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명예선임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명예선임연구위원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달석 명예선임연구위원

사우디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과 러시아 등 감산 참여국들(OPEC+)은 지난 4월 2일 하루 약 165만 배럴을 5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감산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5일 하루 200만 배럴을 11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감산하기로 한 것에 더한 추가 감산 결정이다.

이 소식으로 국제 유가는 급등해 중동산 두바이유의 배럴당 가격은 3월 마지막 주의 77.31달러에서 4월 첫 주에 84.66달러를 기록했다.

OPEC+가 추가 감산에 나선 배경으로는 세계 경기 침체와 함께 석유 수요 둔화가 우려된다는 점, 서방국의 러시아산 석유 금수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사우디가 미국의 전략비축유(SPR) 정책에 불만을 가졌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석유 수요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제로 금리를 유지했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3월 이후 9차례 연속으로 금리를 인상해 미국의 기준금리는 4.75~5%로 상승했다.

게다가 3월 중순의 미국과 유럽의 은행권 위기에 의한 금융 위기 공포로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는 더 커졌다.

OPEC+는 이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다음으로, 러시아의 석유 생산 및 수출이 서방국의 제재와 금수 조치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상과 달리 견고하게 유지됨에 따라 석유시장의 수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EU가 지난해 12월 5일부터 러시아 원유의 수입을 금지하고 올해 2월 5일부터 러시아 석유제품의 수입을 금지했지만 러시아가 인도와 중국 등으로 수출선을 조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에너지정보업체 EI는 러시아의 원유와 컨덴세이트 생산이 올 1~2월에 이어 3월에도 지난해 평균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더해, 미국의 SPR 정책은 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의 감산 결정에 확실한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에 대응해 2억 배럴이 넘는 비축유를 방출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비축유 방출을 결정할 당시 WTI 가격이 배럴당 67~72달러로 하락하면 비축유를 재구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 은행권 위기 등으로 WTI 가격이 배럴당 66.74달러까지 하락했음에도 미국은 재구매를 시작하지 않았다.

오히려 DOE 장관은 3월 25일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SPR 보충을 위한 재구매는 어려울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사우디와 여타 OPEC+ 산유국들의 이번 감산 결정은 지난해 10월에 비해 물량은 작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감산 합의는 상당수 OPEC+ 국가들의 실제 생산량이 자국에 할당된 생산쿼터를 훨씬 밑도는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어서 감산 효과가 크지 않았다.

OPEC+의 올해 3월 생산량은 지난해 10월 생산량에 비해 하루 약 90만 배럴 축소된 정도인데, 대부분 사우디 등 중동 국가에서 감산한 물량이다.

하지만 이번 감산은 이라크를 제외하면 모두 생산쿼터에 근접한 수준에서 생산하는 OPEC+ 주요국들의 자발적 감산이어서 거의 그대로 이행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석유시장은 지난해 3분기부터 공급 과잉으로 전환되어 재고가 누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감산 결정으로 올 하반기에는 다시 초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힘입어 올해 세계 석유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증가하면, 미국 등 비OPEC 국가의 공급이 꾸준히 증가하더라도 초과 수요 규모는 하루 1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OPEC+ 감산 결정이 연말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향후 국제 유가는 상승세를 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한편, 국제 유가의 상승이 다시 물가 상승을 촉발하면 각국 중앙은행은 고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결국 우려하던 세계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지고 석유수요 증가세는 더욱 약화되어 국제 유가는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다.

석유는 단기적으로나 중장기적으로나 그 어느 상품보다 가격 변동성이 큰 상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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