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최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통과에 따라 국내 대표적인 분산발전 모델로 분류되고 있는 집단에너지 사업이 그동안의 침체기에서 벗어나 시장 중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신규 집단에너지 사업 추진과 기존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연료전환 이슈에서 볼 수 있듯이 500MW 수준으로 획일화된 열병합발전 설비 용량의 신규 사업 추진은 향후 시장에서 요구되는 지역 중심의 분산형 전원의 역할보다는 전력시장 우회 진입의 수단으로 집단에너지 사업이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기도 하다. 

과거 소형 열병합발전 및 구역형 집단에너지 사업의 전력시장 진입에 크게 반발했었던 발전 사업자들이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등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집단에너지 사업 유치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 요즈음 상황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인 대규모, 중앙집중형, 생산자 중심의 집단에너지 사업모델에서 소규모, 분산형, 사용자 중심 모델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해외의 사례에 비추어볼 때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LNG 기반의 대규모 집단에너지 사업 추진 열풍은 규모의 경제성에 따른 시장 경쟁력 측면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 향후 전개될 지속 가능한 집단에너지 산업의 미래와는 다소 동떨어진 행보로 볼 수 있겠다. 

탄소 중립(Carbon neutral)을 넘어 실질적인 탄소 저감을 달성하고자 하는 마이너스 탄소 모델 (Carbon negative) 개념의 도입까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집단에너지 사업이 분산에너지 활성화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대응을 중심으로 한 기술과 정책의 큰 흐름에 좀 더 부합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보급 확대에 따라 전력계통 불안정성 완화와 회복 탄력성 측면에서의 집단에너지 산업의 중요성과 역할론이 최근 재조명되고는 있으나 향후 급변하는 재생에너지 및 분산에너지 중심의 시장환경 변화에서 지속 가능한 탄소 중립형 집단에너지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 중심의 분산에너지 모델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선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추진 중인 기존 전력계통 편익 기여도에 대한 정당한 시장 평가와 더불어 지역 전력자립도에 따른 차등화된 요금제도의 도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즉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물리적, 환경적 피해, 그리고 원거리 전력 수송에 따른 비용 손실 등을 전력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가 직접 부담하는 새로운 요금체계의 도입을 통해 분산에너지 활성화 법이 추구하고자 하는 지역 중심의 에너지 자립화의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 지역별 전력자립도는 2019년 기준 경기도는 60%, 강원도는 175%, 충남은 228%를 달성하고 있는 데 반해, 충남 및 대전 지역은 각각 7.7%, 2% 미만으로 지역별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조사되고 있어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 체계로 인한 피해를 특정 지역에서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현재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에너지생산자 중심의 집단에너지 사업의 ‘분산편익’ 보상제도와는 다른 관점에서 지역별 전력자립도라는 객관적인 기준을 근간으로 한 합리적인 차등 전력요금 체계를 도입해 본다면 사업자들 간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과 이로 인해 파생되는 갈등 요인을 한결 수월하게 해결함과 동시에 보편타당한 지역 중심의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견인할 수 있는 경제적, 정책적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쪼록 국내 집단에너지 사업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장기침체에서 반등할 수 있는 새롭고 혁신적인 대안들이 조속히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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