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현돈 교수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현돈 교수

[인하대학교 에너지자원공학과 신현돈 교수]

에너지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93% 이상 되는 한국에게는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이 국가생존에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인근의 유럽 국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특히 천연가스의 가격상승은 한국에게는 에너지 요금상승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더 나가 가스공사와 발전공기업 등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상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면서도 한편으로 석유가스 등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은 소리소문없이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자국의 대륙붕 자원개발을 추진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최근 들어 유럽의 대표적인 산유국이고 탄소중립의 선두주자인 노르웨이가 자국 대륙붕에 투자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했다. 

인구 540만 명인 작은 국가인 노르웨이는 거의 모든 전력을 신재생으로부터 공급하고 있다.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수력이 88%, 풍력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국영 석유회사인 에퀴노르(Equinor)를 앞세워 북해에서 많은 양의 석유와 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에너지 수출국으로 현재 위태로운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탄소중립 모범국가인 이들이 자국내 대륙붕 자원개발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엔 겉으로 드러난 이유와 궁극적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그동안 러시아에 의존했던 불안한 유럽의 가스공급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가스생산 시 구축한 해양플랜트 시설을 향후 풍력 발전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더 나가 가스전을 탄소중립을 위한 이산화탄소 지중저장소(CCS)로 활용도 가능하다. 

어쩌면 겉으로 말은 하고 있지는 않지만 탄소중립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전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문제 발생시 천연가스 자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감안해 미리 투자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에너지산업은 긴 리드타임이 필요하다. 

투자를 시작해서 생산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을 말하며 보통 15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즉 미리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학생들이 수능을 준비할 때도 주요 과목인 국영수는 원하는 성과를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항상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이처럼 국가와 사회를 지탱해주는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는 장기적 계획에 따라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개인과 기업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지만 국가는 해야만 하는 것을 해야 한다.

최근 들어 한국도 대륙붕자원개발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했다.

한국석유공사는 일명 ‘광개토’ 프로젝트라 불리는 장기적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대륙붕에서 추가적인 가스전을 찾고 동시에 탄소중립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시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국가가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그것도 더 일찍 서둘러 추진했어야 했다. 

지난 10년간 나빠진 석유공사의 재무 상태를 고려하면 이 광개토 프로젝트가 제대로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그동안 정부의 의지와 태도를 보면 멋진 이름의 계획에 그칠 공산이 크다. 

국가의 시간과 대통령의 시간, 공기업의 시간과 사장의 시간이 다르다. 

국가와 회사 차원의 비전과 멋진 계획은 있지만 그를 추진하는 인력과 자금 투자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가와 공기업의 시간으로 에너지자원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 

자원안보와 탄소중립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최적의 사냥터는 국내 대륙붕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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