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올해 말 유럽을 중심으로 천연가스 수급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천연가스 공급이 수요를 뒷받침하지 못하는데다 러시아산 LNG 의존도를 줄이려는 계획이 더해진 까닭이다.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기업인 Rystad Energy는 ‘급증하는 천연가스 수요가 10년 만에 전 세계에서 다수 신규 LNG 프로젝트 추진을 촉발시켰지만 2024년 이후에나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는데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생산 가능 시점이 2~3년 후라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최근에는 유럽의 경유 부족 사태가 심각한데 휘발유 등 타 유종 쇼티지(Shortage)로 연결되고 가스, 석탄 등 다른 에너지 수요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스전 개발이나 정제설비 같은 에너지 생산 인프라 신증설은 계단식 성장 패턴을 띈다.

원유, 천연가스 등의 에너지 공급이 넘쳐 가격이 급락하면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은 신규 유전 개발을 멈춘다.

전통 유전에 비해 개발, 생산 재개가 용이한 셰일 유전도 펜데믹 과정을 거치면서 리그 수가 급격하게 줄었는데 최근 미국 정부의 증산 요청에도 불구하고 생산 인력이나 시추 장비 등이 턱없이 부족해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증설에 천문학적 자금이 필요한 정제설비 등 에너지 생산 인프라 역시 저유가 시점에서는 저평가되고 유가가 오른 이후에야 기업들이 투자에 나선다.

문제는 유전 신규 개발이나 정제 설비 신증설에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저유가 시점에 멈췄던 유전 개발이나 정제설비 신증설 투자가 고유가 시점에 몰리면서 계단 형태로 한꺼번에 생산 능력이 확대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정유산업은 내수를 크게 뛰어 넘는 생산 능력,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고효율 정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석유제품 등 에너지 안보에 필요한 공적 비축물량도 IEA 권고를 뛰어 넘는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와 천연가스 해외 자원개발은 멈춘 지 오래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만한 자원 개발 투자로 천문학적 혈세가 낭비됐다는 이유로 석유공사 등 자원개발 공기업의 신규 사업 진출을 막았고 확보한 자산은 매각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으로 일관한 결과이다.

비축유는 사용하면 줄어들게 되고 아무리 효율 좋은 정제설비라도 도입할 수 있는 원유가 넉넉해야 경쟁력을 발휘할텐데 석유공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원유 확보 매장량은 10억444만 배럴이었는데 지난 해에는 7억9,600만 배럴까지 줄었다.

최근 수년 사이 자원개발 공기업 석유공사가 다시 신규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탐사 성공 가능성이 적어 메이저 개발 기업들이 눈여겨 보지 않는 아프리카 오지 등에나 소규모 자본을 투입하는 형국이다.

유가가 떨어지면 확보한 석유 가스 자산 가치도 추락하는 것이 당연한데 혈세를 낭비했다고 비난하고 기름값이 오르면 적기 자원개발 투자에 소홀했다고 또 다시 비난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반복되어 왔고 정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라는 무소신으로 자원개발을 방치해왔다.

때마침 발생한 팬데믹 그리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재앙, 재난의 여파로 세계 석유 수급이 위협받고 가격이 급등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데 국가 에너지 안보에 소홀한 정치권이나 정부는 일말의 반성이나 책임 있는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에너지자원빈국 대한민국에서 자원개발과 확보는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배제돼야 하고 에너지 안보 가치에 충실한 정부의 행정 철학이 중단없이 작동해야 한다는 수많은 전문가들의 조언과 경고를 무시한 댓가를 지금 우리 국민들이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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