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임용훈 교수] 기후변화에 대한 이슈가 뜨겁다. 정부의 ‘탄소중립 2050’ 목표 이행, 최근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 목표(NDC) 상향 조정 등에 따라 재생에너지 보급률을 2030년까지 30%, 2050년까지 무려 70%를 달성해야 하는 엄청난 숙제를 떠안게 되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예를 들어, 현행 국가 연간 전력 총생산량 중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부문에서 담당하고 있는 전력생산량을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한다고 했을 때 수원시 전체를 태양광으로 덮어야 달성될 만큼 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의 낮은 에너지 생산 밀도는 향후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근본적인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수급 불안정성의 영향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른 국내 발전시장 환경 변화로 인해 한전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동시에 전력 계통한계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어 예전과 같은 안정적인 전력요금 체계의 유지가 매우 어려운 현실을 벌써 직면하고 있다. 

결국 냉혹한 현실과 이상적인 목표 사이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온전히 국민의 몫이다. 그나마 현재 전력가격이 10배 가까이 인상된 유럽 주요 국가들의 상황에 비하면 오히려 행복한 고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미증유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전력시장 환경 변화에, 최근 들어 설비 개체 시기가 도래한 노후 열병합발전 설비 개체에 따른 용량 증설, 대규모 집단에너지 사업 공급 확대에 따라 일부 사업장에서 지역주민들과의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는데, 이전의 경우와 달리 최근에는 인근 주민의 민원과 더불어 용량 증설에 따라 기존대비 더 많이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차이가 있다. 

그만큼 국가·사회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생태계 구축과 관련한 인식이 한층 성숙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으나 한편으로 여전히 도심 내 대규모 발전설비 건설에 따른 촉발되고 있는 갈등에 대한 마땅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탄소 중립 사회 구축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 및 갈등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기술적 의미로 국한해서 볼 때 현재 500MW 이하의 규모로 정의되고 있는 분산형 발전 모델은 현행 국내 집단에너지 사업장과 같이 수백MW급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인 수kW~수MW급 용량 설비에 더 적합한 용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전개될 탄소 중립의 시대에는 기존의 대규모 집단에너지 발전소보다는 미니, 혹은 초소형 열병합발전, 혹은 건물, 세대를 보급 단위로 하는 분산형 재생발전시스템 중심으로의 대대적인 개념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좀 더 하위 단계에서의 에너지소비자 중심의 생산·수요를 유발할 수 있는, 이른바 5세대 집단에너지 모델 중심의 신사업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며, 따라서 아직 에너지공급 사업자 중심의 대용량, 대규모 집단에너지 사업모델이 주도하고 있는 국내 시장환경에서의 인근 주민들과의 갈등은 향후 더욱 심화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최근 규모의 경제성을 유지할 수 있는 ‘탄소 중립형 집단에너지’ 사업모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수소 터빈, 암모니아 연료전지 등 소위 ‘무 탄소 발전 시스템’에 대한 관심 또한 크게 대두되고 있어 향후 국내 집단에너지 시장 변화의 방향성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현재 불거지고 있는 주민 수용성 측면에서 수소저장, 암모니아 저장 등 설비 도입이 불가피한 ‘무 탄소 발전 시스템’의 상용화에는 기술적 이슈 이외의 더 큰 장애물 극복이라는 위협요인이 반드시 해소되어야 함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수립한 ‘탄소중립 2050’ 목표 이행을 위해서는 그 과정에서 소비자를 포함한 여러 이해 관계자들 간 갈등 조정은 불가피하므로 단기간에 성급한 문제 해결 전략보다는 중·장기적인 측면에서의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마련이 필수적이라 하겠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역별 에너지 자립도를 고려하여 높은 에너지 자립도를 달성하고 있는 지역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합리적 지원제도 마련과 시행을 통해 매번 반복되는 대규모 발전시설, 혹은 집단에너지 시설의 도입과 관련한 주민 수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해보면 어떨까.

당분간 천연가스 중심의 에너지공급 체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음을 인식을 전제로 지역주민과의 상생을 도모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적 대안 마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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