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슈퍼스테이션 규제완화에도 경제성 확보 어려워

주유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주유소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시설(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 없음)

[에너지플랫폼뉴스 정상필 기자] 정부의 수송용 에너지 전환정책에 따라 전기차 보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존 내연기관 연료 공급처인 주유소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유소업계에서는 사업 지속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래 수송용 연료시장의 대세는 전기차가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8월 31일 기준 전기차는 누적 50만5,971대가 보급됐다.

보급 초기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50km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500km 이상 달릴 수 있는 전기차가 보급되고 있다.

차량 성능 향상에 발맞춰 세계 최고 수준의 충전기반 인프라도 구축돼 지난 5월말 기준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는 24만여기에 이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충전기 1기당 전기차 보급대수는 세계평균이 10대, 유럽 13대, 중국 8대에 비해 한국은 2대로 규모면에서 충전기 보급률은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보급된 충전기 대부분이 완속충전기로 편의성 측면에서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환경부는 주거지 등 생활거점에는 완속충전기를, 고속도로 휴게소 등 이동거점에는 급속충전기를 집중적으로 설치할 방침이다.

특히 주유소·LPG 충전소는 전기차 충전기를 포함해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분산 에너지를 설치해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의 전환을 도모한다.

▲ 국내 에너지슈퍼스테이션 1호점인 SK박미주유소 전경
▲ 국내 에너지슈퍼스테이션 1호점인 SK박미주유소 전경

◇ 주유소 미래는 에너지슈퍼스테이션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박사에 따르면 주유소가 2019년 수준의 영업실적을 유지하려면 1만1000여곳의 주유소 중 2030년까지 2,053곳, 2040년까지는 전체 주유소의 85%인 8,529곳이 퇴출돼야 한다.

기존 내연기관차 중심 수송 분야가 전기차·수소차 중심으로 전환됨에 따라 화석연료 기반 주유소는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자동차 누적등록대수는 2575만7201대로 2022년 12월 말 대비1% 증가했다.

친환경차로 분류되는 전기·수소·하이브리드차는 누적 등록대수 184만4233대로 7.8%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전기차는 누적 46만4928대로 2022년 12월 말 대비 19.3%인 7만5073대가 증가했다.

특히 택시와 1톤 화물트럭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전기차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석유유통시장의 경쟁 포화에 따른 신사업 필요성과 친환경차 보급 확대에 따른 위기감으로 기존의 구조를 탈피한 다양한 사업모델이 추진되고 있다.

이 가운데 에너지슈퍼스테이션은 기존 주유소사업 외에 친환경차 충전수익, 전력 판매 수익 등으로 주유소의 좌초자산화를 방지하고, 친환경차 확대에 따른 주유소의 매출 감소 상쇄와 신에너지 산업 단계적 진출을 기대할 수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정부의 수송에너지 전환정책과 분산에너지 활성화정책에 따라 좌초자산 우려가 있는 주유소나 LPG충전소에 태양광과 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을 설치, 친환경 전기와 수소를 생산해 수소차와 전기차 충전에 활용하고 남은 전기는 한전 계통연결을 통해 판매하는 분산형 에너지플랫폼이다.

▲ 주유소 캐노피 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 주유소 캐노피 위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정부는 에너지슈퍼스테이션 전환을 위해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들을 과감하게 개선해 주유소에 연료전지 설치를 허용하고, 주유기와 전기차 충전기간 이격거리를 완화했다.

또 태양광이나 연료전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를 한전을 통하지 않고 직접 전기차에 판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도 개정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나 태양광, 연료전지를 설치한다고 해도 수익성과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는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 에너지슈퍼스테이션 재정 지원과 수익성 확보방안 필요

전기차 충전기의 경우 정부 지원을 통해 급속충전기를 설치한다고 해도 낮은 전기요금으로 인해충전 수익은 kW당 10원도 남기기 어렵다.

더욱이 급속충전기라 해도 완충하는데 50분 이상 소요되다 보니 대부분의 전기차 운전자들이 집에서 완속충전기를 통해 충전하는 이른바 ‘집밥’으로 해결하고 있어 주유소 등 외부 충전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거나, 이용하더라도 10분 정도만 충전하고 이동하다보니 수익성은 매우 낮은 상황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은 정부 융자 지원을 통해 설치할 경우 자가 소비용으로 설치해야 한다.

또 자비용을 들여 설치해 전기를 판매하려 해도 한전 계통과 연결해야 하는데, 수도권 주유소의 경우 계통 연결 확률이 높지만 지방의 경우 계통연결이 되지 않는 주유소가 많아 발전사업을 통한 수익확보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특히 주유소 옥상이나 캐노피 등을 활용해 태양광을 설치한다 해도 면적이 제한적이어서 평균 설치 용량이 40kW에 불과해 원금 회수에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연료전지의 경우 에너지 효율과 발전효율이 높고 전력생산과 함께 열과 수소 생산도 가능하며 소음도 적어 도심지 내 발전소 설치에 적합한 분산형 발전원으로 주유소에 신규 수익원으로 가장 적합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박미주유소 옥상에 설치된 300kW규모 연료전지 발전시설
▲ 박미주유소 옥상에 설치된 300kW규모 연료전지 발전시설

다만 연료전지는 설치비용과 발전비용이 높은단점이 있다.

발전용 연료전지의 설치비용은 kW당 약 430만원으로 알려지고 있다.

태양광 설치비용 kW당 150~200만원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300kW 규모 연료전지를 설치한다면 약 12억9000만원이 들어간다.

원료인 천연가스 비용도 적지 않아 kW당 250원의 발전단가에서 원료비 비중은 60%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소방청에서는 주유소에 연료전지 설치조건으로 연료전지 주위 방호담 설치와 건축물 구조 보강, 차량 충돌 방지 보호설비, 수동식 차단밸브 등을 설치토록 규정해 추가적인 공사비용도 적지 않게 들어간다.

결국 주유소의 에너지슈퍼스테이션 전환을 위해서는 300kW 규모 연료전지를 설치할 경우 최소 20억원에서 3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같은 비용을 주유소가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주유소협회에서는 기존 주유소의 에너지슈퍼스테이션 전환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 차원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추진 중인 수소발전 시장 입찰 물량확대와 소규모 발전사업자에 대한 우대를 요구하고 있다.

수소발전시장 입찰은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해 상반기 입찰결과가 발표됐지만 소규모 발전사업자는 떨어지고 대규모 발전사업자만 선정됐다.

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은 “주유소는 과도한 경쟁정책으로 인해 영업이익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상황으로, 에너지전환과 맞닥뜨려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가 주유소 좌초자산화를 막고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주유소를 에너지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하려 한다면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며 수소발전 입찰시장물량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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