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탄소중립·NDC는 ‘정책’아닌 ‘막연한 희망사항’
탄소배출권으로 기후변화 대응 중, 탄소세 전환 바람직하지 않아
가스공사의 LNG 독점 수입·공급, 유효하지 않아
한 줌에 불과한 재생에너지로 모든 소비 전력 발전할 수 없어
낮은 에너지 가격 기반 에너지 소비 놔둔 에너지 전환은 망상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김신 기자]

인천대학교 손양훈 교수
인천대학교 손양훈 교수

국책 연구원인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을 지냈고 자원경제학회장 등을 역임한 인천대 손양훈 교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에너지 경제 분야 학자로 꼽힌다.

그동안 손양훈 교수는 여러 경로를 통해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는 궤적이 다른 논평이나 입장을 밝혀 왔다.

본 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손양훈 교수는 ‘정치적 편향과 무지가 과학적 사실을 왜곡했다’며 탈원전을 강경한 표현으로 비난했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고비용 에너지로 전환하면서도 전기요금은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은 국민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21대 대통령 선거가 약 3개월 여 남은 상황인데 손양훈 교수를 통해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와 차기 정부에 기대하는 정책 방향을 들어 봤다.

▲ 현 정부 임기가 수개월 남았는데 국정과제로 추진해온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총평을 해주신다면.

- 현 정부 출범 이래 많은 파격적인 에너지 정책이 시행됐다.

탈원전, 에너지전환, 그린뉴딜, 탄소중립 그리고 NDC 40% 감축안까지 다양한 정책이 추진됐다.

그런데 환경을 우선시 하는 정책을 일관되게 확대하면서 에너지 안정성이나 공급능력이 매우 취약해지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된다.

▲ 정부가 UN 등 국제사회에 약속한 ‘2050 탄소중립’이나 최근 확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에너지 정책의 핵심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인 한계, 막대한 비용 혹은 이를 추진할 수 있는 시간적 제약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이상적인 비전만 제시해 정책이라기 보다는 막연
한 희망 사항으로 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불과 9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은 매우 절박한 문제인데 구체적인 방향이나 가능성에 대한 최소한의 평가도 거치지 않고 제출했기 때문에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혼란과 충돌 그리고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데 대한 부담의 문제를 야기할 것으로 판단된다.
  
▲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SMR을 포함해 원전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경련을 포함한 산업계와 에너지 전문가들이 탈원전 기조의 수정을 정부에 건의하고 있는데 왜 그렇다고 보시는지.

- 원전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중요한 발전원이다. 원전을 포함해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국제사회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고 보여진다.

탄소중립을 이뤄 나가는데 탈원전을 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처럼 에너지 여건이 열악한 나라가 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라고 판단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원전 건설과 운영의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 탄소 감축에 대응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 전 세계적으로 수송 수단 등의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RE100, 탄소장벽세 등 다양한 무역 진입 장벽이 시도되고 있다. 향후 전력 소비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고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 전력 산업 현실과 과제, 정책 방향 등을 조언해주신다면.

- 탄소중립을 실현 하기 위해 화석에너지를 쓰지 않으려면 모든 에너지를 전기화(electrification) 해야 한다. 

그런데 한 줌에 불과한 재생에너지로 모든 소비 전력을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주장이다. 

빠른 속도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올리려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그 전에 기존 에너지를 서둘러 파괴해서는 안 된다. 

수요는 그대로 있는데 공급 능력만 줄여버리면 에너지 안보를 흔드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벌써 이런 현상이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그런 현상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이번 겨울에 미세먼지 저감 목적으로 계절관리제를 시행하면서 석탄발전은 포기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히고 있다.

▲ 전력이나 가스 등 공공 에너지 자원에 대한 연료비 연동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물가 안정이나 정치적 이유 등으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공공제 가격 결정에서 절대 훼손되어서는 안되는 기본적인 원칙이 있다면.

- 1년 전에 시작한 연료비 연동제 조차 정부가 지키지 않아 사문화되고 있다. 우리가 에너지를 전환하는 일은 그동안 쓰던 값싼 에너지인 원전이나 석탄을 줄이고 고비용의 천연가스와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방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전력 생산 원가는 급등하게 된다. 그런데 그 비용을 전기사용자가 부담하지 않게 하면 한전의 적자와 폭발적인 부채로 쌓이는 것 밖에 다른 길은 없다. 

낮은 에너지 가격에 길들여져 있는 에너지 소비를 그대로 두고 공급을 바꾸어 에너지 전환을 하겠다는 것은 망상에 가까운 일이다.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이를 회피만 한다면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전환은 이뤄질 수 없다. 

어려운 일은 다 피하고 쉬운 선언만 하는 행위는 너무나도 무책임한 정책이다. 더 나아가 고비용 에너지로 전환하고도 요금은 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이다.

▲ 최근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한계로 인한 전력 수급난이나 전기요금 상승, 화석에너지 가격 폭등 등의 이슈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와 화석연료간 바람직한 균형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

- 코로나가 조금씩 극복되면서 에너지 수요는 다시 늘어나게 된다. 

최근의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은 공급 능력은 낮은데 수요가 갑자기 늘어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낮은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었고 코로나로 인해 더욱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에 공급능력이 매우 낮은 상태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를 조금씩 극복하는 시점이 올 때마다 모든 공급망(supply chain)의 제약이 일어날 것이고 에너지도 시장에서 가격급등과 하락 현상이 반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느슨하게 다루게 되면 큰 어려움에 닥칠 수 있다. 재생에너지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확보와 균형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 유력 대선 주자를 비롯해 정치권에서 탄소세 도입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는데 국내 기업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탄소세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이나 적절한 시기는 언제라고 보시는지.

- 우리는 이미 탄소배출권을 할당하고 이를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어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다시 탄소세로 전환해 바꾸는 것은 현재로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탄소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율을 올리고 배출권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겠다. 

▲ 천연가스 도입 시장이 경쟁체제에 접어들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시는지.

- 천연가스를 가스공사가 독점적으로 수입하고 모든 계약을 통합해 결정된 가격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시스템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누구나 조건만 충족되면 직도입을 할 수 있는 것으로 제도가 변했다. 다만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더 불리할 수도 있고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장의 혼란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전 세계적으로 LNG 시장이 과거의 장기 계약 위주에서 다수의 생산자들이 참여하는 시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 기름값 안정을 이유로 정부가 알뜰주유소라는 상표로 석유 유통시장에 직접 개입중인데 이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 정부가 나서서 시장을 가격 측면에서 견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매우 컸다. 

이 정책은 현재까지 지속되고는 있지만 시장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유도하는데 유효하지도 않고 불공정하다는 평가도 여전한 것으로 알고 있다. 

▲ 다음 정부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에너지 정책 기조나 방향에 대해 제언 부탁드린다.

- 우리나라는 최근 정치적 영향력이 에너지 정책을 압도하는 현상을 극심하게 경험했다.

과학적 사실과 시장의 작용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편향과 무지가 심각한 왜곡을 불러오고 있음을 보고 있다. 

과학적 사실을 벗어난 주장이나 극단적인 편향성에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고 많은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끝까지 고집하는 일을 하는 정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에너지 수급의 균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근거 없는 탈원전 정책은 원상으로 복귀해야 한다.    

※ 손양훈 교수는…
· 연세대학교 경제학 학·석사
· 미국 플로리다대 경제학 박사
·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 국민경제자문회의 창조경제분과 자문위원
·  제10대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장
·  제18대 한국자원경제학회 회장
·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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