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압보정기 공방, 소비자도 생각해야
온압보정기 공방, 소비자도 생각해야
  • 김신 편집국장
  • 승인 2007.03.13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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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스 판매량 오차를 둘러싼 잡음이 이제는 도시가스 판매회사와 온압보정기 제조 회사간의 법정 공방으로까지 커지고 있다.

한 온압보정기 제조회사가 일부 도시가스 수용가에 회사 제품을 설치했고 도시가스회사가 철거를 요청하면서 불거진 갈등은 급기야 형사 고발 등 험악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다.

온도와 압력의 차이, 계량기의 오차 등을 이유로 도시가스회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수천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용가에 온압보정기를 설치하는 것은 논란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온압보정기가 보급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돼야 할 전제들이 있다.

일반 도시가스 수용가에 보급될 수 있는 온압보정기의 경우 그 정확도나 안전성 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당연히 형식승인이나 설치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전 소비가구에 온압보정기를 보급하려면 10년 이상이 소요되고 그 비용만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인 표준과학연구원측 역시 온압보정기의 장점은 인정하면서도 비용이나 법정 검정 기준 마련 등의 과정에서 많은 장애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외국에서 도시가스 수용가에 온압보정기 설치가 미미하다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도시가스 판매량 오차 해결방안을 고민 중인 정부나 국회는 온압보정기 보다 온압보정계수를 적용하는 것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창의성과 기술력을 발휘해 온압보정기 개발에 몰두해 온 관련 업체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스스로가 검증받겠다며 소비자들에게 접근해 관련 제품을 설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시가스사와 온압보정기 제조 회사간의 이번 공방에서 소비자들은 배제되어 있는 것 같아 아쉽다.

도시가스사들의 부당 이득과 관련해서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혐의가 확인되지는 않은 상태다.

도시가스사들은 적법한 허용오차 안에서 판매량 차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대편에서는 제각각의 시각에서 부당이득 규모를 산정하고 책임을 묻고 있으니 도시가스 판매량 논란 그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논란의 진위와는 무관하게 스스로가 믿고 싶은 방향, 즉 도시가스사들이 자신들의 호주머니에서 부당하게 가스비를 착취했다고 믿고 싶어 하는 것이 당연하다.

온압보정기를 설치한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통해 산출된 도시가스 사용량과 실제 청구량 사이의 오차가 발생하게 되면 그 데이터를 신뢰하고 도시가스회사를 부도덕한 기업으로 내몰 것이 분명하다.

도시가스 판매량에 대한 사회적인 불신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검증되지 않은 온압보정기를 무리하게 보급하는 것은 또 다른 불신을 조장하고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

도시가스 판매량 오차 논란은 사회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그 해결방안도 정부와 관련 산업, 전문가 집단들이 모두 머리를 맞대 공신력 있고 실행 가능한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