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BP가 최근 발간한 ‘Energy Outlook 2023’에 따르면 비중의 문제일 뿐 2050년에도 석유의 쓸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95% 줄이는 ‘넷 제로(Net Zero)’ 시나리오를 적용해도 2050년 석유 수요는 현재의 1/5 수준인 하루 2,000만 배럴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2019년 대비 온실가스 저감 비중이 20%에 그치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시나리오를 적용하면 하루 7,500만 배럴의 석유가 필요하다.

수송 수단의 효율화, 전기에너지로의 전환 덕분에 도로 운송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석유 수요가 크게 줄겠지만 중국, 인도, 아프리카 등 신흥경제국 중심으로 석유 의존도가 커지는 영향 때문이다.

석유와 마찬가지의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는 발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 2050년까지 꾸준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제시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는 것은 ‘지구와의 공존’을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에너지와의 공존’을 위해 상당 기간 동안 화석연료를 등질 수 없는 현실이 BP 보고서를 통해 다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석유, 천연가스 수요의 불확실성 때문에 자원 개발 투자 방식이 ‘보다 짧은 주기(shorter-cycle)’로 전환되겠지만 지속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BP는 전망하고 있다.

석유 생산량과 관련해 OPEC의 전략을 분석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향후 10년 정도 OPEC은 생산량을 줄이면서 낮은 시장 점유율을 수용할 것으로 BP는 분석했다.

비전통원유 등을 앞세운 미국 등 비OPEC 산유국들의 석유 공급 증가로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는 것을 낮추려는 전략인데 실제로 OPEC+ 산유국들은 현재도 하루 200만 배럴 규모의 감산을 유지하며 가격 안정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타이트오일 생산량 등이 정점을 찍으며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는 시점에 OPEC 산유국들은 본격적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2050년 세계 석유 생산 비중 중 최대 65% 까지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가 되면 OPEC이라는 카르텔은 세계 석유 수급은 물론이고 가격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는 과점의 중심에 서게 될 수 있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2%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의 난방비와 전기요금 폭탄도 천연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급등 충격을 국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의 결과물이다.

그래서 재생에너지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 해외 에너지 의존을 줄이는 정책적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와의 공존을 위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화석연료 자원 개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석유, 천연가스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해외 자원 개발 역량을 확대하지 않으면 OPEC을 비롯한 산유국들의 볼모가 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국민 몫이 될게 뻔하다.

지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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