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내수 석유 가격 기준이 되는 국제유가는 좀처럼 내릴 기미가 없다.

사우디, 러시아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산유국 카르텔 OPEC+는 생산과 수출 물량을 통제하며 유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더해 최근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등 산유국과 관련된 지정학적 분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수급도 염려해야 할 판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 방문규 장관은 최근 석유 사업자들을 불러 모아 민생물가 안정을 위한 석유시장 점검회의를 열며 유가 안정 협조를 요청했다.

석유 가격 담합을 방지하겠다며 범부처 차원의 석유시장점검단이 구성됐고 석유가격 안정화 방안으로 수도권 알뜰주유소 확대 카드가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석유 가격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며 영업 기밀인 민간 정유사의 가격 공개 범위 확대도 주문하고 있다.

최근의 고유가 상황과 관련해 정부는 대부분의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거나 시장에 강요하는 모양새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유산업 경쟁력은 국제 기구에서 인정하고 있고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정부의 주유소 시장 진출로 석유 유통 시장 경쟁은 그 어느 나라 보다 치열하다는 판단을 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 IEA는 지난 5월 발간한 ‘한국의 석유 안보 정책’ 평가에서 ‘한국이 원유 순수입국이지만 석유화학 원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석유제품을 자급자족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유사들이 하루 350만 배럴의 세계 최대 규모 정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원유는 전량 수입하면서도 안정적인 석유 소비가 가능하다고 IEA는 판단하고 있다.

석유 수급 위기의 비상 대응 수단 중 하나로 정유사 등이 참여하는 석유 비축 의무를 꼽으며 민간 기업이 국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IEA의 평가대로라면 원유 전량을 수입하는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안정적으로 석유를 사용할 수 있는 원천 중 하나가 정유사인데 고유가 때 마다 정유사들은 유가 상승 주범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1,000곳이 넘는 정부 상표 알뜰주유소가 운영중이며 전국 모든 주유소들은 실시간 가격을 공개하라는 법적 의무를 부여 받아 오피넷 등에 공개될 정도로 투명한 시장인데 정부는 고유가 대응책으로 알뜰주유소 확대, 담합 방지 등의 상투적인 해법을 내놓고 있다.

석유 대외 의존도가 100%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국제유가와 환율은 정부가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외생 변수다.

그래서 정부는 국내 대륙붕과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기업을 독려하고 지원해야 했는데 어떤 정권은 자원개발에 혈세를 무분별하게 낭비했고 또 다른 정권은 탈화석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다며 지원을 축소하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자원개발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석유가스 자원개발률은 계속 줄어 2022년 10.5%에 머물렀고 일본의 1/4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가격 그리고 수급과 관련한 에너지 불안을 그나마 줄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적극적인 자원개발을 유도하고 지원해 자주개발률을 끌어 올리는 것인데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부는 소극적이다.

에너지 위기론이 부상할 때 마다 정부는 정유사를 비롯한 민간 석유사업자에게 그 책임을 돌리고 시장 경쟁을 더욱 촉진하면 가격 안정이 이뤄질 것처럼 얘기한다.

자원 안보 강화라는 의무는 회피하고 시장만 가리키는 정부의 무책임에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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