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 백종현 책임연구원

[한국가스공사 가스연구원 백종현 책임연구원 ] 2016년 11월 4일에 발효된 파리기후협약 COP21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196개 국가는 국제법에 따라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데 동의했다. 2021년 7월 14일 EU 집행위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55% 감축하기 위해 Fit for 55를 발표하였다. 

국제적으로 탄소 배출 규제가 본격화함에 따라 우리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2023년 1월 12일 발표된 제10차 전력수습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목표달성을 위하여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을 204.4 TWh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원자력의 230.7 TWh 다음으로 높은 발전량이다. LNG 복합발전기는 천연가스에 수소 50% 혼소 발전을 점진적으로 확대 추진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원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풍력과 태양열이 항상 일정량으로 공급되는 것은 아니므로 전력 변동성에 대비하여야 한다.

전력 변동성을 보완하는 방법으로 과잉 생산된 잉여 전력을 사용하여 수소를 생산하여 저장하는 것이 있다.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하여 수소를 생산할 경우, 생산·소비 과정에서 무탄소(CO2-free)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수소는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소는 기존 화석연료 보다 높은 비용구조를 가지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비용 감축 가능성이 크고, 에너지 소비에 따른 미래 환경비용 감축을 위한 효율적인 대안 중 하나이다.

수소 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소를 대량으로 소비자에게 운송하는 것이 필요하며 배관은 환경과 경제성을 고려할 때 최상의 운송 및 저장 매개체이다. European Hydrogen Backbone(2022년 4월)은 수소 이송을 위해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하는 것이 신규 배관을 건설하는 것 보다 75~90% 투자비 절감이 예상된다고 보고하였다. 

네덜란드의 천연가스 운영사인 Gasunie는 수소 이송을 위하여 직경 30인치 배관길이 1,183 km에 대한 경제성을 분석한 결과, 기존 천연가스 배관을 활용 시 신설 배관 대비 1/4 투자비가 소요된다고 발표하였다.

국가 수소경제 활성화 및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22년 11월 9일 수소경제위원회에서는 LNG 공급망을 활용한 수소공급 방안을 발표하였다. 

수소기술미래전략에서는 가스배관망에 수소를 20%까지 혼입을 위한 안전성 검증방안을 발표하였다.

한국가스공사에서 운영하는 천연가스 배관에 수소를 혼입하여 LNG 발전소 및 도시가스사에 공급하면서 수소 배관건설비용 절감, 운송 비용절감, 대용량 수소 이송이 가능하고 탄소배출 저감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천연가스배관을 통한 수소혼입 공급에 따른 주요 쟁점사항으로는 배관시스템에 미치는 구조적 내구성, 건전성 관리, 유지보수, 유동안정성, 가정용 및 산업용 가스기기의 수소 호환성, 유량측정, 누설감지 등이 있다. 배관에 수소 혼입 시 가장 많은 관심사는 수소취성이다. 

수소취성과 관련된 최초 자료는 1874년 W.H. William이 Royal Society에 철(Iron)과 강(Steel)을 염산과 황산에 담근 후 철강의 인성(Toughness)과 연성(Ductility)이 감소하는 기계적 물성변화이다. 

수소배관 규격(Code) 또는 문서(Document)로는 미국기계학회에서 규정한 ASME B31.12 (Hydrogen Piping and Pipelines), 독일의 DVGW G463 (High Pressure Gas Steel Pipelines for a Design Pressure of more than 16 bar; Design and Construction), 영국의 IGEM/TD/1 Edition 6 Supplement Communication 1849 (High Pressure Hydrogen Pipelines) 그리고 유럽산업가스협회에서 발간한 EIGA IGC Doc 121/14 (Hydrogen Transportation Pipelines) 등이 있다. 

ASME B31.12에 따르면 모든 금속재료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소취성이 발생하며 기체 수소와 호환성을 갖는 재료는 알루미늄 합금, 스테인레스강(오스테나이트 계열, 12% 이상 Ni 함유한 316L 추천), 탄소강, 저합금강, 구리 합금 및 티타늄 합금을 추천한다.  

수소취성은 환경, 응력(운영압력 등 1차 하중) 및 민감성 재료의 3요소로 발생한다. 이 3요소 중 1개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수소취성은 발생하지 않는다. 즉 운영압력을 낮추거나(두께증가, 직경감소) 재료를 변경하거나 수소 환경을 변경하면 수소취성은 발생하지 않는다. 

금속의 연성과 인성은 인장시험으로 평가한다. 천연가스배관에 대하여 다양한 수소 분위기(압력, 수소분율)에서 인장시험 결과 인장강도까지는 배관 건전성에 의미 있는 영향을 줄 수 있는 강도와 연성 변화는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가 대부분이다.

국내 천연가스배관은 인장강도 보다 낮은 항복강도의 40~50% 범위의 압력 구간에서 운영되어 결함이 없는 배관의 경우 수소취성에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수소분위기에서 배관에 결함이 존재할 경우 배관 운영압력 변화에 따라 결함이 성장할 수 있으므로 피로균열성장속도(Fatigue Crack Growth Rate)에 대한 시험자료를 확보하여 배관수명을 예측하여야 한다. 

가장 환경 친화적인 에너지 운반체인 수소를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소혼입배관에 대해 ASME B31.12에서 규정한 기계적 실험을 통하여 수소분위기에서 천연가스 배관에 대한 호환성 검증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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