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국제 에너지 조정관인 아모스 호흐슈타인(Amos Hochstein) 특사가 석유 수출국들에게 석유, 가스 생산 확대를 촉구했다.

아모스 호흐슈타인 특사는 최근 열린 아부다비 ADIPEC 컨퍼런스에서 ‘에너지 가격은 경제 성장을 침해하지 않도록 책정돼야 한다’며 OPEC+ 감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잘 알려진 것처럼 OPEC+는 지난 10월 열린 회의에서 올해 8월 생산 쿼터 기준으로 하루 200만 배럴의 생산량 감축을 결정했다.

감산 기간도 내년 12월까지 진행되는데 당시 하향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 기류를 타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산유국 측은 석유 생산 설비 부족 등이 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사우디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Faisal bin Farhan al-Saud) 외무장관은 석유제품 가격 강세가 정제 부문 투자 부족에 기인한다고 발언했다.

파이살 빈 파르한 장관은 ‘최근 2년 여간의 정제 부문 투자 부족이 석유제품 공급 부족의 주요 원인으로 단순히 원유를 더 많이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 부담을 경감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고유가 현상을 진단했다.

하이탐 알 가이스(Haitham Al Ghais) OPEC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석유산업 투자를 늘리지 않을 경우 미래 에너지 위기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팬데믹에서 벗어나며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발발하면서 유럽 등을 중심으로 생존에 필수적인 전기 등의 에너지 부족 사태를 겪고 있고 에너지 가격은 폭등하며 전 세계 물가를 끌어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세계 경제 조정자인 미국은 사우디 등 주요 산유국을 대상으로 원유 생산 증대 등을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지만  자국 내 중간선거를 앞두고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민심이 멀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미국이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같은 에너지 자원 빈국은 미국처럼 정치적인 배경이 아니라 국가와 경제 존립이라는 절박한 이유 때문에 에너지 수급 안보와 유가 안정이 절실하다.

다행히 우리나라 정유산업은 세계 5위 규모의 설비 능력을 보유중이며 생산 석유 절반을 수출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원유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고 더 큰 문제는 석유자원개발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자원개발률은 우리나라의 석유 수입량 대비 생산량 비중을 말하는데 2015년 10%대에 근접했던 것이 지난 해에는 6.5%까지 떨어졌다.

민간기업은 물론이고 공기업 석유공사 까지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나설 수 없는 환경에 내몰린 결과인데 그 배경에는 해외 자원 확보에 대한 정부의 방관이 깔려 있다.

동해가스전 생산 종료로 산유국 지위를 잃게 되면서 우리나라 영토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 가스도 자급(自給)할 수 없게 됐다.

에너지 수급이나 가격 안정은 외부 요인에 맡겨진 상태인데 그렇다고 외생 변수만 탓하는 것은 정부 존재 이유가 아니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세계 최고의 정제설비 능력과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원재료인 원유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석유산업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미래 에너지 위기의 씨앗이 될 것이라는 OPEC 사무총장의 경고는 에너지 빈국인 우리나라가 지금부터라도 적극적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그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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