UAM 등 다양한 완제품에 탑재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제품 안전검사’가 2단계로 이뤄지게 된다. 

이후 판매된 완제품은 3단계의 ‘사후검사’를 통해 동작중인 제품의 안전을 주기적으로 검사받게 된다.

산업부 장영진 1차관은 “이번 업계(안)은 민간 주도로 만들어져 현장의 목소리와 시장 상황을 생생히 반영하고 있다”며 “업계안이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 관계 부처와 국회 논의 등을 적극 추진하고 법률안의 조속한 입법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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