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정상필 기자] 소비자들과 최접점에 있는 주유소는 정부 정책이나 기름값 이슈가 있을 때 마다 소비자들의 불평 불만을 직접 들어야 하는 위치에 있다.

올해 들어서는 유류세 인하 이슈로 상반기 내내 욕을 들어야 했는데, 이번엔 굳이 안들어도 될 욕을 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 언론에서 'SK에너지가 12일을 기해 공장도가격을 휘발유는 전날보다 리터당 168원, 경유는 151원, 등유는 156원 내려 공급하겠다고 일선 주유소에 통보했다'는 보도 때문이다.

기사에서는 최근 고유가로 인해 불거진 '횡재세' 논란에서 정유사들이 기습적으로 공급가격을 인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했다.

더욱이 '공장도가를 기준으로 일정 부분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데, 이번 주말쯤 소비자판매가격에 하락폭이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해당 기사를 접한 소비자들은 유류세가 인하됐고 공장도가격도 내렸는데 기름값을 안내리는 주유소에 대해 탈세나 폭리를 조사해야 한다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유소 운영자들도 해당 기사에 불만이다.

주유소 운영자 커뮤니티에서는 '공장도가격'의 정확한 뜻도 모르면서 소비자만 선동하는 기사라며 불만을 드러내는 글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장도가격은 '제조회사가 도·소매 업자에게 거래한 가격'을 말한다.

하지만 석유시장에서 '공장도가격'은 여러 의미로 쓰인다.

대표적으로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일 수도 있고, '국제제품가격과 환율을 반영한 비공식 환산가격'일 수도 있다.

기사에 보도된 '공장도가격'은 후자의 의미로 사용되는 환산가격으로 보인다.

이 공장도가격은 주간 단위로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비공식 가격정보에 불과하다.

기준이 되는 가격도 당일 국제제품가격이 아닌 1~2주전 국제제품가격을 기준으로 환산한 가격이다.

현재 정유사 공식 공급가격이 일간단위로 변경되는 상황에서 1~2주전 가격은 실제 거래와는 상관없는 가격일 뿐이다.

기사에서 보도된 리터당 150원에서 160원의 가격도 일간으로 주유소에 전달되는 공급가격에 대부분 반영이 된 상태다.

다만 일부 거래처들이 과거 공장도가격을 기준으로 거래했던 관습에 따라 현재도 공장도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할인을 받아 거래하기 때문에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공장도가격' 이 돌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SK에 이어 다른 정유사들도 리터당 150원~160원을 내려 공급할 것이라고 보도가 되니 주유소 사장들이 황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기사에서 정유사가 공급가격을 리터당 150원~160원 내렸는데 왜 주유소 기름값은 안내리냐고 불만과 욕을 쏟아낼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최접점에 있는 주유소들은 잘했든 잘못했든 소비자들의 불평 불만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현재도 '유류세 인하했는데 왜 안내리냐'고 욕먹고 있는데, 공식 가격도 아닌 비공식 가격이 기사화돼 '또 주유소가 욕받이 되겠다'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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