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욱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에너지 안보로 재조명되는 가스

▲ 강정욱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 강정욱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

글로벌 가스 시장은 2021년 이후 여러 수급 요인들로 인해 긴축 기조가 뚜렷하였고, 가스 가격은 2021년 말까지 이미 높은 수준의 상승률과 변동성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에, 러-우 전쟁의 발발로 러시아발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은 급감하였다. 유럽 대륙에서 발생한 구조적 가스공급 부족사태의 파문은 에너지 공급 안보에 대한 경종을 울리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가스 및 LNG 가격과 불확실성 정도는 극단적 수준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올해 중반을 넘어서까지 지속되었다. 

에너지 안보는 에너지 전환에 우선하여 글로벌 에너지 의제 가운데 최고 상위 자리를 차지하였다. 가스 특히, LNG의 역할은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에 힘입어 그 유연성(flexibility)과 실질적인 선택지(feasible solution)로서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최근 LNG2023와 같은 글로벌 컨퍼런스에서 여러 연사들을 통해 확인되었다. 

가스의 위상은 수명이 제한된 가교 연료(bridge fuel)에서 최종 연료(destination fuel)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가스를 통해 국가적인 번영을 추구하는 관점에서는 ‘위대한 해결사(the great enabler)’로 보는 시각이 나오기도 하였다. 

가스산업은 에너지 위기와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장기 탈탄소화 방향의 에너지 전환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천연가스와 국제 에너지 협력 노력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국제협력과 연대를 강조하면서 지난해 말 가스 및 청정연료 시장 점검과 공급 안보에 관한 태스크포스를 발족하였다. 동 TF는 IEA의 가스 관련 최초의 TF이나 수차례 회의를 통해 권고안 발표, 회원국의 가스 관련 정보 공유, 월간 가스 동향 보고서 발간, 워크샵 개최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월 IEA는 동 TFFS를 기반으로 하여 일본 통상산업성(METI)와 공동으로 제12차 LNG 생산자·소비자 컨퍼런스(LNG PCC, Producer and Consumer Conference)를 개최하였다. 동 행사와 더불어 미국, 한국, 일본, 호주, EU 등 5개국 장관급 참석자들은 별도로 온실가스 저감, 특히 LNG 수출입에 있어서 메탄 배출 감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였다. 

또한 같은 날 일본은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와 공동으로 글로벌 LNG 산업 전반에서 에너지 안보 대화의 3개 축(글로벌 공급 안보, 시장 투명성, 메탄 배출 감축)을 중심으로 양자 대화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이에 IEA TFFS의 워크숍 내용을 중심으로 가스 및 LNG 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과제를 수급, 탈탄소화,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정책 중심으로 살펴보고, 국내 정책 차원의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LNG 산업의 도전 과제

바람직한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3대 난제에 대한 점진적이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LNG의 중요성은 점차로 늘어나고 있지만, 장기계약과 막대한 설비 투자 등 LNG 산업은 그 내재한 복잡성으로 인해 해결해야할 도전과제 역시 가지고 있다. 이에 경제적 효율성(Economic Efficiency), 환경(Environment), 에너지 안보(Energy Security) 등 3개 관점(3E)으로 나누어 LNG 산업의 기여와 도전과제를 살펴본다. 

LNG는 석탄의존도를 줄이는 대안 에너지로서도 환경에 크게 기여하는 바가 있다. 여기에는 근본적 화석연료로서 LNG의 한계에 대한 우려로 신규 투자 제한이라는 도전과제가 있다. LNG의 글로벌 공급 측면에서 가용성 유지는 전체 밸류체인 시스템 비용 최소화와 지속적 성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여러 기관의 에너지 시나리오와 전망을 종합해보면, 2030년부터는 새로운 LNG 신규 용량이 필요하며, 이 격차는 2050년까지 연간 약 130만톤에서 270만톤에 이를 정도로 큰 격차를 보인다. 

LNG 수요 전망에 있어 이러한 큰 격차는 역설적으로 현재와 미래의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이 가스와 LNG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웅변한다. 실질적 대안 에너지로서의 가스 위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과 관련한 가스의 기여점은 크게 첫째, 탈석탄과 탈석유 에너지 전환에 기여하는 점, 둘째, 재생에너지의 단속성과 간헐성에 유연성을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재생에너지 발전의 통합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 셋째, 수소/암모니아 사회로의 전환 촉진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스 설비는 바이오메탄이나 수소, 또는 탄소포집이 수반된 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이 가능하여 기존 설비의 활용성을 증대할 수 있다.

한편 LNG 산업의 밸류체인 관점에서의  도전과제로는 높은 고정비, 저장의 어려움, 시장 유동성의 제약 등을 들 수 있다.

수요 관점에서 LNG 산업의 제약점은 유연성 부족, 프로젝트 비용 증가, 미국 LNG 프로젝트의 파이프라인 용량 제약 가능성 등이 꼽힌다. 

탈 탄소화 관점에서의 LNG 산업의 제약점은 메탄 배출 관리의 기술적 제약, 메탄 감축 유인의 일관된 프레임워크나 가이드라인 부족, 그리고 수소와 암모니아로의 전환 등 세 가지로 요약된다.

LNG 공급자 측면에서 메탄 감축이 최우선시 되지 않는 이유로는 기술적 제약, 표준 보고 형식 부재, 참여자들에 대한 유인 부족 등이 꼽히고 있다.

LNG 산업 밸류체인, 특히 상류부문에서의 온실가스와 메탄 감축의 제약 요인으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대부분의 감축 수단들은 생산자들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과, 메탄 감축 이행에 있어 기술적·상업적 어려움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수소 및 암모니아로의 전환에서 가스와 LNG는 더 깨끗한 기저부하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전력 균형을 위한 단기 유연성 해결책과 블루 수소/암모니아에 대한 전환을 가능케 하는 공급 연료로서, 천연가스의 역할은 중요하다 할 것이다.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는 첫째, 장기적으로 저장이 용이하지 않다는 LNG의 특성과 가스/LNG 맞춤형 비축의 필요성, 둘째, 공급처 집중화 경향과 LNG 공급 다변화 유지가 언급되었다. 

기본적인 수급 예측에 따른 리스크의 적절한 할당과 시장 기능이 원활하게 가동되도록 하는 적절한 보완책이 상시적으로 필요하지만, 에너지 안보는 수급상의 효율성 추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확보해야 할 에너지의 속성이다.

이는 IEA가 지난 3분기 시장 보고서와 같이 펴낸 2023 가스안보 보고서에서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지적된 바 있다.

IEA는 동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스 공급 경색의 직접적인 효과는 최근 몇 달 동안 완화되고 있지만, 정책 입안자와 시장 참여자 공히, 지난해 부각되어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구조적 변화를 필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글로벌 가스 공급 안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시장 유연성 확보에 대해, 책임있는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한 대화를 통한 신중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그 시사점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산업간 융합 기조, 에너지 최적화

글로벌 가스산업은 단기적·내부적으로는 에너지 안보 등 가스의 역할이 더 강조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화석연료라는 한계와 이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는 딜레마에 처해 있다. 보다 폭 넓은 가스 에너지 관점에서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은 잠재력을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

글로벌 에너지 협력 또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어, 배출 관련 협력, 기술 협력, 정책적 협력 등 다양하고 발전된 형태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저탄소 및 순제로 기술의 발전을 통한  에너지 3대 난제(energy trilemma: 지속가능성, 안보, 가용성)의 해결에 이르기까지는 기대보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동안 가스 에너지는 전환에너지와 최종에너지의 역할을 넘나들며, 지속적으로 글로벌 에너지 믹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이다.

국가 단위의 최적 에너지 설계는 특정 에너지원 산업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 경쟁력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매우 중차대한 작업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전통 및 비전통 천연자원의 부존량이 모두 낮고, 높은 수준의 에너지 집약 산업 정책을 통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한 국가라면, 더욱 그렇다. 

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한 국가의 자원 선택과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고도로 복잡한 셈법, 이를테면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범국가 차원의 노력, 국가 간 에너지·탄소 거래와 무역, 탄소 배출, 국가 경쟁력 및 산업 경쟁력, 기존 산업 인프라의 활용, 민간의 수용성, 부존자원의 활용, 지정학적 실리와 패권 다툼 등 기업과 국가 단위의 모든 경쟁과 협력적 요소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내 가스산업의 여건 역시, 글로벌 가스 LNG 산업의 장단기 딜레마와 유사하다. 국내 장기 천연가스 수요 전망은 일정 수준에서 머무르는 가운데, 천연가스 발전산업의 LNG 직도입 사업 참여가 늘어나고, 관련 가스 설비 투자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에 공공성과 효율, 그리고 에너지 안보 관점에서 제반 정책의 적정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발전용 가스시장은 전력과 가스산업의 교집합이자, 천연가스가 전력 에너지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또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전력과 열 등 에너지 이용의 주된 제품이자 서비스가 생산되고 제공되는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이 부문은 좁게는 원료비의 구매 비용, 전력 부하 추종, 발전기 및 송전 효율, 전력 판매 단가(SMP) 등이 사업의 경제성과 비용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되고, 이를 둘러싼 규제와 정책이 실시간으로 그 한계와 기능을 검증받는 시험대이다. 

넓게는 글로벌 가스 및 LNG 시장 여건 변화, GTP(Gas to-Power) 시장, LNG 도입 계약과 현물 구매, 국가 에너지 믹스에서의 가스 비중, 탄소배출 목표 등 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의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격전의 무대이기도 하다.

LNG 도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도입 주체별로 LNG 도입가격이 곧바로 발전용 가스시장에서의 기본적 사업 경쟁력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도입 가격, 글로벌 가스시장 동향, 가스공사의 중장기 계약물량의 용도별 배분 등 발전용 연료비용 및 관련 규제와 정책에 사업 자체의 경제성이 크게 의존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민간 발전회사들과 한전 발전자회사들은 그동안 글로벌 LNG 시장에서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되던 시기를 거치면서 직도입 경쟁 시장에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LNG 터미널 및 배관시설 시장과 같은 가스공급설비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을 추진하여 왔다. 일부 사업은 사업예비타당서 통과 추진 등 가시화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 내재된 변동성이 언제든지 동 사업 여건이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최근 다시 표면화 되면서 공기업으로서 발전 자회사들의 직도입 및 공급설비시장 진출이 과연 장기적으로 적정한 것인가 하는 의문에 직면하고 있다.

장기적 화석연료 투자에 있어 정책적 불확실성과 더불어 빈번해지는 다양한 수급 불안요인, 예를 들어,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의 표면화 정도, 주요국의 에너지 정책 기조 변화, 극심한 이상 기후나 노동 분쟁으로 인한 생산 조업 차질 등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왔고, 앞으로 그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 우세하다. 

산업 내 경쟁도입 일변도의 정책과 개별 기업의 수익 추구 활동에 기반한 효율 증대에 의존하기에는, 최근의 글로벌 가스산업의 불확실성 변동폭 증가과 그 영향이 주는 시사점은 매우 자명하다. 산업 내외의 불확실성을 글로벌 차원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관련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최적화하기 위한 노력이 범 산업 관점에서 필요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발전용 가스시장의 거버넌스 관련 논점인 전력과 가스산업의 정책 및 규제 개선을 위해서는, 수급 안정성 확보라는 큰 틀을 우선 정립하고, 이 토대 위에서 양 산업의 정책과 제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체제 마련이 대단히 중요하다. 더 나아가 국가 에너지 전반에 대한 기본 설계와 가용 에너지원의 역할을 장기 목표와 단기 상황에 맞추어 부여하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그간의 에너지 정책 기조가 산업 내 경쟁을 통한 효율화 추구였다면, 이제는 관련 에너지 산업, 즉, 전력과 가스, 그리고 재생에너지 및 환경 등 다양한 산업에 걸친 정책 최적화를 위해 산업간 융합 기조로 전환되어야 할 시점이다. 

국내 에너지 산업 여건과 글로벌 동향을 면밀히 살펴서 보다 실질적이고, 국가적 차원의 최적 에너지 미래를 설계하고 준비하는 노력과 더불어, 필요한 국제협력을 가늠하고 선도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나가야 할 것이다.

※ 본 기고는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 계간가스 2023년 가을호의 ‘LNG 산업의 도전과제 글로벌 동향과 국내산업 시사점’을 요약한 것으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원문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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