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은 속도 조절 실패, 세계는 여전히 신규 원전 수요 존재

객관적 가격 및 품질만이 소비자 선택 받는 시장 생태계 만들어야

수소 에너지, 인류 생존 위한 마지막 자원… 그린수소 정책 수립할 때

집단에너지, 정부 지원책 연명해서는 안돼… 스스로 생존 준비해야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송승온 기자]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일관성을 가지고 추진된 점은 높이 평가하나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원전은 궁극적으로 폐기돼야 하지만 보다 합리적 에너지 믹스를 기반으로 원전산업 일몰 로드맵을 수립, 추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는 에너지를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세운다면 지금과 같은 첨예한 대립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과도한 시장개입은 지양하고 조력자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유럽이 원전과 천연가스 투자를 ‘녹색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금융체계안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한국 역시 비용을 감당할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같은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임 교수는 ‘수소에서 답을 찾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는 말과 함께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그린수소 산업 구축을 장기적 목표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
숙명여대 임용훈 교수

▲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에너지 전환에 대한 총평을 해본다면?

- 급변하는 대내·외 에너지 환경 정세 변화에 부합하는 정책들이 일관되게 추진된 것으로 평가하고 싶다. 구체적 각론으로 들어가면 시행과정에서 다소 아쉬운 점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지만 큰 틀에서 방향은 제대로 유지하지 않았나 싶다.

자국의 산업 육성 등 대내적인 이슈는 국가별로 처한 환경이 다르겠지만 이미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 대응 이슈는 우리가 예상하는 바를 훨씬 뛰어넘는 강도와 속도로 현실화되고 있어 세계 경제와 산업을 주도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인 우리나라로서도 세계적인 큰 흐름에 마땅히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하고 또한 그 속에서 새로운 성장의 동력을 찾아내야 한다.

▲ 에너지 전환 정책 중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계획 중단이나 노후 원전 폐쇄 등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속도 조절에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에너지 전환이라는 것이 신차 모델 바꾸듯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폐차하고 전기·수소연료전지 신차로 바꾸는 것처럼 손쉽게 바꿀 수 있었다면 왜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여전히 신규 원전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을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2050년까지 크게 보고 단계별로 수립한 것처럼 산업 및 국가 경제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에너지믹스(Energy mix) 기반의 원전산업 일몰 로드맵을 수립,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했다고 판단한다.

참고로 개인적으로 원전은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그렇다면 차기 정부에서는 어떠한 원칙과 기본방향을 가지고 에너지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보는가.

- 큰 틀에서 볼 때 에너지 수요가 정해져 있다면 (매년 변동성은 있겠으나) 에너지 정책은 수요에 대해 어떠한 방식으로 공급을 할 것인지에 대한 1차 방정식과 같은 간단, 명료한 문제이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게 되면 모든 생산 및 소비 활동이 복잡한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게 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의 특성을 가져 한마디로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 난제라고도 할 수 있다.

결국은 접근 방식의 문제로 볼 수 있는데 기존 에너지 정책,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탄소 중립 달성이나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조성이라는 대명제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즉 에너지를 수요가 필요한 곳에 공급하는 단순한 소비재로 볼 것이 아니고 새로운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 미래 기후변화 시대에 생존하기 위한 국가 성장 동력원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와 원전, 그리고 기존 화석연료 기반의 산업간 첨예한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성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큰 방향성에 맞춰 원활한 시장의 흐름이 유지될 수 있는 조력자의 역할이면 충분하다.

지금 처럼 과도한 시장 개입과 정부 중심의 에너지 산업체계를 유지하려 한다면 이전 정부와 달라질 것도, 기대할 것도 없을 것이다.

▲ 지금도 정부 개입으로 인해 연료비 연동제는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에너지 요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에너지 요금 정책과 관련해 차기 정부가 세워야 할 기본 원칙이 있다면?

-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한 에너지산업의 성장 동력화 측면에서 답을 찾아보고자 한다.

미래 에너지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하나의 상품화, 제품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인위적인 지원과 정책 적용에 따른 시장 왜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단순히 국내의 에너지수급 문제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이 목적이라면 현행과 같은 정책 기조를 그래도 유지하더라도 기본 정도는 현상 유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부문을 다가오는 기후변화의 시대에 국가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시장에서의 치열한 생존 경쟁에 의한 자생적 경쟁력 확보와 대외 변동성에 대한 면역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정책 수립과 적용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에너지 요금 현실화, 연료비 연동제와 같은 각론들은 결국 정해진 수요를 맞추는 퍼즐 문제를 푸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제로섬 (Zero sum) 게임에서의 단순한 선택의 문제로 귀결될 뿐이다.

시장에서 객관적인 에너지 서비스 가격 및 품질로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소비자로부터 인정받는 산업만이 생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다.

누군가 이득을 본다면 누구는 손해를 보아야 한다.

▲ 최근 EU 집행위원회에서 회원국간 여러 논쟁 끝에 원전과 천연가스 투자를 ‘녹색 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금융 체계안이 확정됐다. 한국 역시 새 정부가 들어서면 탈원전 정책의 지속 여부나 천연가스의 브릿지 역할론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 이 문제 역시 앞서 언급한 에너지 정책의 방향성 전환 측면에서 보면 의외로 답은 명확하다.

결국 화석연료 기반의 안정적 공급과 수급이 가능했던 그리고 막대한 탄소 배출을 통한 인류의 위협이 크지 않았던 3차 산업혁명의 시대까지는 선택의 문제였다.

하지만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원전과 천연가스는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차선의 대안으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적 판단을 무조건 따를 이유는 물론 없지만 큰 흐름에는 원인이 있는 법이다.

더욱이 석유자원 매장량이 거의 전무한 국내 자원 환경에서 경제 논리에 따른 원전, 혹은 천연가스 기반의 발전산업 육성 이외에 마땅한 대응 수단이 있을까?

막대한 기회비용을 기꺼이 감당할 용의가 있는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없다고 본다.

▲ 차기 정부에서도 그린수소의 현실성이나 한계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그레이 수소나 블루수소 뿐만 아니라 핑크 수소(원자력) 등의 활용 확대를 위한 이해관계자들의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한가.

- 실제 수소는 눈에 보이지 않고 냄새도 없다. 그런데 요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가끔 실소를 금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는데 수소와 관련한 논란이 그렇다.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처럼 너무나 많은 수소 변이들이 발생하고 있는데, 아마도 모두의 바람처럼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돼야 하듯 궁극적으로는 수소 변종들은 모두 시장에서 사라지는 운명에 처하게 될 것이다.

현재 회색, 청색, 노란색 등 매우 다양한 색들이 수소에 입혀지고 있는데 궁극적인 재생 전력 전기분해 기반의 ‘그린 수소’ 경제성 부족으로 인해 그 갭을 메꾸기 위한 사업 논리로서 잠시 등장하는 이슈일 뿐이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자원으로써 수소에너지원을 바라봐야 한다.

수소에서 답을 찾지 못하면 인류의 미래는 없다.

당장 경제성이 없더라도 큰 방향성을 그린 수소로 잡고 길게 그리고 꾸준히 산업화를 추진해 나가야 한다.

▲ 집단에너지를 비롯해 분산전원 정책의 확대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부 지원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집단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개선할 점이 있다면?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격언이 있다. 이 말은 새로운 계획을 먼저 세우기에 앞서 새 부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로서 아무리 좋은 포도로 새 술을 담근다 하더라도 헌 가죽 부대에서는 좋은 술이 빚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한국을 포함해 최근 각국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들을 살펴보면 집단에너지 역할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 안정성 문제, 재난재해 증가에 따른 전력망 리질리언스(Resilience) 문제 등 잠재적인 집단에너지 사업 고유의 기술 및 산업 특징에 기인한 것으로 기존 집단에너지 사업의 보급 논리였던 에너지절감 등의 열병합발전 특성과는 다소 무관한 측면이 반영된 것임에 유의해야 한다.

향후 탄소 중립, 기후변화의 시대는 전통적인 효율 중심이 아닌 환경 중심, 인간 중심의 에너지사용 체계로의 대 전환이 이뤄지는 변혁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전대미문의 기후변화로 인해 촉발된 탄소 중립의 시대를 맞이하는 집단에너지 부문과 산업계는 새로운 변화에 생존할 수 있는 변화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정부의 지원책에 연명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라면 다가오는 탄소 중립의 시대에 집단에너지가 설 자리는 없다.

▲ 탄소중립 시대를 대비해 정유나 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 업계는 생존방안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연료전환 시대에서 화석연료 기반 기업들은 어떠한 방향성을 잡고 준비해야 하며, 정부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가.

- 아마도 기후변화의 시대, 탄소 중립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가장 고민이 큰 이해관계자 집단이 아닐까 한다. 정부도 결국은 조력자의 역할 혹은 이해관계 조정자의 역할일 뿐 에너지산업 관련 업계의 시름과 고민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연료전환의 시대는 화석연료로부터 수소 및 재생에너지원으로의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 일부를 메꾸는, 틈새를 채울 수 있는 단기적 성격의 대안일 뿐이다.

당장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일시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추세일 뿐이지 지속 가능하게 영위할 수 있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어 큰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벌기 위한 틈새시장으로써 이해하고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부도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냄으로써 불필요한 좌초 자산들을 양산해내지 않도록 미래 에너지 정책의 큰 밑그림을 그려 정확한 방향성을 산업계에 전달해야 할 것이다.

신호를 자주 바꾸면 곤란하다.
 

◇ 임용훈 교수는…

√ 인하대학교 학사 

√ 포항공과대학교 석사·박사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실장

√ 한국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겸임교수

√ 숙명여자대학교 기계시스템학과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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