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이구 동성, 한국 위기시 우선 공급도 약속

이재훈 차관 제안 산유-소비국 협력벨트 구성 큰 호응
-제2차 장관회의서-

현재의 석유 수급 불안과 관련해 주요 산유국과 소비국 사이의 해석 차이가 뚜렷한 가운데 아시아 산유국과 주요 소비국간의 벨트‘(Asia Pro-Sumer Belt)’ 구성이 우리나라 제안으로 검토돼 눈길을 끌고 있다.

산자부 이재훈 차관은 2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제2차 아시아국가 장관급 회의’에 참석해 아시아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협력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그 구체적인 대안으로 ‘아시아지역 산유국-소비국 벨트’구성을 제안해 큰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훈 차관이 제안한 아시아 벨트는 산유국과 소비국이 공동으로 석유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국제 공동비축사업 활성화, 동북아 오일허브 조성, 플랜트·IT·조선 등 비에너지분야의 협력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중동지역을 포함한 주요 산유국과 한국, 중국, 일본, 인도 등 역내 주요 소비국 총 19개국 에너지 각료와 IEA, OPEC, IEF 등 에너지관련 국제기구가 참여한 이번 회의 주제가 ‘아시아 지역의 상호 의존성과 보완관계’였지만 고유가 현상에 대한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해석차이가 뚜렷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재훈 차관의 이번 제안은 상호 협력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주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고유가 현상과 관련해 원유 소비국측에서는 산유국의 투자 의지 부족으로 원유 공급안보가 취약해졌다며 산유국들의 투자 확대를 요청한 반면 산유국측은 소비국의 수요 가변성으로 현재의 투자 부족사태가 초래됐다며 상·하류 부문에 대한 소비국의 투자 증대 노력을 강조했다.

이 같은 원인 해석에 대한 견해 차이와는 무관하게 산유국과 소비국간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의견 일치를 이뤘다.

양측간의 협력 관계 구축은 에너지 안보 확보뿐만 아니라 양국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을 참가국 모두가 동의했기 때문이다.

다만 상호 협력과 관련한 구체적인 역할분담을 합의하는데는 실패한 상태여서 차기 회의 등을 통해 이재훈 차관이 제안한 산유국-소비국간 벨트 구성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석유수요 전망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는데 향후 5년간 아시아 지역이 석유소비 증가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망자료에 따르면 석유수요는 오는 2010년까지 하루 800만배럴 정도 증가하지만 공급능력은 1000만배럴 정도 확충돼 석유시장 전체적으로 수급이 균형을 이룰 것으로 분석됐다.

먼저 전 세계 석유수요는 현재의 하루 8500만배럴에서 2010년 기준 9300만배럴로 증가하고 이중 중국과 인도,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소비국에서만 일산 400만배럴 정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세계 석유공급능력은 현재의 일산 8600만배럴에서 2010년에는 9600만배럴로 1000만배럴 정도가 늘어나고 이중 OPEC 산유국 증산량이 50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유가 거품 있다'

장관급 회담과는 별도로 이재훈 차관은 산유국 관계자들과도 양자 회담을 갖고 에너지 수급 안보 방안 등을 논의했다.

산자부에 따르면 이재훈 차관을 면담한 사우디 알 나이미 석유광물부 장관은 ‘현재의 원유가격에 버블이 있다’고 지적했고 OPEC 의장인 UAE의 알 하밀리 에너지부 장관은 ‘현재의 고유가가 산유국과 소비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또 오만의 알-룸히 석유가스부 장관은 “현재 유가는 배럴당 10~15불 정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산유국측도 현재의 유가 상황이 비 정상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셈인데 그 이유로 원유의 수급보다는 이란 핵 개발에 따른 국제적 긴장 등 정치상황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재훈 차관은 이들 산유국 장관들에게 원유의 안정적인 공급도 약속받았다.
카다르와 사우디, 쿠웨이트 에너지 관련 부처 장관들은 석유위기시 우리나라에 대한 원유 공급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산자부는 밝혔다.

특히 국제공동비축 사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됐는데 긍정적인 회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쿠웨이트와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국제공동비축사업을 재개하는데 합의했고 UAE도 공동비축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우리나라와 신규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카타르와는 양국 국영 석유회사간 공동비축사업을 추진하는데 합의했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는 “중동 산유국과의 공동비축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한국측은 임대수익 획득 이외에도 비상시 우선구매권을 확보할 수 있어 불안한 국제석유시장에서 위기대응능력을 제고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