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근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촉발된 대내⦁외적인 에너지수급 불안정성은 유럽에 이어 국내 난방비용 급등에까지 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장기적인 현상으로 고착화되기 보다는 한시적인 변동성으로 그칠 개연성[에너지플랫폼뉴스 에너지플랫폼뉴스 ]은 높지만 지속가능한 대응 방안 마련 대신 가시적이고, 손쉬운, 한시적 보조금 지급 여부로 한바탕 벌어지고 있는 국내 정계의 소란을 목도하고 있노라면 향후 잦은 변동성 도래로 인한 불편함이 꽤나 지속될 것 같아 매우 우려스럽다. 

한편으로는 최근 난방요금 급등에 따른 에너지 가격 현실화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사회적 여론을 보면서 합리적인 열 요금 체계의 도입을 통한 집단에너지 사업자의 경영구조 개선은 당분간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한 해 에너지수입 지출 비중이 전체 수입액의 22%를 차지할 만큼 대표적인 에너지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태생적으로 에너지·자원 가격 상승 및 수급 불균형 등 변화에 매우 취약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탄소중립 생태계로의 전환은 집단에너지 산업의 기존 사업체계를 흔드는 위협 요인이 아닌 오히려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여 지속가능한 미래 집단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라 하겠다. 

그러나 최근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에서 다양한 기술적, 정책적 변화를 주도해왔던 지역난방공사마저 경영악화 등의 이유로 내부 연구조직을 현업부서로 흡수시키는 행정조치를 단행함으로써 향후 국내 에너지시장에서의 집단에너지 산업의 경쟁력 악화가 더욱 가속화되지나 않을는지 우려된다. 

이런 관점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집단에너지 사업의 역할을 재조명함에 있어 북유럽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탄소중립형 집단에너지 사업 추진은 최근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정체성 확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계에 시사해주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국내에서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저온 열 공급 기반의 4세대 모델과 더불어, 소비자와의 보다 긴밀한 연계 운전을 특징으로 하는 5세대 집단에너지 개념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북유럽의 탄소중립형 집단에너지 사업 모델의 핵심은 바로 재생에너지원으로의 과감한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전통적인 대규모, 중앙집중형 집단에너지 모델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계와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행보이다. 재생에너지원의 단속적인 에너지생산 특징은 국내에서와 별반 다르지 않음에도, 그로 인한 시장 경제성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분산형, 재생에너지 보급 모델 확산에 전력을 다하는 것은 기존 대규모, 열병합발전 중심의 3세대 집단에너지 모델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그동안 개별에너지공급 방식 대비 집단에너지 사업의 보급 명분이 되어왔던 에너지효율성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영향이 고려될 경우 집단에너지 사업의 에너지효율성, 즉, 에너지사용 절감률이 크게 감소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집단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사업체질 개선 이외에는 답이 없음을 조속히 인식해야만 한다. 

화석에너지 생태계에서 유효한, 규모의 경제에 의존한 사업 모델의 경쟁력을 향후 펼쳐질 탈탄소 생태계에서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반전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2023년 현재, 국내 집단에너지 산업의 현장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주체가 정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다소 답답하게 전개되어가는 최근 시장 상황이긴 하지만 집단에너지 산업계 스스로가 현재의 난국을 적극 타개해나갈 수 있는 견인차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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