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석유공사, 과도한 경쟁 유도에 일반주유소 마진만 줄어

석유공사 차등가격할인에 셀프 추가 할인...알뜰 60% 셀프전환

2030년 93% 폐업 예고된 제주에 무리한 셀프 투자로 자원 낭비 초래 

전기차 특화도시 지정, 주유소 폐업보조금 건의에 제주도청...‘선례없다’

[에너지플랫폼뉴스 지앤이타임즈 정상필 기자] 

한국주유소협회 김은홍 제주도회장
한국주유소협회 김은홍 제주도회장

제주도 석유시장은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정유사 계열 대리점이 유일한 공급루트다.

정유사와 현물대리점이 공존하는 육지와 달리 석유 저장시설 한계로 제주도 석유시장에는 값싼 현물시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에서 제주도 주유소 판매가격은 전국에서 1~2위에 오를 정도로 높은 가격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알뜰주유소와 농협주유소가 제주도 석유 가격 결정을 주도하면서 시장이 황폐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반 주유소보다 리터당 30~50원 싼 기름을 공급받는 알뜰주유소와 농협주유소들이 판매가격을 내리면서 치열한 가격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알뜰주유소들은 석유공사의 차등가격 할인제도를 통해 제주지역 할인혜택에 이어 지역 최저가 할인, 전국 평균가격 비교 할인 혜택까지 받으며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일반 주유소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에는 알뜰주유소들이 셀프 주유 방식의 도입을 늘리면서 추가적인 가격경쟁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제주도회 김은홍 회장을 만나 제주도 주유소 시장 현황과 문제점에 대해 들어봤다.  

▲ 최근 제주도 주유소 업계의 가격 경쟁이 과열 상태에 있다는 지적인데 그 원인은 무엇인지
- 최근 몇 년 사이 제주도내 휘발유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리고 있다.

판매가격이 전국 최저인 대구와 비교하면 리터당 1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를 두고 언론과 제주도청이 연일 주유소들에게 가격을 내리라는 압박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가격을 내릴만한 여력이 없고 육지와 석유 유통 환경도 달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제주도 주유소 시장은 육지와 달리 값이 저렴한 현물 기름이 유통되지 않는다.

오직 정유사 계열 대리점을 통해서만 사야 하기 때문에 공급자 선택폭이 제한돼 육지처럼 추가 할인받는 기름이 없다.

반면 제주도내 알뜰주유소들은 석유공사를 통해 정유사 보다 리터당 30~50원 정도 싼 가격에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석유공사가 제주도 알뜰주유소들에게 지역 평균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라는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석유공사가 제공하는 기름값 추가 할인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서라도 알뜰주유소들이 가격 인하 폭을 늘리고 있다.

더욱이 올해 들어 알뜰주유소들이 셀프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제주도내 기름값 인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 제주도 셀프주유소가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무엇때문인지.
- 그동안 석유공사는 일반 주유소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알뜰 상표 전환을 유도했고 그 결과로 현재 15곳까지 늘었다.

그런데 알뜰 상표로 전환한 이후 셀프 주유 시스템까지 도입하면서 60%에 해당되는 9곳이 셀프 전환 작업을 마쳤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8곳의 알뜰주유소가 셀프로 전환했다.

알뜰주유소들이 셀프로 전환한 후 판매가격을 또 내리면서 주변의 일반주유소들도경쟁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셀프로 전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이 직접 주유하는 셀프로 전환하게 되면 그만한 가격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주유소 수익성은 더욱 떨어지고 있다.

제주도내 주유소 대부분이 소수의 월급제 인력을 채용하고 있어 인건비 절감 효과가 없는데도 수천만원씩 투자해 셀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고 기름값은 추가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갑자기 셀프 주유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알뜰주유소 영향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석유공사는 자영알뜰주유소의 판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공급가격 차등할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셀프주유 시스템을 도입하면 추가적으로 기름 공급 가격을 할인해주고 있어 제주도 알뜰 사업자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런데 일반 주유소들은 셀프 주유를 도입해도 정유사 등에서 별도의 인센티브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정상 판매  가격이 파괴되며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내몰리고 있다.

▲ 주유소 경영난 해소를 위해 전기차 충전소 도입 등 사업다각화가 필요해 보이는데 상황은 어떤지.

- 제주도는 전기차 선도 도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보급됐고 일부 주유소에는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곳도 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는 않고 있다.

개인이 전기차를 구매하면 정부 지원을 통해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보급해 대부분 집에서 충전을 하고 외부에서 장시간 운행할 경우 간헐적으로 외부 충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서 급속 충전기를 무료로 설치해주겠다고 하지만 그만한 공간을 내주어야 하고 충전 시간도 상당해 주유소 공간 활용도가 떨어지고 수익은 나지 않는 구조가 되고 있다.

전기차 충전 가격도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

주유소협회 제주지회에서 수년 전 환경부에 키로와트당 300원 정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현재는 290원 정도에 공급하고 있는데 기본적인 운영비도 충당할 수 없다 보니 주유소들이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꺼려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 제주도 주유소 경영난 해소를 위한 협회의 향후 계획이 있다면.

- 제주도 주유소 사업자 단체의 대표 입장에서는 상당한 자금을 투입하며 경쟁적으로 셀프주유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경쟁하고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지역 경제에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제주도 주유소에서 고용하는 인력들은 10%정도만 시간제 근무자이고 나머지 90%는 정직원으로 일하고 있고 대부분이 생계 목적으로 고용 안정이 절실한 상황이다.

육지와 달리 공장 같은 산업체도 적어 최저 생계를 이어가는 직원들이 다른 일을 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이들이 계속 일을 함으로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기차로 수송에너지를 전환하는 제주도 정책에 따라 2030년이면 현재 주유소의 93%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것도 고민이다.

대부분이 퇴출돼야 하는 시장에서 수천만원을 들여 셀프 주유 시스템을 새롭게 도입하는 것은 자원 낭비이고 과열 경쟁으로 서로가 공멸하는 길이 될 수 밖에 없다.

당장의 각종 지원을 내세워 알뜰 상표를 확대하고 가격 경쟁을 유도하는 정부 전략에 휩쓸리면 결국에는 주유소 업계 전체가 황폐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지역 주유소 사업자들이 뜻을 모아 건전한 경쟁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주도의 수송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지역내 주유소가 퇴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감안해 도청에 주유소 폐업보조금 지원도 건의중이다.

제주도는 전기차 선도 도시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고 2030년이면 내연기관차 퇴출이 예정되어 있다.

제주도 정책 때문에 전기차 보급이 정책적으로 확대되고 내연기관차는 사라지게 되니 폐업보조금을 지원해 주유소의 퇴출을 돕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선례가 없어 주유소 폐업보조금을 지원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 현재 제주도청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협회에서는 특별자치도인 제주도의 상황을 활용해 특별법으로 폐업보조금을 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지원 근거 등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과 실행을 꾸준히 요청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에너지플랫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