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외이사(社外理事)’는 회사 대주주나 경영진의 부당한 경영 행위와 전횡을 차단하는 것이 역할이다.

회사 경영진 등과 독립돼 기업 의사 결정에 대한 건전한 견제와 감시를 하게 되니 기업 종사자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운 역할이 분명하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이라면 그 역할은 더욱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원전 건설과 운영 사업을 수행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사외이사 선임이 세간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주점과 모텔 운영 경험이 있는 인사가 최근 한수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직업에 귀천이 없으니 모텔 경영자가 한수원 사외이사가 되서는 안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전문성이다.

국회 정일영 의원 등이 확보한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해당 사외이사가 제출한 자기소개서와 직무기술서에는 원자력은 물론이고 전력과 관련한 이력이 전무했다.

한수원 사외이사 선발 과정에서 전력산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 이해도를 물었는데 이 인사는 ‘자신이 정부의 2050 탄소 중립을 고려해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서도 숙소 내 에어컨 필터 청소 등을 실천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정도의 능력으로 한수원 사외이사 자리가 허용된다면 에어컨 필터 청소를 할 수 있는 모든 국민이 그 자리에 앉아도 무방할 일이니 시간과 비용, 행정력을 들여 사외이사 후보를 검증하고 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등을 꾸릴 이유가 없어 보인다.

혹여라도 한수원 경영진이 전횡을 저지르거나 잘못된 경영 판단을 한다면 어떤 능력과 자질로 가려내고 지적하고 감시할 수 있겠는가?

이 인사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당협 전 간부 출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력 핵심 공기업의 사외이사로 임명될 수 있었던 것이 정권의 낙하산 인사라는 이유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인사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겨 지지 않는다.

정권이 임명할 수 있는 또 다른 자리들이 어떤 인사들로 채워질지도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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