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에너지플랫폼뉴스 한국주유소협회 유기준 회장]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알뜰주유소 사업 10년 평가와 과제’ 보고서에서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소비자 후생이 크게 증진됐다고 분석했다. 

추정된 소비자 후생은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연평균 약 2,400억원 수준으로 10년간 소비자 편익은 약 2.1조원으로 추산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알뜰주유소 도입의 부정적 효과인 정부의 불공정 경쟁 조장에 대한 논란은 시정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알뜰주유소 도입이 소비자 후생 증진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불공정 경쟁을 조장하는 부정적 효과도 혼재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알뜰주유소를 도입한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 후생이 증가하는 것처럼 분석이 나왔으니 알뜰주유소 정책을 개선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하지만 과연 알뜰주유소 도입이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켰을까?

보고서에서도 명시돼 있지만 고유가 상황에서 국내 석유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은 알뜰주유소 도입의 원인이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알뜰주유소 도입 10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발생하면서 또 다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고 정부의 유류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유가급등과 원달러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인해 그 때와 마찬가지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정부는 기름값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차례에 걸쳐 유류세 인하를 단행했으며, 유류세 인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알뜰주유소에 하루 먼저 유류세 인하분을 공급하고 유류세 인하분을 반영한 알뜰주유소에만 차별적으로 인센티브 형식으로 유류세 인하분을 보전해줬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차별 정책으로 인해 국내 석유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은 더욱 커졌다. 

일반주유소의 판매가격이 알뜰주유소 보다 비싸다며 혐오에 가까운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국내 석유시장에 쏟아진 것이다.

급기야는 알뜰주유소보다 최소 40원~100원 가량 비싸게 공급받고 있는 일반주유소를 향해 알뜰주유소와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하라는 요구까지 나온다. 

일반 주유소의 리터당 평균 영업이익이 10~20원임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손해를 보고 판매하라는 것이다.

국내 석유시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된 알뜰주유소가 역설적이게도 불만과 불신을 더욱 커지게 만든 셈이다.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은 알뜰주유소 도입 이전인 10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더욱 커졌다. 

알뜰주유소 도입이 설사 소비자 후생을 증진시켰다 하더라도 이를 결코 긍정적인 효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알뜰주유소 도입으로 국내 석유시장의 경쟁을 유도해 소비자 후생이 2.1조원 증가했다”라고 발표해봐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얼마나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소비자들은 알뜰주유소의 부정적 효과에 더욱 큰 체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가 일부 알뜰주유소에만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는 등 인위적인 시장 개입을 통해 불공정 경쟁을 조장한 결과, 알뜰주유소와 일반주유소 간 판매가격 격차가 크게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알뜰주유소를 제외한 나머지 주유소들은 모두 비싼 주유소, 그야말로 알뜰하지 않은 ‘비알뜰주유소’가 되었고,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의 대상이 됐다. 

이는 보고서에서도 분석한 바와 같이 불공정 경쟁을 조장하는 알뜰주유소의 부정적 효과이며,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이 알뜰주유소 도입 이전인 10년 전보다 증폭된 이유다.

이렇듯 알뜰주유소 성장은 주유소의 경영악화와, 소비자들의 불만과 불신도 함께 성장시켰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도입의 긍정적 효과 보다는 부정적 효과에 더욱 관심을 갖고 대책을 마련해야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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