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김예나 기자]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처럼 소모적인 논쟁이 없다.

닭과 달걀이라는 순환적인 존재에서 어떤 것이 우선인지를 밝히려는 고대 철학자의 호기심이 이 논쟁의 출발이라고 알려져 있다.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전기차 보급이 먼저인가 친환경 발전이 우선돼야 하는가를 놓고 이견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전기차 보급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데 국제에너지기구 IEA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IEA는 지난 해 5월 발표한 NZE(Net zero by 2050) 시나리오에서 발전 부문 온실가스 배출을 먼저 줄인 이후 산업, 수송 부문을 전기화시키는 경로를 제시했다.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2020년 대비 2030년 감축률을 발전은 57%로 설정한 반면 수송은 20%를 제시했다.

반면 우리 정부의 NDC 목표에 따르면 2018년 대비 2030년의 발전 부문 온실가스 감축률은 44.4%, 수송은 37.8%로 설정돼 IEA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무공해차로 불리는 전기차를 확대해 내연기관 자리를 대체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효과적인 온실가스 저감 수단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전기차 연료를 만들어내는 발전 과정에서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가 사용된다면 포장만 무공해일 뿐 내연기관차와 다를 바 없다.

한국전력통계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 발전량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6%에 불과했고 석탄이 40%, LNG가 26%를 차지했다.

무공해차에 걸맞는 무공해 전력은 6%에 불과했던 셈이니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마찬가지의 온실가스 배출원이 되고 있다.

연료 생산부터 자동차 운행까지의 전주기(LCA, Life Cycle Assessment)'를 감안할 때 전기차 대표격인 테슬라 모델3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경유차 모델인 벤츠 C220d 보다 더 많다는 독일 연구소의 분석 결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올해도 전기차 20만 7,000 대 보급 목표를 설정하고 차량 구매 보조금과 충전설비 구축 예산으로 1조 9,352억원을 편성했는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본말이 전도된 느낌이다.

발전과 수송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우선 순위를 정하고 정부 재정을 선택 집중하는 것은 닭과 달걀을 둘러싼 호기심 어린 논쟁 같은 것이 아니다.

공기는 깨끗해지고 온실가스는 줄고 있다는 보여주기식 행정의 잘못된 수단이 돼서는 더더욱 안된다.

차기 정부에서는 수송분야 탄소저감을 위한 우선 순위를 과학적으로 따지고 정책에 옮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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