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지난 해 7월 마지막 거래일인 29일, 유럽 천연가스 선물 가격 지표인 TTF는 MMBtu당 57.62불에 거래됐다.

같은 날 북미 천연가스 가격 지표인 헨리허브(Henry Hub)는 8.23불을 형성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 측의 경제 제재 그리고 러시아의 자원 무기화 대응 등의 영향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했는데 올해 들어서는 확연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7월 마지막 거래일인 31일, 헨리허브 천연가스 종가는 2.63불을 기록하며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68% 하락했다.

같은 날 TTF 가격은 8.82불까지 떨어져 1년 전에 비해 84.7%가 낮은 수준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국제원유가격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해 7월 29일 두바이유 가격은 1배럴에 107.23불까지 치솟았지만 1년 후인 올해 7월 31일에는 85.64불로 20.1% 하락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니 국제가격 변동 요인이 곧바로 내수 시장에 반영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통계청이 발간한 7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확인됐다.

석유제품 물가지수는 지난 해 같은 기간 보다 25.9%가 떨어졌고 자동차용 LPG 물가도 17.9% 하락했는데 유가 등이 그만큼 떨어졌으니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전기요금은 25.0%, 도시가스는 21.3%, 지역난방비는 33.4% 올랐다.

발전과 도시가스, 지역난방 연료 등으로 폭넓게 사용되는 원료 에너지인 천연가스 가격이 크게 하락했는데도 이들 에너지물가가 오히려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인데는 누가 가격을 결정하느냐의 차이 때문이다.

정부의 가격자유화 조치 이후 석유와 LPG는 시장원리가 작동하며 국제가격 변동 요인이 내수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반면 정부가 가격을 관리, 통제하는 전기, 가스, 지역난방 등은 최근 연료비 하향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오히려 소비자 가격은 상승하는 반비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고 전기, 가스 소비자들이 억울해 할 일은 아니다.

국제 연료 가격이 급등했을 당시 정부는 전기, 가스 공급 요금을 올리지 않으며 한국전력은 수십조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가스 도입, 도매 공기업인 가스공사는 수조원의 미수금이 쌓인 사이 소비자들은 값싸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지 못한 전기, 가스, 지역난방 요금이 올해 들어 분산 반영되면서 국제가격은 하락했지만 소매 요금이 인상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는데 중국 송나라 시대의 ‘조삼모사(朝三暮四)’ 격언의 처지와 다르지 않다.

당장의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 부담을 피했지만 결국은 빚으로 남아 시차를 두고 갚아야 하니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떠안는 부담은 달라지지 않는다.

소비자 비용 부담의 결과가 같다면 가격 결정을 시장 자율에 맡긴 석유, LPG처럼 국제 가격에 투명하게 연동돼 반영되는 시스템이 탄력적인 소비로 이어지고 절약 등을 유도할 수 있어 합리적이다.

인상 요인이 발생했는데도 물가 안정을 내세워 전기, 가스 가격을 통제하며 선심 쓰듯 당장은 낮은 영수증을 내미는 정부 처사는 그저 국민들을 속이는 약은 꾀일 뿐이다.

시장 요금을 예측할 수 없어 빚인줄 모르고 낭비하고 나중 오른 가격으로 청구되는 전기, 가스 영수증을 받아 들 때의 허탈감이 때로 분노로 폭발할 수도 있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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