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연료비 연동 기준과 비교해 발전 연료 비용 단가가 60% 넘게 올랐는데 한전은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올랐지만 공급가격에는 반영하지 않았는데 공식 보도자료에서 ‘유보’라고 표현했다.

‘유보(留保)’는 ‘당장 처리하지 않고 나중으로 미룬다’는 의미이니 당장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나중의 소비자들이 부담하게 된다.

한전은 전기요금 인상 유보를 정부가 결정했다는 명확한 근거도 남겨 놨다.

한전은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연료비 연동제에 근거한 분기별 조정폭을 적용해 kWh당 3.0원 인상안을 제출했는데 정부가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증권시장에 기업이 공개되어 있고 외국인을 포함한 다양한 주주들이 투자하고 있는데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회사 수익에 천문학적인 손실이 발생하게 됐으니 주주들도 배당 등에서 상당한 손해를 입게 생겼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는 반복됐고 한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하려는 주주들의 시도가 있었는데 이번 요금 동결의 배경이 정부 결정에 있음을 대외에 알린 것도 이런 반발을 의식한 결과로 해석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원칙의 훼손이다.

정부와 한전은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상승률 등으로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인상 유보된 전기요금은 나중의 언젠가 다른 소비자들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으니 소비와 비용 부담 주체가 왜곡될 수 있다.

연료비가 오른 만큼 가격에 반영되지 못했으니 과소비도 방조된다.

에너지의 9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탄소저감을 위해서라도 전력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에너지 안보나 전환을 지향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배치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언젠가는 소비자들이 부담할 비용인데 당장이 아닌 나중으로 미루는 것은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꼼수로 오해받을만 하다.

에너지와 관련한 다양한 원칙과 기조가 ‘물가 안정’이라는 키워드에 묻히는 상황을 보면서 ‘어떤 원칙이나 정책 기조도 정부나 정권의 입맛 따라 원칙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원칙만 확인하게 되어 씁쓸하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