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 유연백 본지 고문 겸 칼럼위원]

유연백  본지 고문 겸 칼럼위원
유연백  본지 고문 겸 칼럼위원

오랫동안 몸담아 왔던 에너지 정책·산업의 일선을 떠나면서 무겁게 자리 잡고 있던 에너지 화두에서 벗어나는 머리가 맑아지는 상큼함을 맛보는 최근이다.

하지만 에너지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그런 문제에 대한 우려와 좀 더 열심히 해야 했었다는 회한의 마음이 드는 것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이제 좀 더 차분하고 긴 안목으로 에너지정책에 대해 사색과 성찰의 시간을 갖고 되돌아보면서, 문제의 핵심과 대안의 방향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을 돌이켜보면 부존자원도 빈약하고 에너지에 대한 투자도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생활과 산업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한 에너지정책 추진 성과는 꽤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고품질의 에너지 공급은 국가가 전략적이고 장기적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가능했고 에너지 국책사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국민의 이해가 그 바탕이 되었다.

기술적 기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원자력 연구와 원전 건설 및 기술자립을 넘어 원전수출과 원전강국으로 발전한 과정은 방폐장 등 일부 사회적 갈등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이로운 수준으로 평가할 만 하다.

석유산업도 자유화 이후 내수에서 수출산업화에 성공했고 석유화학산업의 발전으로 이어졌으며 석유비축시설, 송유관 및 천연가스 배관망 건설, 농어촌전기화 및 승압, 발전 및 송배전망 등 에너지 공급기반 구축도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까지 국가 주도로 에너지네트워크를 성공적으로 구축했음에도 그 후 환경변화에 따라 에너지정책은 많은 시련을 겪어야 했다.

방폐장 건설은 민간단체와 지역주민의 반대로 여러 차례 실패하다가 중·저준위 방폐장 확보에 그쳤고 전력산업 구조개편 및 민영화도 노조의 반대 등으로 불완전한 상태로 전력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발전소 및 송전망 구축은 민원 등으로 점점 어려워져 동해안의 석탄발전이나 호남지역 풍력 등 재생에너지 송전 제약이 발생하며 전력 수급 안정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기후변화문제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에너지 사용에 대한 제약이 국내외적으로 강해지는 가운데 탄소중립에 대한 국제적인 약속 및 법률규제 등으로 더 이상 수급 안정 중심의 경제적인 에너지정책은 작용하기 어렵고 환경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렇다고 무리하게 탄소중립으로 가게 되면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이나 경제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탄소중립을 찬성하는 국민적 인식과는 별개로 탄소중립이 함축하고 있는 어려움이나 심각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그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려는 수용성은 부족해 보인다.

정부도 긴 안목에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만들어가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정책 의지보다도 방폐장의 사례에서 경험했듯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단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회피하거나 접근하는 식으로 폭탄 돌리기를 할 가능성이 크고 이해집단의 요구나 저항도 커서 문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지 않을까 걱정 된다.

이처럼 복잡 다양하고 풀기 어려워진 에너지 정책 과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부나 개인 및 단체가 집단적인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문가 중심으로 과학과 기술에 입각한 다양한 대안을 만들고 집단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사실에 기초한 논의과정을 통해 합리적으로 정책 결정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파를 초월해 결정된 정책을 일관성 있게 집행하되 그 결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거쳐 계속 수정·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와 정책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절실하다.

◇ 유연백 고문·논설위원은

▲ 행정고시 30회

▲ 1990년 5월 ~ 감사원 부감사관

▲ 1992년 9월 ~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산업과장, 석유산업과장, 전기위원회 총괄정책과장, 감사관, 원전산업정책관

▲ 2015년 1월 ~ 한국표준협회 전무이사

▲ 2020년 5월∼ 2023년 6월 한국민간발전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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